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사 이사회 평가에서 금융지주는 상위권을 휩쓸었다. 금융지주 8곳의 평균 점수는 170점대로 은행 160점대, 보험 150점대, 증권 140점대를 크게 앞섰다. 다만 4대 금융지주만 놓고 보면 총점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 186점, 신한금융지주 182점,
KB금융지주 179점,
우리금융지주 177점으로 최고점과 최저점의 격차가 9점에 불과했다.
편차가 두드러진 영역은 평가·개선 프로세스였다. 하나금융이 35점 만점에 31점을 받은 반면
KB금융은 26점에 그쳐 5점이 갈렸다. 이사회를 평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외부 전문기관을 얼마나 활용했는지, 평가 결과와 후속 조치를 어느 수준까지 공개했는지가 변별점이 됐다.
◇점수·등급 공개한 하나·신한, 서술에 그친 KB·우리
theBoard는 자체 평가 툴을 활용해 주요 금융회사 53곳을
대상으로 '2026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발간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2025년도 사업보고서 등을 토대로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영역을 평가했다.
평가·개선 프로세스에서는 하나금융이 3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한금융 30점, 우리금융 29점,
KB금융 26점 순이다. 가장 큰 차이는 이사회 평가 결과의 공개 수준에서 나타났다.
하나금융은 문항별 점수를 100분위로 환산해 영역별 평균을 낸 뒤 5단계 구간에 대응시키는 방식을 쓴다. 90점 이상이 최상위인 '최고 수준'이다. 이 기준에 따라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 이사회 구조, 이사회 운영, 이사회 지속가능성, 이사회 평가 등 5개 항목이 모두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공개했다.
신한금융도 5단계 평가 척도를 함께 제시했다. 4.5점 이상은 5등급(매우 우수), 3.5점 이상 4.5점 미만은 4등급(우수)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의 2025년도 이사회 평가 결과는 5단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4등급이었다. 등급 수준은 달랐지만 점수 구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 모두 만점을 받았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구체적인 점수나 등급을 공개하지 않았다.
KB금융은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과 기능·역할, 책임, 주주권리 보호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우리금융도 이사회 구성과 독립성, 경영정보 제공 수준 등에 관한 평가 내용을 서술형으로 제시했다. 두 회사는 이 문항에서 각각 최하점을 받았다.
4대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평가 결과의 재선임 반영 여부와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의 ESG 등급을 살펴보는 문항에서는 모두 만점을 받았다.
◇하나, 외부기관에 평가 맡겨…신한은 11년째 검토
평가 결과 공개와 함께 하나금융의 점수를 끌어올린 것은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평가체계다. 하나금융은 2024년 11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신경제연구소를 평가기관으로 선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신경제연구소의 자문을 반영해 평가 기준을 변경했고, 이듬해 1월 해당 기준에 따라 2024년도 이사회 활동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는 다시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하나금융은 2025년 12월 이사회에서 앞선 평가 결과를 반영해 평가 기준을 한 차례 더 변경했다. 외부기관 선정과 평가 수행, 결과 공개, 기준 개선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갖춘 셈이다.
신한금융은 외부평가 도입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제 평가는 아직 내부에서 수행하고 있다. 2015년 2월 임시 이사회에서 외부평가 도입 근거를 내부 규정에 반영했지만, 도입 여부는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검토하기로 했다. 올해 연차보고서에도 "그 이래로 변경된 사항은 없다"고 기재했다.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뒤 11년 넘게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다만 이사회 평가와 사외이사 평가 모두 설문 발송과 취합, 점수 산출 등 실무는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 평가의 공정성과 익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외부기관이 평가 주체가 되는 방식과는 구분된다. 신한금융은 이사회와 위원회,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외부평가 도입을 현재 이사회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경영진의 내부평가와 사외이사 간 동료평가를 종합해 서술형 평가 결과를 작성한다. 외부 전문기관은 평가체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금융은 올해 2월 동료평가 비중을 80%에서 40%로 낮추고 외부기관 평가 30%와 지원부서 평가 10%를 새로 도입했다.
하나금융도 모든 문항에서 우위를 보인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최하점을 받은 항목은 이사회 구성원의 제재 및 사법 이슈를 살펴보는 문항이다. 함영주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 공채 과정과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은 올해 1월 유죄로 본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다. 업무방해 혐의의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평가에서는 사법 이슈 연루로 분류됐다.
하나금융은 이 문항에서 4점을 잃고도 평가·개선 프로세스 전체에서는 1위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