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과 롯데웰푸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감면하는 정관을 신설한다. 상법 개정에 따라 이사의 책무가 확대되면서 이사의 행위를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계열사들은 이미 정관에 감경 조항이 명시돼 있는 등 상당수 상장사들이 선제적으로 도입해둔 장치다. 이번 정기주총을 계기로 과거 미도입 계열사들이 정관상 면책 장치를 보강하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롯데그룹 남은 계열사들의 정관 신설안이 통과되면 그룹 차원에서 동일한 이사회 운영 정책을 마련하게 된다.
이사가 회사에 물어주어야 할 손해배상액의 상한선을 정하는 장치다. 예컨대 독립이사의 최근 1년 보수가 1억원이라면 책임 상한은 3배인 3억원이다. 회사가 이사회의 결정과 해당 이사의 찬성으로 10억원의 손해를 봤더라도 3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면제가 가능하다.
연 보수에는 상여금과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인한 이익도 포함된다. 상근이사는 보수액의 6배를 기준으로 한다. 상법 제400조에 따랐다. 회사는 정관으로 이사의 책임 감면 조항을 정하면 이를 적용할 수 있다.
회사와 주주를 보호하는 예외 규정도 있다. 이사가 만약 고의나 중대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나 경업금지, 회사기회 유용 금지, 자기거래 금지 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을 때는 책임을 감면하지 않는다.
연계 법 조항인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만약 결의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책임이 있고 결의에 참여한 뒤 이의를 남기지 않은 이사는 찬성한 것으로 본다.
상법 개정에 따라 정관을 재정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D&O)이나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 보호 장치를 보강하는 추세다.
상법 제400조를 정관에 반영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속속 이 조항을 채택하고 있다. 2011년 상법 개정 후 유지돼온 내용으로 상당수의 상장사들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정관에 이 조항을 포함해 왔다.
2011년 법 개정과 함께 나온 법 취지와 법조계 리포트를 보면 제400조는 유능한 경영진을 영입하고 보다 적극적인 경영 판단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다.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장치인 만큼 주주에 대한 책임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이사 판단의 부담을 일정 부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외이사 후보군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책임 감면 정관만으로 인재 영입 경쟁력이 결정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후보 입장에서는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미국의 상장사들은 D&O와 함께 이사 보호 정관도 인재 영입 수단으로 활용한다.
롯데그룹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관련 정관을 일원화하는 효과도 있다. 이미 관련 조항을 둔 계열사와 그렇지 않은 계열사가 혼재해 있었던 만큼 이번 주총을 계기로 그룹 내 이사회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경영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상법 개정에 맞춰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