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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꿀보직이 아닌 사외이사

이민우 기자

2026-07-21 07:45:00

공교롭게도 최근 몇 개월 간 여러 취재원과 기업 홍보담당자, 지인과의 만남에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이 있다. 바로 ‘내 꿈은 언젠가 사외이사가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나이불문, 종사하는 현업에 상관 없이 서로 일면식도 없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뱉은 말을 여러 번 듣다 보니 꽤 익숙하면서도 기이하게 들렸다.

사외이사란 직업이 무조건적으로 쉬운 직업은 아니다. 현재 활동하는 사외이사 역시 각자의 고충이 없을 리 없다. 사외이사 대부분은 선임되기 위한 장기간의 이력이나 눈에 띄는 성과, 한 분야의 대표성 등을 가졌다. 결국 어느 정도 여러 타인에게 이름이 알려진 인물인 만큼 그만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만 중압감과 별개로 그동안 사외이사라는 자리가 공공연히 ‘꿀보직’처럼 여겨진 건 사실이다. 이력과 명성을 쌓은 교수나 법조인 또는 규제당국 출신자나 고위직에서 은퇴한 재계 인사가 소일거리하며 높은 급여를 받는 자리란 인식이 짙다. 사외이사가 꿈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받는 보상 대비 업무 강도와 책임이 낮다는 인식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이런 인식이 형성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실제 담당한 역할이나 의사결정에 참여한 모습을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사회 의사록이나 결정 사안은 중요 기밀도 포함되기에 모두 공개하긴 어렵지만 당국이나 기업이 사외이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대중, 예비자에게 인지시킬 방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간 일부 사외이사가 객관성 없이 기업 오너와 사내 경영진을 뒷받침하는 거수기로 존재했던 것도 앞선 이미지 형성에 한몫을 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서 사외이사의 책임 부담이 커져 과거 대비 개선이 기대되지만 위 같은 문제는 여전히 상존 중이다. 사외이사가 ‘기업에 선택받았다’라는 수동적 입장이 아닌 전문성, 이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계약 연장 등에 종속되지 않게 하는 여러 부가 제도가 필요하다.

국내에 사외이사 제도가 들어선 지 30여 년에 가까워졌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사외이사가 현재처럼 ‘쉬워 보이는’ 이미지는 빨리 걷어내고 극도로 높은 전문성, 객관성을 요구받고 업무강도도 높은 어려운 자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사외이사요? 그거 쉽지 않던데요”라는 말이 더 많이 들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