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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집중투표제 피해 시차임기제…상법우회 차단해야"

①김현정 더민주 의원 "사외이사 매년 재신임…저PBR 기업엔 설명책임"

허인혜 기자

2026-07-20 14:56:18

편집자주

theBoard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코스피가 장중 9000선을 넘어선 뒤 국내 자본시장은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상법 개정과 코스피 급등락 장세 속 한국 자본시장은 어디로 가야 할까. 상법 개정을 이끈 두 의원에게 시장 신뢰 회복과 주주 보호, 경영 안정성과 후속 제도 보완의 과제를 물었다. 현장 영상과 함께 담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를 인터뷰로 싣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 지수보다 제도의 실효성을 봐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기업 의사결정의 골격을 바꿨다면 앞으로는 기업들이 법의 취지를 우회하지 못하도록 빈틈을 메우고 시장에 대한 설명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특히 집중투표제 시행을 앞두고 일부 기업에서 검토한 시차 임기제를 새로운 우회 수단으로 지목했다. 이사들의 임기를 서로 다르게 설정해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를 줄이면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하는 효과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법이 시장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개정 취지가 실제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후속 입법을 이어가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코스피 상승 이후 과제는 상법 개정 실효성"

김 의원은 지난 1년간 코스피 상승을 이끈 동력으로 제도 개선과 기업 실적을 함께 꼽았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보다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과 낮은 주주환원, 중복상장 등 제도적 문제가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심화시켰다는 판단에서다.

김 의원은 "제도 개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제거했다면 AI 반도체 호황은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며 지수 상승에 추진력을 제공했다"며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빠른 상승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자본시장 개혁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상법이 바뀌자 일부 기업이 새로운 방식으로 제도의 효과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김 의원은 "일부 기업에서는 제도를 우회하려는 움직임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법의 형식이 아니라 실제로 소수주주의 이사회 참여와 주주 권익 보호가 가능해졌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시차 임기제 도입하는 기업들…사외이사 임기 1년 추진"

김 의원이 대표적인 우회 사례로 지목한 것은 시차 임기제다. 이사들의 임기를 일괄적으로 끝내지 않고 서로 다른 시점에 종료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방식이다.

집중투표제는 여러 명의 이사를 한꺼번에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수주주도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모아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다.

반면 시차 임기제를 도입하면 한 차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가 줄어든다. 선출 인원이 적을수록 소수주주가 집중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기 어려워져 제도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 경영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자 국제 사회에서도 활용 중인 모델이라며 반박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는 올해 9월 의무화된다. 김 의원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외이사가 매년 주주들의 평가와 재신임을 받도록 하면 이사 임기를 엇갈리게 배치해 집중투표제를 우회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매년 이사를 선출하면 경영진과 이사회가 단기 실적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에는 미국 기업 사례를 들었다. 미국 S&P500 기업의 대다수가 연례 선출제를 운영하면서도 이사의 장기 재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주의 매년 평가와 장기 경영은 양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PBR 기업에 주가 부양보다 설명책임 요구"

상법 개정의 후속 과제로는 주가정상화법을 제시했다. 상법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주가정상화법은 기업이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이유와 이를 해소할 방안을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제도다.

법안은 2개 사업연도 연속 PBR이 1배 미만인 상장회사에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저PBR 기업을 일률적으로 문제 삼는 대신 일시적인 업황 부진과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저평가를 구분하기 위해 2년 연속이라는 기준을 설정했다.

기업은 배당가능이익의 활용 계획과 배당정책, 자기주식 취득·소각·처분 계획, 사업구조 개선 방안 등을 공시해야 한다. 왜 시장에서 장부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는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법이 기업에 특정 주가나 실적을 강제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왜 시장에서 장부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공시 대상에는 배당가능이익의 활용 계획과 중장기 배당정책, 자기주식 취득·소각·처분 계획, 사업구조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된다. 비효율적인 자산을 정리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도 기업가치 제고계획에 담을 수 있다.

지난 4월 열린 토론회에서는 자기자본비용(COE)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함께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창출한 수익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본비용을 웃도는지 비교할 수 있어야 투자자가 자본 효율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해당 의견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반영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기업에 주가를 올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왜 저평가를 받고 있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설명할 책임을 부과하는 법"이라며 "계획을 공시하면 기업도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사업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코스피가 1만을 넘는지보다 PBR 1배 미만 기업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기업이 시장과 얼마나 투명하게 소통하는지가 더 중요한 단계"라며 "남은 임기에는 제도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넘어 실제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