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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미래에셋생명 이사회 했더니 "마라톤 질의로 끝장 토론"

①위경우 이사회의장 "안건마다 실무진 배석해 즉각 브리핑","전문성 기반 전략 점검"

허인혜 기자

2025-06-24 08:35:08

미래에셋생명 이사회는 단순한 의결 기구를 넘어 전략 수립의 파트너로 기능한다. 끝장토론식 마라톤 질의를 통해 안건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안건별로 배석한 실무진과의 질의응답도 정례화돼 있다.

생명보험업 특유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려면 다각도의 검토가 필수다. 장기 투자나 배당처럼 민감한 의제일수록 재무, 법률, 보험 관점에서 다양한 질문이 오간다. 위경우 미래에셋생명 이사회 의장·숙명여자대학교 부총장은 이사회가 전략과 리스크를 먼저 점검하는 관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 부총장은 현재의 미래에셋생명 이사회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정관에서 정한 최장 6년의 임기를 꼬박 채워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이사회의 의장 역할을 맡았다.

◇"'마라톤 질의'로 의안 이해 최우선…실무진 바쁜 회의"

그가 의장으로서 세운 철칙은 '안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때문에 이사회는 종종 '끝장토론'을 방불케 한다고. 실무진이 바쁜 회의로도 꼽힌다.


이사회마다 안건에 맞는 실무진이 배석하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사들의 질문에 즉각 브리핑할 수 있도록 대기 인력을 배치한다. 보험업이라는 특수성과 기업가치 증대, 투자 리스크 분석과 디지털 신사업까지 폭 넓은 안건을 다루면서도 이사 각각이 명확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이유다.

위 부총장은 안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안건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하면 지나치게 너그러워지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게 위 부총장의 생각이다.

위 부총장은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의사결정이 위험한 안건 그 자체보다 위험하다"고 했다. 때문에 사외이사의 역할을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무엇을 결정하기 앞서 왜 이 방식을 택했는지를 묻는 자리라는 의미다.

미래에셋생명 이사회는 이사회 최소 일주일 전 안건을 공유해 의안을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준다. 그럼에도 의견이 갈리거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때는 이사회에 배석한 경영지원본부장 등의 실무진과 외부 대기 인력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답변을 준비한다고 위 부총장은 전했다.

◇이사회 평가 중위권, "전문성 고려하면 규모 적지 않아…선진화 노력 지속"

theBoard가 실시한 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총점 220점 중 141점을 획득했다. 전체 17 곳의 보험사 중 9위로 중위권을 기록했다. 1위 보험사인 KB손해보험의 총점이 175점이었다.

자체 평가에서 점수가 일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물었다. 우선 이사회의 규모에 대해서는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이사회는 사외이사 4인을 포함해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포진해 경영진을 견제할 만한 규모는 마련돼 있다는 평가다. 그는 "재무와 금융, 법학, 경영과 보험업 등 필요한 전문성은 모두 갖추고 있고, 예전 대비 규모가 줄어든 것도 아니"라고 했다.

또 모든 소위원회 위원장이 사외이사는 아니지만 경영위원회에 사외이사를 포함해 뒀다고 답했다. 위 부총장은 "회사 경영진의 구체적인 경영활동에 대해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이 작동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책무구조도는 필수 도입 제도로 보고 실무진들의 브리핑과 내부 논의를 거쳤다고 했다. 다만 이사회 선진화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사외이사가 견제와 전략적 조언자 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금융사의 사외이사로서는 경영진에 대한 조언보다는 견제와 균형의 역할이 조금 더 크다고 봤다. 다만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공통 목적 아래 양쪽의 역할을 오가야 한다고 봤다. 리스크위원회 등이 별도 마련된 캐나다 연금(CPPI)의 사례 등을 선진 모델로 제시했다.

위 부총장은 "재무관리 수업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상정하고 여기에 실제의 상황들을 하나씩 넣어가며 '이상에서 현실로'의 과정을 설명하곤 하는데 사외이사의 역할은 이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선진적 방향성을 논의하고 제안해 이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일이 사외이사의 직무"라고 정의했다.


◇보험 특수성 반영한 리스크 검토·시장으로 확대한 배당 논의

투자 결정 등 전문성을 요하는 의안은 더 촘촘한 의결 과정을 거친다. 투자 리스크는 회사의 실무진이 선행적으로 살펴본다. 이사회는 투자 안건의 경제적 근거에 기초해서 타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투자에 대한 미래 예상 수입이나 비용 등을 적절히 반영하는 지 등의 시나리오를 두고 질의와 토론을 진행한다.

특히 투자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이 들어도 상식적인 관점에서 타당한가를 염두에 두고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설정한다고 위 부총장은 이야기했다. 올해 1분기 말을 기준으로 미래에셋생명 이사회에 속한 사외이사는 위경우 의장을 비롯해 김학자, 유병준, 김혜성 이사 등 네 명이다.

김학자 이사는 법무법인 에이원의 변호사이자 금융감독원의 감사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내 법학과 금융에 모두 조예가 깊다. 유병준 이사는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다. 김혜성 이사는 국제손해사정 고문으로, 보험연구원과 KB손해보험 등을 거친 보험 전문가다.

보험사의 투자 전략은 타업권의 금융사와는 또 다르다. 단기현금흐름뿐 아니라 보험계약자의 만기구조와 환매 요청, 지급보증 이슈 등의 여러 관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의결된 대체투자 건들도 수익률과 회수 가능성, 장기금리 민감도와 유동성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물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상장 보험사다. 주가를 포함한 기업가치 증대와 투자자들의 인식도 이사회가 고민해야할 중요한 지점이라고 위 부총장은 언급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보험업계 배당에 관한 이슈였다. 당시 보험사의 이익 대비 배당금이 적게 책정됐다는 시장의 오해가 우려됐다.

보험사는 해약환급금 등 회계상 처리 때문에 배당에 순이익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크게 배치하기는 어려웠다. 미래에셋생명 이사회는 시장에서 이 선결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주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위 부총장은 "현재는 생명보험협회와 금융당국이 킥스(K-ICS) 비율이 높은 보험사에게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안다"며 "미래에셋생명 이사회도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