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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삼성물산

제약사 CEO 출신 사외이사 영입, 바이오 신사업 포석

의약품 등 연구개발 지원 및 수탁사업 정관 추가, CRO 등 확장 전략 주목

한태희 기자

2026-02-19 16:39:38

삼성물산이 정관 변경에 이은 이사회 재편으로 바이오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오는 주총에서 다국적 제약사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제일모직과 합병 후 지난 10년간 바이오 관련 인사가 이사회에 합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은 오는 3월 2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자기주식 소각, 정관 일부 변경 외 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송규종 전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이 외에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3명을 새롭게 구성한다. 기존 김경수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고 이정식 제9대 고용노동부장관, 김민영 전 안텐젠코리아 대표를 신규 선임한다. 임기 만료로 떠나는 정병석, 제니스 리, 이상승 사외이사의 공백을 메운다.

이준서 패션부문장 부사장의 후임인 박남영 패션부문장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않는다. 이에 삼성물산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의 이사회 구성을 갖춘다. 기존 이사회 의장이었던 정 이사의 이탈로 신규 이사회 의장 선임도 이어질 전망이다.


비상근 사외이사이지만 바이오 신사업 관점에서 눈에 띄는 인사도 있다. 바로 김민영 전 안텐젠코리아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이다. 김 전 대표는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IMS헬스데이터(현 아이큐비아)를 거쳐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김 전 대표는 일라이릴리의 국내 법인 한국릴리에서 마케팅 이사 및 약가 담당 이사, 마케팅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일라이릴리 아시아 Diabetes Marketing Director, PASEAN Marketing Director 등을 맡아 범아시아 지역에서 마케팅 전략을 이끌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다국적 제약사 입센의 국내 법인 입센 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최근까지 중국 소재 글로벌 제약사 안텐진의 국내 법인 안텐진 코리아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커리어 전반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쌓아왔다.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후 수년간 삼성물산 이사회에 바이오 사업과 연관된 인사가 합류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된다. 건설, 리조트, 패션, 상사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직접적인 바이오 사업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지분 4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와 함께 조성한 펀드를 통한 바이오텍 간접투자로 협력 행보도 이어왔다.

작년을 기점으로 직접적인 사업 추진 움직임이 관측된다. 정기주총에서 '의약품 등의 연구개발 지원, 수탁사업 및 관련 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에서 추진 중인 검체 분석 CRO(임상시험수탁기관) 등 관련 사업을 정관에 반영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이 신약 연구를 지원하거나 CRO 등 바이오 사업 내 부수적 역할을 직접 수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계열사의 성과가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김 사외이사의 합류를 계기로 제약·바이오 사업 관련 투자 등 이사회의 관련 의사결정 기능이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19일 발표한 주주환원정책 및 장래 사업 계획에서 바이오 사업 관련 투자 계획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향후 3년간 6조5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의 자금을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며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추진 관점에서 이사회 차원에서 보다 깊이있는 조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