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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중복상장 비율 18%…왜 한국만 유독 높을까?

지배력 유지하면서 대규모 자금조달, '전면금지' 후폭풍

고설봉 기자

2026-03-31 17:11:21

더벨스뷰 지배구조 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저평가의 원인으로 콕 짚었던 게 중복상장이었는데요. 이억원 금융감독위원장이 이 대통령 주재하는 정책 발표 자리에서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죠. 이게 왜 재벌들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의미를 담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우리가 하기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도 가능하다”며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접근과 함께 시장 참여자들의 동참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정상화가 단순히 주가를 끌어올리는 차원이 아닌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배구조 문제와 시장의 불투명성·불공정성,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디스카운트 4대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 가운데 기업들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개혁 방향은 중복상장 금지입니다. 이 대통령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상장돼 거래하고 있는데 일부를 떼서 또 상품을 만드는 중복상장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중복상장 개념

중복상장은 이미 증시에 상장된 모회사가 특정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의 자회사로 만든 뒤 그 자회사를 다시 상장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오래 전부터 국내 증시에서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라는 형태로 중복상장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쪼개기 상장’이란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발생하는 중복상장은 주로 물적분할 후 재상장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계가 발전한 우리 기업 특성상 수많은 계열사들이 앞다퉈 상장하면서 중복상장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배력과 경영권이 결합된 강력한 총수 중심의 기업 경영문화와 결합하면서 중복상장은 당연시됐습니다.

국내 대기업집단에선 기업 인적분할에 따른 중복상장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돼 한 쪽은 지주회사로, 다른 한쪽은 그 자회사로 지배구조가 바뀐 사례입니다. 또 기업 M&A 과정에서도 중복상장 구조가 나타나는데요. 상장사가 또 다른 상장사를 인수해 중복상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복 상장의 주주가치 훼손

LG엔솔 중복상장으로 LG화학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과 투자 기회 상실이란 유무형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선 LG화학 주가 하락이 가장 컸습니다. 2021년 1월 한때 100만원을 넘겼던 LG화학 주가는 분할 및 상장 여파로 인해 20~40만 원대까지 하락하며 반토막 났습니다. 이 중복상장으로 인해 국내 소액주주들이 입은 기회손실 규모는 약 9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핵심 사업부인 배터리 부문이 별도 상장되면서 모회사인 LG화학은 지주사 성격이 강해졌고 이로 인해 기업 가치가 실제 자산보다 낮게 평가받는 현상이 심화됐습니다. LG화학PBR은 0.7배 수준인데요. 순자산이 30조 조금 넘는데 시총은 22조 수준입니다.

#한국의 중복상장 상황

중복상장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핵심 기업들 모두 전방위 중복상장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HD현대, GS, 한진 등 10대 그룹 모두 중복상장으로 여러 계열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삼성은 63개 계열사 가운데 17개, SK는 234개 계열사 중 27개, 현대차는 72개 계열 가운데 12개, LG는 62개 계열사 중 12개, 롯데는 92개 중 11개, 한화는 130개 중 12개, HD현대 30개 중 8개, GS는 98개 중 8개, 한진이 42개 중 8개를 상장했습니다.

국내 증시에 중복상장 비율이 높은 것은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기업 쪼개기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분할 후 재상장이란 전략을 활용해 비교적 손쉽게 투자금을 모집했습니다. 모회사 사업부에서 시작한 신규사업이 성장하면 기업을 분할한 후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중복상장은 기업들 입장에선 리스크 대비 효용이 큰 방식이었습니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투입될 투자비를 직접 조달하지 않고도 신사업을 육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자회사를 상장하면서 모회사는 일부 구주를 매각해 초기 투자금을 회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장한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력은 온전히 행사하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재계의 항변…투자금 마련 위해 불가피

미국에선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습니다. 우선 차등의결권이 강력한 수단인데요. 구글이나 메타처럼 창업주가 가진 주식 1주에 10배, 100배의 의결권을 부여합니다. 덕분에 외부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증자)해도 경영권을 뺏길 걱정이 없습니다.

그런데 테슬라 같은 경우에는 일론 머스크가 차증 의결권이 없어 경영성과를 주식으로 대거 받으며 경영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창업주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차등 의결권을 받는 사람은 특정 개인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창업자 및 가족에 주는데 이는 한국과 비슷하죠. 그런데 창업에 관여해 창업을 도운 핵심 내부자에게도 부여합니다. 공동행사 하면 우군이지만 틀어지면 경영권 분쟁이겠죠. 그래서 창업주가 제왕적 리더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일몰 규정도 있습니다. 상장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반납되거나. 이벤트 기반을 두어 창업자가 사망하거나 퇴직할 때, 또는 보유 지분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권한이 소멸하도록 설계합니다.

#해외 중복상장의 케이스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은 글로벌 기준에 미달됩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가 발표한 ‘한국 시장 중복상장 이슈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한국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로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0.05%, 중국 2.42%, 일본 4.02%, 대만 2.71% 등 대비 최대 360배 가량 높았습니다.

다만 이마저도 최소로 계상한 수치입니다. 보고서는 중복상장 비율을 계산할 때 '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 시장 가치'를 '전체 시가총액’으로 나눴습니다. 이때 모회사가 보유한 지분율 3위 이내 지분가치만 합산했습니다. ‘모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연결되는 3중 중복상장은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3중 중복상장을 고려하면 실제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2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굴의 경우 구글이 먼저 설립되고 나중에 알파벳이 설립돼 구글의 모회사가 됐습니다. 오히려 분할과는 반대로 여러 사업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세운 사례입니다. 물론 알파벳만 상장돼 있고요. 구글은 1998년 설립됐고 알파벳은 2015년 10월 설립됐습니다. 당시 구글 주식은 1대 1 비율로 알파벳 주식으로 자동 전환됐습니다

구글은 검색과 광고 같은 본업 외에도 자율주행, 생명공학, 스마트홈 등 미래 기술에 천문학적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본업인 구글과 실험적인 미래 사업들을 분리해 각각 전문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지주사를 세워 각 사업들을 자회사화 했습니다. 현재 알파벳 주가가 계속 고공행진 하는 것은 구글을 중심으로 신사업 자회사들이 차츰 시장을 만들고 돈을 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회사의 사업성과가 상장돼 있는 모회사 주가에 반영되는 이상적 형태죠

#미국의 중복 상장 비율

중복상장 비율이 가장 낮은 미국의 경우 모회사와 계열사가 함께 상장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팔란티어, 알파벳, 애플, 아이온큐,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아마존, 메타 등 10대 상장사 가운데 계열사를 분리해 상장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기업 가치가 하나의 종목에 집중돼 있고 그만큼 투자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미국은 중복상장 금지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시장 관행으로 금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증시에선 알파벳처럼 지주회사만 상장하고 자회사는 100% 지분을 보유해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더불어 중복상장 시도 자체가 안되는 것은 강력한 주주 보호 제도 때문입니다. 우선 이사회의 충실 의무가 견제 장치입니다. 미국은 이사회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 전체에 대한 충실 의무를 집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해 기존 모회사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경우 소액주주들로부터 천문학적인 규모의 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 집단소송은 그 금액이 수백억, 수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소송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꼼수를 부리다 큰 재무적 리스크를 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죠.

자본 재구성 규제도 수단인데요.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은 기존 주주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희석하는 방식의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 사례도 중복상장 허용에서 금지로

과거 일본도 중복상장으로 증시가 왜곡되는 문제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중복상장 기업 수는 2006년 417곳에서 2025년 9월 기준 168곳으로 20년 만에 60% 가까이 줄었습니다. 많은 기업이 자회사를 상장 폐지하고 모회사에 흡수했습니다.

아시아 주요 거래소들은 제도적으로 중복상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자회사 상장을 허용하기 전에 모회사와의 자산·영업 중복성을 엄격히 심사합니다. 말레이시아는 2022년부터 모회사와 자회사의 지배 관계를 끊어야만 상장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신사업 자금 마련은 어떻게 해야

기업들의 항변도 있습니다.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수십조원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이 우리 경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로봇 등 대규모 장치산업을 위해 초대형 투자가 필요한데 기업 내부 자금만으론 투자에 한계가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600조 규모로 진행 중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연간 10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만큼 자체 선순환 투자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SK그룹 내에 있는 SK온의 경우 상황이 정 반대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란 모회사에서 쪼개진 이차전지 회사가 SK온인데요. 이차전지가 미래 신사업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수십조 투자가 필요한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석유화학 불황으로 모회사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분사해 상장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려 했던 겁니다. 현재 중복상장이 막히며 SK온은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중국 등 업체와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겠죠.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장 유입자금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면 사실상 남는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거나 조인트벤처(JV)나 전략적 투자자(SI)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이 방법들 모두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거나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그러나 지금 개혁 대상이된 중복상장은 주로 물적분할 후 재상장한 케이스들인데요. 인적분할해서 모회사 주주들에게 동일한 비율로 자회사 지분을 나눠준 뒤 상장한다면 모회사 주주들도 불만이 없겠죠. 그러나 물적분할 방식을 통한 중복상장은 모회사 일반주주들에겐 아무것도 돌아오는 게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며 오히려 피해를 입겠죠. 반면 유상증자는 최대주주부터 소액주주까지 전부가 동일한 비율대로 신주 청약할 기회를 얻습니다. 기회를 주고 참여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하는 형태죠. 만약 100% 주주가 모두 유증에 응한다면 유증 이후 지분율은 전과 똑같습니다. 주가가 올라도 함께 이익을 나누고 떨어지면 함께 손실을 분담하는 형태죠.

#LS에식스솔루션즈 IPO 무산에 자금 조달 막혀

연초에 중복 상장 이슈가 계속 발표되면서 상장 철회까지 하기로 했는데. 결국 LS주가는 좀 상승했어요. 그런데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통해 조달하려던 자금이 5000억원 아니었습니까. 이 돈으로 FI들의 자금을 돌려주고 미국 전선 시장에 투자도 해야 하고 했는데 이런 투자금 조달이 안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겠습니다만.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슈는 있겠습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관련 규제를 손보고 시장을 재정비하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을 정상화 하고 이를 계기로 증시 부양을 이룬다는 계획입니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적잖은 혼란도 예상됩니다. 기업들은 그동안 관행처럼 행해 온 중복상장이 전면 금지되면 자금조달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신사업 진출과 육성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벨스뷰 중복상장 이슈는 여기까지 말씀 나누겠습니다. 다음 회엔 개별 그룹이나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더벨이 분석해줬으면 하는, 관심있는 기업이나 그룹 사례가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더벨 기자들이 심층 취재해 전달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