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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승계의 시사점

프로토콜 중심은 독립이사…만장일치 의사결정

①존 터너스 선임 과정 이사회서 숙의하고 심층 면접…장기 근속 독립 이사들에 권한 보장

김태영 기자

2026-04-30 14:10:08

편집자주

애플이 차기 CEO 승계 절차를 공개했다. 팀쿡 CEO가 15년 장기 집권을 마무리하고 존 터너스에 바통을 넘겨줬다. 애플의 승계는 오랫동안 준비된 이사회 중심의 프로토콜에 따라 진행됐다. 이같은 승계 프로토콜은 CEO 교체기마다 항상 구설수에 휘말리는 한국 소유 분산 기업들과 오너십 승계를 고민하는 대기업들이 참조할만한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theBoard가 애플 승계 프로토콜의 이모저모와 한국 재계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봤다.
애플은 맥킨토시로 시작해 아이폰이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 테크 기업이다. 애플의 영향력은 시가총액 3조9600억달러란 숫자가 보여준다. 한국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 맞먹는 규모의 회사다.

애플의 CEO 승계도 세간의 관심을 받는 빅 이벤트다. 2026년 9월 팀쿡 CEO가 물러나고 존 터너스가 애플 경영의 키를 잡는다. 이 빅이벤트를 주도한 것은 애플 이사회다. 애플 이사회는 명목상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아닌 실질적인 권한으로 CEO를 교체하고 그 과정을 주도했다.

애플 이사회는 8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팀쿡 CEO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독립이사(사외이사)다. 애플의 지배구조 지침, 정관 및 헌장을 분석해 보면 독립이사들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더욱이 애플 독립이사들은 회사와 장기 동행하면서 사내이사 수준의 이해도와 책임감으로 승계 프로토콜을 따랐다.

◇ 평균 임기 10년 이상 7인 독립이사의 만장일치 결정

애플은 존 터너스(John Ternus) 하드웨어엔지니어링 선임 부사장을 차기 CEO로 정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터너스 CEO는 9월 1일 부임 예정이다. 애플을 15년간 이끌어 온 팀 쿡 CEO는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된다.

이 결정은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애플은 "이사회가 승계에 관한 장기간의 숙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애플 이사회 구조는 2011년 팀 쿡 CEO가 부임하면서 꾸려졌다. 애플 이사회는 통상적으로 총 7~9명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미국 빅테크 중에서도 이사회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팀 쿡 CEO를 제외하면 전원이 독립이사로 구성돼 독립이사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참고로 삼성전자도 8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는데 사내이사 3, 사외이사 5의 구조다.

애플 이사회 의장직은 독립이사가 맡고 있다. 현재는 아서 레빈슨(Arthur Levinson)이 의장직을 맡고 있다. 레빈슨 의장은 팀 쿡보다도 더 오랫동안 애플 이사회에 있었다. 2000년 최초 선임돼 26년째 애플 이사회의 멤버를 맡고 있다.

존 터너스 애플 차기 CEO(사진: 애플 홈페이지)
◇ 3년간 준비한 승계 프로토콜

애플 이사회는 CEO를 포함한 C레벨 경영진들의 승계 계획을 매년 검토하고 있다. 이번 CEO 승계 과정에서도 다양한 후보군들 평가하고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너스 이외에도 제프 윌리엄스 전 COO, 크레이그 페데리기 현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선임 부사장 등이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애플 이사회는 적어도 3년 전부터 승계 과정을 준비해 왔다.

이사회가 승계 과정을 검토하는 핵심적인 자리는 '별도 평가 세션(executive session)'이다. 매년 최소 4회는 이 세션을 가지도록 규정해 두었다. 평가세션은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참석하지 못하며 독립이사들끼리만 진행한다. 이 세션은 이사회 의장이 주도하도록 되어 있는데 만일 그 시점에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일 경우 선임 독립이사가 대신 세션을 주도하게 되어 있다.

다만 애플 이사들은 광범위한 주제에 걸쳐 외부 발언이 금지되어 있다. 승계 관련 멘트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사회가 CEO 후보군들과 가졌던 구체적인 대화 내용 등은 확인할 수 없다. 애플은 이사들에게 외부의 코멘트 요청을 경영진측에 대신 넘기라고 요구한다.

독립이사들은 회사 임직원과 자유롭게 면담할 수 있다. 이 중 핵심적인 내용은 CEO에게 보고함으로써 소통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애플 이사회는 매년 초마다 그 해의 잠정 의제들을 설정해 둔다. 이사들은 정기 이사회 때마다 추가 의제를 얼마든지 제안할 수 있다.

◇다양성 갖춘 독립이사…장기근속에 영향력도 커

팀 쿡 CEO를 제외한 7명의 이사회 멤버들의 임기는 평균 10년이 넘는다. 애플 이사들의 임기는 2010년대부터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이사회에서 최장수 이사는 2000년 선임된 아서 레빈슨(Arthur Levinson)이며 최연소는 2024년 최초 선임된 완다 오스틴(Wanda Austin)이다.

애플 이사들의 임기는 1년씩이며 매년 주총에서 연장 표결을 거친다. 임기 횟수에 제한은 없다. 이 역시 국내 기업들과는 차별되는 지점이다. 물론 75세가 되면 이사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실제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이 규정으로 인해 2024년 애플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최근 들어 이같은 나이제한에도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론 슈거(Ron Sugar) 독립이사는 올해 이미 77살이나 애플은 그가 '중요 인물'이라며 이사회에 남도록 했다. 이같은 논리에 따르면 향후 애플 이사들의 임기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아서 레빈슨 역시 올해 이미 75세가 됐다. 애플은 독립이사를 회사와 장기동행하는 구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서 레빈슨 애플 이사회 의장(사진: 칼리코 홈페이지)

◇ 다양한 업권 출신 전문경영인 다수 포함

독립이사의 권한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이사회 의장직이다.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CEO를 맡던 2010년 이사회 구조를 보면 이사회 의장이 없었으며 2명의 선임 독립이사가 그 직을 대체했다.

팀 쿡 체제가 들어선 2011년부터 애플 이사회에는 의장직이 마련됐다. 이때부터 줄곧 독립이사인 아서 레빈슨이 의장직을 맡아왔다. 의장은 여러 권한을 지니면서 CEO와 사실상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는다. 일례로 애플은 새로운 이사 선임 소식을 전할 때마다 해당 인물에 대한 CEO와 의장의 평가를 각각 내놓는다.

역대 이사진 구성을 보면 몇 가지 특징도 발견된다. 이들은 대부분 각종 산업군의 C레벨 출신들이다. 대표적으로 아서 레빈슨은 옛 나스닥 상장사이자 바이오테크 기업인 제넨테크(Genentech)의 CEO 출신이다. 이후 또다른 바이오테크 기업인 칼리코(Calico)를 창립하기도 했다.

이 밖의 전현직 독립이사들을 보면 문화콘텐츠(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전 회장), 소비재(알렉스 골스키, 존슨앤존슨 회장), 방산(제임스 벨, 보잉 전 CFO), 금융(수잔 와그너, 블랙록 공동창립자), IT(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 등 다양한 업계 출신이다. 팀 쿡 체제에서 애플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탈피해 IT 역량을 강화했으며 애플TV, 애플워치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였다. 독립이사들의 다양한 배경들은 이같은 혁신에 힘을 보탰다.

교수나 변호사, 회계사 출신 독립이사는 드물다. 역시 국내 기업들과 대비를 이룬다. C레벨 출신 독립이사들이 일부 대학의 겸임교수를 맡았던 적은 있지만 정확한 의미의 학계 출신 인사로 보기는 힘들다.

종합하면 애플 독립이사들은 장기간 이사회에 머무르면서 자신들의 전문 역량을 기여해 나가는, 구성원의 일부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애플 지배구조 지침 제 7조에는 “이사들이 회사에 오래 머무름으로써 누적되는 역량이 회사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임을 믿는다”고 적시했다. 사외이사들의 수명이 짧은 국내 기업들과 가장 크게 대비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