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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이사회 계보 분석

내부 출신 주도 이사회, 20년 역사 관통

[하나금융지주]①사내이사 장기 재임 일반적, 높은 서울대 출신 비중도 특징

감병근 기자

2026-03-17 10:48:54

편집자주

금융지주 이사회를 두고 자기 사람과 이너서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는 늘 이사진을 선임하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인물들의 과거 연혁, 경영진과의 교집합과 임기 사이클을 살펴보면 회장과 이사회가 운명공동체라는 의혹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그동안 어떤 뿌리에서 내려와 어떻게 구축돼 왔을까. 금융과 법률, 공공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하는 데도 왜 그 적정성을 공격받나. 더벨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의 면면과 인선 경로, 주요 경영진과의 연결고리 등을 따라가 금융지주 이너서클이 실존하는지, 실존한다면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를 역추적한다.
하나금융지주는 2005년 지주 출범 이후 단일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내부 출신 사내이사가 주도권을 쥐고 사외이사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의 이사회 운영 방식이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지주 설립 초기부터 내부 출신 사내이사들이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은 하나금융지주 거버넌스의 주요 특징으로 거론된다. 핵심 임원들은 사내이사로 장기 근무하며 이사회 운영을 주도하고 차기 리더십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도 가졌다.

사외이사들은 지주 출범 초기에 외국계 인사들이 물러나면서 국내파로 채워졌다. 국내파 사외이사는 대부분 학계 및 산업계 출신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사외이사들의 서울대학교 출신 비중이 높아지는 부분도 눈에 띈다.

◇지주 설립부터 현재까지…내부 출신이 거버넌스 핵심 역할

theBoard는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10대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원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동일 기능의 소위원회 포괄)의 계보를 전수조사했다. 분석 대상 기간은 각 지주의 이사회가 처음으로 구성된 때부터 2025년까지다. 각 해의 사업보고서를 기초로 하고 2025년 이사회는 작년 3분기 분기보고서의 임원 현황을 참고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출범한 2005년부터 2025년 말까지 이사회를 거친 인물은 총 6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외이사는 46명, 상근 사내이사는 12명, 비상근이사(기타비상무이사)는 4명이다. 모두 이사회 내 마지막 직위를 인용했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의 특징은 사내이사의 장기 재임을 기반으로 하는 운영의 연속성을 꼽을 수 있다. 단일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로 인해 출범 때부터 경영 전반에 밝은 내부 인사들이 이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지주 설립의 주역으로 평가되는 김승유 전 회장(2005~2011)을 시작으로 후임인 김정태 전 회장은 2012~2021년 동안 사내이사로 이사회 운영을 주도했다. 이 밖에 김종열, 최흥식 전 사장이나 김종준, 윤용로 부회장 등 회장 후보군이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수년씩 몸담으면서 리더십을 검증한 점도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의 특징으로 거론된다.

현재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도 2024년부터 강성묵, 이승열 부회장 등 복수 내부 인사들이 사내이사로 배치돼 있기도 하다. 함영주 회장 체제 초기(2022~2023)에는 김정태 회장 체제 말기처럼 기타비상무이사로 내부 인사들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다만 초기 막강했던 지주 회장의 이사회 내 권한은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출범 당시 김승유 전 회장은 이사회운영위원회 위원장, 경영발전보상위원회 위원장에 더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사회 내 9개 소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사외이사가 맡아 이사회 전반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학계·산업계 인사로 사외이사 재편, 서울대 출신 비중 높아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구성은 2010년을 기점으로 눈에 띄는 변곡점을 맞았다. 이 시에 설립 초기 해외 투자자인 골드만삭스(Henry Cornell), 알리안츠(Alfred Baldes), IFC(Roy A. Karaoglan)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외국인 사외이사들이 사라졌다. 하나금융지주가 해외 자본의 도움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독자적 경영 기반을 갖추기 시작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인 사외이사들이 물러난 자리는 국내 거물급 인사들이 채웠다. 초기에는 김각영 전 검찰총장, 김경섭 전 조달청장 등 관료 출신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선임은 외환은행 인수 등 주요 경영 현안 실행을 앞두고 정부 및 금융당국과 소통 필요성이 컸던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료 비중은 낮아지고 학계·산업계 인사 비중이 높아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교수진의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 현재도 이준서(동국대·재무), 양동훈(동국대·회계), 허윤(서강대·경제), 원숙연(이화여대·행정) 교수 등이 사외이사로서 이사회 의장 및 주요 소위원회의 의장을 맡아 조력자 그룹을 형성 중이다.

학계 비중이 높아지면서 사외이사들의 서울대학교 출신 비중도 높아졌다. 역대 하나금융지주 이사들 중 학사, 석사, 박사 과정 중 하나를 서울대학교에서 마친 인원은 22인이다. 이는 전체 이사 숫자(63인)의 35%에 이른다. 현재 이사회 기준으로도 12인 가운데 5인이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

◇다양성 존중하는 이사회, 여성 참여 전통 지속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국내 금융지주 중 성별 다양성을 가장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장년 남성 위주로 운영하다 최근 변화를 주는 대부분의 금융지주들과 달리 여성의 이사회 참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해왔다.

2009년 한 해를 제외하면 20년 동안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에는 모두 1명 이상의 여성 이사가 있었다. 2005년 이미현 사외이사를 시작으로 최경규, 황덕남, 홍은주, 차은영, 권숙교, 원숙연, 윤심, 서영숙 사외이사 등이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 12인 중 원숙연, 윤심, 서영숙 사외이사 등 3인이다. 원숙연 이사는 이화여대 교수, 윤심 이사는 삼성SDS 부사장, 서영숙 이사는 SC제일은행 부문장 출신으로 다양한 배경과 출신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