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사회 분석 SK하이닉스

사내이사 구성에서 본 기술과 경영의 균형추

[전문경영인 사내이사 코드]①기술전문가 CEO와 사업총괄 나란히, 위기 속 협력 방정식

김현정 기자

2025-05-21 13:00:43

편집자주

등기이사는 기업의 위기극복 전략과 조직 내 권력 지형도를 압축한 ‘코드’와 같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비오너 출신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기업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내이사를 들여다보며 이들의 경영전략과 조직 위상, 그리고 기업을 움직여온 핵심 인물들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SK하이닉스의 사내이사 활용법 중 하나는 미래 CEO 후보를 위한 등용문으로 삼는 방식이다. 박성욱 전 부회장과 이석희 전 사장 등이 사내이사에서 대표이사로 발돋움한 사례에서 보듯이 사내이사는 CEO의 리더십을 미리 검증하는 무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밖에 기술전문성을 가진 대표이사를 보완하는 역할로도 사내이사를 활용했다. 기술리더십이 중심 축이 돼 회사를 이끌고, 그 외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총괄이 성장 전략을 세우는 식으로 전략적 균형을 도모해왔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D램과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불어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이사회 CEO 등용문…박성욱·이석희, '사내이사→대표이사' 케이스

SK하이닉스는 종종 사내이사를 CEO의 연습 단계로 활용했다. 대표적 예가 8년 동안 CEO를 맡았던 박성욱 전 부회장이다. 2013년 초 처음으로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오른 박 전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의 하이닉스 시절인 2009년 3월부터 줄곧 사내이사로서 다양한 경영활동에 참여해왔다. 2011년 하이닉스가 인수된 뒤에도 연구개발총괄자 직책이었던 박 부회장은 쭉 새 SK하이닉스의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그는 인수 당시 정통 하이닉스맨으로 기술혁신을 통해 회사의 위기상황을 여러 차례 극복하는 데 일조한 인물로 평가됐다. 1984년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미국생산법인 담당임원과 연구소장, 연구개발제조총괄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보유한 사내 최고의 기술 전문가로 불렸다.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뒤 1여년간의 사내이사 활동을 이어간 그는 2013년 2월 신임 대표에 올랐다. 그는 2018년까지 6년 간 대표이사를 맡아온 장수 CEO이기도 하다.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좌)과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우)

이석희 사장도 사내이사에 올랐다가 대표이사가 된 케이스다. 2017년 3월에 처음 사내이사에 올랐고 2년간 사업총괄로서 사내이사로 활동하다가 2019년 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는 사내 손꼽히는 ‘D램 전문가’다.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했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텔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반도체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 사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자리를 옮겼는데 2013년엔 친정인 SK하이닉스로 돌아왔다. SK하이닉스에서 미래기술연구원장, D램개발부문장을 거쳤다.

이 사장이 사내이사에 올랐던 2017년 초 당시 SK하이닉스 10나노급 D램 개발 완료를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삼았던 시기였다. D램 전문가인 이 사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해 해당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평이 많았다.

이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성사시킨 공도 인정받는 인물이다. 2020년 당시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부문 인수로 회사의 낸드 매출을 인수 대비 3배 이상 성장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이를 추진했다. 11조원의 거금이 들어가는 대형 M&A였는데 인텔에서 10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이 사장이 이를 핸들링했다.


◇'기술전문가 CEO'와 '사업총괄 담당' 나란히 사내이사로

대표이사를 기술전문가로 내세우고 그 외의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사내이사로 올리는 케이스들도 더러 눈에 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합을 맞춰온 박성욱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준호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대표적이다.

박 부회장이 기술전문가였다면 김 사장은 그 외의 모든 영역을 담당하며 균형을 맞췄던 인물이다. 반도체 사업 경험이 많은 CEO가 회사를 지휘하고 김 사장이 CFO로서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그림이었다.

*김준호 전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전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
2013년 초부터 2018년 초까지 5년 동안 SK하이닉스의 사내이사로 활동했던 김준호 전 사장은 SK그룹 사람이 되기 전 20년간 검사로 일한 인물이다. SK 윤리경영실 수장으로 SK그룹에서의 첫 활동을 시작했다.

윤리지원실은 법무 지원과 내부 감사 업무를 담당하며 SK의 실세 조직 중 하나로 부상한 곳이었다. 김 사장은 이후 SK에너지에서 코퍼레이트매니지먼트서비스(CMS)를 총괄했고 SK텔레콤로 옮긴 뒤엔 기업문화와 미래전략, 대외협력, 재무, 공급망관리(SCM) 등을 총괄하는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맡았다. 코퍼레이트센터는 SK텔레콤이 전사 전략을 조정하기 위해 운영하는 조직이었던 만큼 자연스레 SK하이닉스 인수 업무도 그가 맡게 됐다.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뒤엔 그 회사로 자리를 옮겼고 거기서도 코퍼레이트센터장이 됐다. 2015년 코퍼레이트센터가 경영지원부문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김 사장도 경영지원부문장으로서 CFO 업무를 이어갔다. 박 부회장이 회사의 기술역량에 집중할 동안 김 사장은 PMI 작업을 이끌며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곽노정 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좌)과 노종원 전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현 솔리다임 대표)(우)

2022년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과 노종원 사업총괄 사장도 비슷한 그림이었다. 곽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의 기술통으로 디램과 낸드 등 전 사업분야 개발에서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을 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노 사장은 기술적인 부분 외 국내·외 사업 전반을 총괄하면서 미래사업을 발굴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사업총괄 직전까지 SK하이닉스의 경영지원담당 겸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맡았고 SK그룹 내 주요 M&A를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룹 안팎에서 재무나 투자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SK하이닉스가 11조원에 인수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의 안착에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곽 사장과 노 사장 나란히 2021년 말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선 둘 다 모두 사내이사에 올랐다. 곽 사장은 개발,제조 분야 통합 관리와 함께 전사 안전,보건 업무를 책임졌고 노 사장은 고객과 시장 트렌드를 파악해 경영환경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업무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