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풋살대회가 열흘 남았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체력이다. 취업 후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 탓이다.
그런데 훈련을 해보니 의외의 복병이 하나 있는데, 바로 '룰'을 숙지하는 것이었다. 구기종목 문외한으로 스로인 규칙이나 킥인 위치가 생소하기 짝이 없었다. 골대 안에서 공을 던져버린 통에 실전이었다면 자살골이었다는 피드백을 들었을 땐 아찔했다. 무지의 결과가 자살골이라니.
자본시장이라는 거대한 경기장에서도 룰이 중요하기는 매한가지다. the Board에서 기업의 거버넌스를 분석하며 정관을 더 자주 열어보게 된다. 항간에 퍼지지 않은 기업의 약속들도 종종 발견해 널리 알린다.
황금낙하산 등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찾아보니 많은 기업들이 정관 안에 이 조항을 오래 숨겨두었다. 또 다른 유리한 조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감춰둔 조항은 미래의 분쟁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례는 정관이 가진 룰의 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랜 부진에 분노한 팬들이 대주주 글레이저에게 'Out'을 외쳤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정관에 명시된 차등의결권이 가문의 힘이었다. 일반주주 보유주인 클래스 A의 의결권은 1표지만 글레이저 가문의 클래스 B는 1주당 10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축구로 치면 1:10의 격차, 기적이 있지 않다면 뒤집기 어려운 숫자다.
고려아연은 반대로 골머리를 앓았다. 최윤범 회장 측이 우군을 확보하려 유증 카드를 집었을 때 제3자배정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정관이 발목을 잡았다. 국내 법인까지 확대하는 정관변경의 안을 두고 다툰 끝에 부결됐다. 이외에도 이사 수의 한도나 특별안건에 대한 주주 의결 하한선 등은 분쟁에서 승패를 가를 심판자의 역할을 한다.
투자자들은 구단의 기량을 평가할 때 실적과 신사업 격인 드리블과 전술에 열광하지만 경기장 속 헌법은 왕왕 잊는다. 일견 맞다. 스코어 차이를 결정하는 요건은 미리 맞춰둔 합과 선수의 기술일 것이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승률을 가르는 건 경기의 룰이다. 정관을 읽지 않은 플레이어는 스스로 리스크를 예약한 셈이다. 전망과 다른 룰의 반격은 상대팀뿐 아니라 팀에게 명운을 건 관중, 즉 투자자들도 당혹스럽게 만든다.
맨유 대주주가 이끈 건 구장 내에서의 플레이만은 아니었다. 고득점과 함께 확실한 승리를 꿈꾸는 투자자라면 정관이라는 규칙서를 다시 펼쳐봄 직하다. 지루한 규칙서를 정독하는 이만이 발견할 예언이 있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