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건설산업의 첫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시장에서 다양한 평가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 활동과 거리가 있는 커리어를 쌓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특정 오너 개인에 집중된 지배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와의 인연만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경우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결여돼 거버넌스가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룡건설은 최근 유소연 전 프로골퍼(
사진)를 여성 사외이사로 낙점했다. 계룡건설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유 프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유 프로의 사외이사 선임엔 이승찬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승찬 회장의 주도 아래 계룡건설은 철인3종 스포츠단도 신설하고 이 회장은 대전광역시 체육회장도 맡고 있다. 골프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어 유 전 프로와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유 전 프로는 이승찬 회장의 개인 코치로 활동한 바 있다. 사실상 이 회장과의 인연으로 이사회에 진입하게 된 셈이다.
이승찬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지분 22.8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사회에도 직접 참여해 이사 선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계룡건설은 유 전 프로를 감사위원 후보로도 내세웠다. 최대주주 이외 주주들의 반대가 집중되지 않는 이상 유 전 프로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계룡건설이 골프장 개발 운영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이 분야에서 유 전 프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다"면서 "유 전 프로가 국내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각의 조언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계룡건설 전체 매출 중 스포츠 레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것이다. 계룡건설은 KR스포츠를 통해 경북 군위 소재 구니CC를 운영하고 있고 KR레저에서 경기 여주 루트52CC 개발을 추진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계룡건설 연결기준 매출에서 골프장 운영을 포함한 스포츠 레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대였다. 지난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이사회에 스포츠 레저 관련 안건은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는 "특정 사업 전문가를 이사로 영입하는 데 문제가 있겠느냐만 이사회에는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 안건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 안건을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면서 "사외이사가 전문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이사회가 독립성 가치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룡건설은 사외이사 최초 선임 시 사자격요건 적격 확인서를 통해 부적격 사유를 확인하고 있다.

유 전 프로의 사외이사 선임은 큰 무리 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사외이사 선임은 상법 상 보통결의 사항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4분의 1 찬성과 출석주식의 과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승찬 회장 지분에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지분이 38.7%까지 불어난다.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는 전체 발행주식 중 절반 가량이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사실상 이승찬 회장 측이 안건 통과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개인 최대주주가 지분의 일부를 보유한 채 회사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 전체 혹은 대다수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행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대주주가 등기이사로 재직하는 경우 이사회 논의가 해당 이사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계룡건설은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자발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사추위에 이승찬 회장이 참여, 사외이사 선해임을 주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한 대형 상장사 사외이사는 "지분 20~3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가 사실상 이사회를 장악해 사외이사 전체를 선임하고 있는 행태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사회 활동에 필요한 전문성 없이 최대주주와의 인연만을 통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데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분에 비례해 이사 후보 추천권을 주는 것도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에 집중투표제가 의무 도입된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현행법 상 전체 발행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집중투표를 제안하면 회사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계룡건설은 지난해 말 자산 2조원 문턱을 넘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주주 결집에 따라 집중투표를 실시할 여지가 열려있다는 뜻이다.
현재 계룡건설은 정관에 이사회 규모 상한선을 두고 있지 않다. 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고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4분의 1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계룡건설 이사회가 내세운 신규 사외이사 후보가 모두 선임되는 경우 이사회 전체 규모는 10명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비중도 절반으로 늘어난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1명(신동렬)이 현행법 상 최대 임기를 마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