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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사외이사 선임 논란

목회자가 화학사 사외이사로…이면엔 오너가 인맥

②코오롱인더스트리 사외이사에 은희곤 전 목사…이웅열 회장이 은 목사 아들 회사에 투자도

정지원 기자

2026-03-10 08:17:05

편집자주

정기주주총회 시즌에서는 다양한 신규 사외이사 후보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중에는 이사회 활동과 무관한 커리어를 쌓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후보로 발탁된 이들도 적지 않다. theBoard는 국내 상장사 이사회 내 특이 이력의 사외이사를 소개하고 그 선임 배경에 자리잡은 거버넌스 구조를 분석해 본다.
오너일가와의 인연으로 사외이사에 추천된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다. 동문 관계 등 학연으로 엮여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개 정재계 또는 교육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온 이사진이 많아 추천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을 뿐 전문성이 문제가 된 경우는 적었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기업의 본업과 거리가 있는 경력을 쌓아 왔음에도 '오너픽'으로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는 사례도 드물게 나타난다. 최근 전 프로골퍼를 여성 사외이사로 추천한 계룡건설산업 외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에는 은희곤 전 목사가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과 이규호 부회장, 은희곤 이사와 그의 아들 은현빈 씨 모두가 다수 기업과 재단의 임원, 이사로 얽혀 있다. 가족간 친분으로 연결된 점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코오롱 오너가와 은 이사 일가, 스타트업·드라마 제작사 등 공동 투자
은희곤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외이사(왼쪽)과 그의 아들 은현빈 씨(오른쪽).

오너일가와 맺은 인맥을 통해 전문 영역과 무관하게 사외이사가 된 전례가 처음은 아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외이사인 은희곤 전 목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으로 주로 미국에서 목사로 활동해 왔다. 2022년 초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외이사로 첫 선임된 뒤 연임에 성공해 2028년 초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은 이사는 1958년생으로 헨리 아펜젤라 대 이사장, 감리신학대 이사장 등을 거쳐 오운문화재단 이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미등록아동지원센터 대표, 사단법인 평화드림포럼 이사장 및 대표 등으로 재직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 및 소통에 기여하고 윤리경영, 정도경영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라고 평가를 내렸다.

오운문화재단이 코오롱그룹 이원만 선대회장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은 이사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 재단 이사로 2021년부터 2022년 초까지 1년간 활동했다. 재단에서의 경력이 발판이 돼 그룹과 인연이 이어진 것으로 보였지만 은 이사의 아들 은현빈 씨와도 코오롱그룹이 연결된 것이 드러났다. 오래 전부터 가족간 관계가 있었던 걸로 추정된 대목이다.

코오롱그룹 오너일가와 은 이사 가족들은 다양한 기업과 재단, 투자사에서 이름이 함께 거론된다. 먼저 은 이사 아들 은현빈 씨가 2019년 설립한 블록체인 물류기업 '델레오'가 있다. 창업자 은 씨가 최대주주이고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2대 주주다. 코오롱그룹은 델레오와 유통물류 사업을 검토한 것으로도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었다.

현재 은 이사가 대표로 있는 미등록아동지원센터 임직원 명단에서도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센터는 은 이사가 2023년 창립을 주도한 법인이다. 아들 은현빈 씨와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이사로 활동 중이다. 인민지 델레오 매니저는 센터 실무진 업무도 맡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인 '미스터로맨스'에도 두 일가는 함께 투자했다. 미스터로맨스의 대표작은 2023년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무빙'이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은현빈 씨가 최대주주로 24.7%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웅열 회장(6.38%), 이규호 부회장(5.00%) 지분도 실렸다.

◇오너와 '학연'으로 연결 '빈번', 추천 과정 투명성 논란

은 이사의 경우 전문영역과 무관하게 오너와 개인적 친분으로 이사회에 진입한 사례로 업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오너일가와의 학연이나 재단 인맥, 자문 관계 등으로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현대제철은 과거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 선후배 사이였던 정호열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 교수는 현재 비상장사인 신한카드 사외이사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CJ그룹은 과거 이재현 회장이 치료를 받았던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적이 있다. 이 회장이 2013년 구속된 뒤 신장이식을 이유로 법원에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을 때 유철규 전 사외이사가 교수진에 포함돼 있었다. 세간의 의혹이 있었지만 당시 CJ그룹은 "학회장이 사외이사로 추천되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영역은 겹치지만 이색 경력으로 눈길을 끄는 사외이사도 있다. KB모빌리티 이순남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이 이사는 1960년생으로 기아자동차 중동 지역본부장 전무를 지낸 바 있다. 현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채널 '자동차마케터의 시선'을 운영 중이다. 구독자 수는 2만3000여명 정도다.

KG모빌리티는 이 사외이사의 전문영역을 '기업경영 일반'으로 분류했지만 현재 커리어와는 괴리가 있다. 그는 KG모빌리티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KG모빌리티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임기가 2028년 초까지 연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