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 중인 사외이사 제도 개편 논의에서 ‘독립성 강화’는 빠지지 않고 논의되는 주제다. 사외이사 명칭까지 독립이사로 바꿔 이사회 견제 기능에 더욱 집중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사회 현장을 장기간 누빈 이들 사이에서는 사외이사들이 견제 기능에만 너무 집중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찬우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사진)은
LS증권(옛 이베스트증권),
DB하이텍,
교보증권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교보증권에서는 이사회 의장까지 맡았다. 현재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감사로 재직 중이다. 이 감사는 사외이사 역할의 핵심은 경영진 견제가 아닌 균형과 조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감사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너무 강조하면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가 경영진의 고유 권한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경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고도 말했다.
◇이사회는 견제보다 균형에 집중해야, 다양성 추구도 주요 과제

이 감사는 이사회의 존재 이유가 기업의 본질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본질은 지속 성장”이라며 “이사회가 견제에만 집중하면 기업 성장의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회의 역할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경영진 활동의 지원, 이해관계자간 의견 조율, 불법·탈법의 사전 점검 등이다. 이 감사는 “이사회가 견제 기능도 발휘해야 하지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감사는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기관투자자 출신이다. 이에 기업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소액주주나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이사회에 녹여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감사는 균형감 있는 이사회를 갖추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구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여러 사외이사 경험을 통해 특정 출신이 편중된 이사회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기업 이사회라도 그 분야에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논의가 가능하다”며 “이들을 배제한 어느 한 쪽으로 이사회가 편중되면 제 기능을 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이사회 예시로 국민연금을 들기도 했다. 그는 “국민연금 이사회는 경영계, 노동계, 학계 등 서로 다른 관점이 공존하는 덕분에 활발한 논의가 가능하다”며 “이해관계의 충돌이 수반되지만 이는 이사회의 역할 다양성을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 없는 견제는 문제, 사외이사 책임 범위 명확해야
그는 경영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외이사들이 핵심 경영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권한 견제가 아니라 침해에 가까울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작년 7월 금융사를
대상으로 시행된 책무구조도 제도와 이사회 독립성 논의를 연결해서 짚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다. 현재 금융사 사외이사들 중에서는 이사회 의장만 적용 범위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고 나머지는 이 책임 밖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감사는 “경영에 관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사외이사들이 있는 현재 구조는 문제가 있다”며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조하려면 모든 이사가 책무구조도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참여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법적 책임에 대한 민감도 높아졌음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의 책임 범위가 모호하면 이사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이사들이 소신 있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