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승계 절차를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시작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히려 검증 기간을 늘리고 후보 평가 절차를 강화했다. 연임 가능성이 높을수록 승계 절차는 더 길고 엄격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하면서 회장 선임 과정 자체가 중요한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회추위의 독립성, 외부 후보에 대한 기회 보장, 후보 검증의 객관성 등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KB금융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승계 절차 전반을 손질했다. 회장 선임이 사실상 연임 수순으로 이어지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연임 가능성 높아도 검증은 강화
KB금융 회추위는 최근 차기 대표이사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시기만 놓고 보면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르다. 회추위는 우선 내·외부 후보를 포함한 롱리스트를 구성한 뒤 후보군을 20명에서 12명으로 압축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검증 기간 확대다. 회추위는 후보군 평가 단계를 세분화하고 외부 후보에 대한 검토 기간도 늘렸다. 특히 주요 주주들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기존 정기 IR 일정에 회추위원들이 직접 참석해 주요 주주들에게 회장 선임 절차 계획을 설명하고 관련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승계 절차를 이사회 내부 논의에만 맡기지 않고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형식 보완 차원을 넘어 금융권 전반의 지배구조 변화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현직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경우 승계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선임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상황일수록 회추위는 더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외부 후보군 관리와 주주 소통 강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들러리' 논란 차단…외부 후보 지원도 강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통해 회장 후보군 상시 관리, 승계 계획 사전 공개, 외부 후보 검증 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승계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바꾸고 있다. 후보군을 연중 관리하고 회추위 운영을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간 경쟁 역시 회장 개인의 역량보다 승계 시스템의 완성도를 겨루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떤 절차를 통해 후보를 검증하고 선임하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KB금융은 양종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승계 절차를 조기 가동하고 검증 단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외부 후보가 사실상 '들러리'에 그친다는 우려도 의식한 모습이다. 이번 승계 절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부 후보에 대한 문호 확대다.
KB금융은 외부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평판조회와 내부 정보 제공, 복수 인터뷰 기회 제공 등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지원 장치도 마련했다.
특히 1차 숏리스트 선정 이후 실제 인터뷰까지 약 두 달의 준비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내부 조직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는 외부 후보에게 충분한 학습 시간을 제공해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회추위원과 외부 후보 간 별도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역시 최근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다. 신한금융도 진옥동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종 회추위 개최 전 외부 후보를
대상으로 별도 간담회를 열어 그룹 현황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했다. 회추위 사무국 역시 최종 면접 준비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절차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실제로는 외부 후보들이 최종 면접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참여하는 등 일정 부분 실
효성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