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들의 이사회 운영을 평가한 결과 순위 변동이 두드러졌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각축전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경영 성과' 지표를 제외하고 이사회 본연의 역할수행만 보면
삼성물산이
KT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경영권 분쟁 중 거버넌스를 개선한
고려아연의 약진도 눈에 띈다.
◇KT 추월한 삼성물산, 5개 지표 총점 1위
theBoard가 실시한 '2025 이사회 평가' 결과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만점 255점 중 223점을 획득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지켰다. 다만 ‘경영성과’를 제외할 경우 최고점수를 받은 기업은
삼성물산으로 바뀐다.
이사회 평가는 △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중 경영성과 채점 결과가 27점(55점 만점)에 그쳤다. 500개 기업 중 237번째에 불과한 점수다. 이 탓에 전체 순위에 큰 타격이 있었으나 나머지 지표만 따지면 200점 가운데 175점을 획득해 1위에 올랐다.
작년엔
KT가 경영성과를 뺀 5개 지표 기준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삼성물산에 자리를 뺏겼다.
KT는 참여도 지표에서 모든 기업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구성과 정보 접근성 지표에서도 각각 2위, 3위를 기록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견제 기능 지표가 지난해보다 뒷걸음질하면서 순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사외이사만 개최하는 회의가 16차례에서 6차례로 줄어든 탓이다.
반면
삼성물산의 경우 경영성과를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지난해와 같은 점수를 유지하거나 점수가 좋아졌다. 구성과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견제 기능은 점수가 동일했고 참여도는 36점에서 37점으로 소폭 개선됐다.
지표별로 보면
삼성물산이 1위에 오른 부분은 없었지만 5개 지표가 전부 4점대 평점(5점 만점)을 받아 고르게 고득점했다. 기록했으며 특히 견제기능에서 총점 41점(45점 만점), 평점 4.6점으로 전체 2위에 올랐다. 이사 추천 과정에서 전문채용 기관을 통해 후보군을 발굴하는 등 관리 프로세스를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점 등이 플러스 요인이 됐다.
◇삼성 계열사 '견제 기능' 강세…고려아연, 73계단 '수직 상승'
삼성물산과
KT 다음으론
삼성바이오로직스(172점),
삼성전자(170점),
KT&G(169점) 등이 뒤를 따랐다. 5위권에 삼성그룹 계열사가 3개나 포함된 셈이다. 3곳 모두 공통적으로 견제기능에서 강점을 보였다. 견제기능 점수가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KT&G의 경우 지난해 경영성과를 제외한 랭킹에서 4위였지만 올해는
삼성전자에 밀려났다. 점수가 오르긴 했지만
삼성전자의 개선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영성과 제외 총점이 2024년 161점이었다가 2025년 170점으로 훌쩍 뛰었다. 특히 정보접근성과 참여도 평점이 4.0점이었다가 각각 4.7점, 4.6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6위·168점),
현대모비스(7위·166점),
고려아연(8위·165점),
SKC·
GS리테일·
롯데쇼핑(공동 9위·163점) 등이 10위권을 채웠다. 전부 지난해보다 순위가 적잖이 점프했다. 작년 순위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이 8위,
현대모비스 11위,
고려아연 81위,
SKC 12위,
GS리테일 21위,
롯데쇼핑이 17위 등으로 대부분 10위권 밖이었는데 올해는 순위 뒤집기에 성공했다.
특히
고려아연이 70계단 이상 반등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2024년 경영성과를 제외한 5개 지표 중 평점 4점을 넘긴 지표가 정보 접근성 뿐이었지만 이번엔 3개 지표가 4점대를 기록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보니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지배구조를 개선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려아연의 총점 개선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은 구성 지표다. 이사회 의장을 오너인 최윤범 회장에서 사외이사인 황덕남 변호사로 교체한 점,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다양성 점수를 얻은 점, 올 2월 ESG 위원회를 신설한 점 등이 플러스로 작용했다.
◇네이버·카카오 나란히 '주춤'…롯데지주, 45위→12위 급등
반면 지난해 10위권이었다가 올해 역전당한 기업들은
카카오(5위→29위),
SK하이닉스(6위→14위),
네이버(9위→23위),
SK텔레콤(10위→12위) 등이다. 특히
카카오는 순위가 크게 20계단 넘게 떨어졌다. 견제 기능과 정보 접근성 개선에도 불구 구성과 참여도, 평가 개선 프로세스 점수가 전부 후퇴한 탓이다.
이중에서도 평가 개선 프로세스의 하락폭이 컸다.
카카오는 2024년 평가 개선 프로세스 총점이 31점(35점 만점), 평점이 4.4점이었지만 올해는 총점 27점, 평점 3.9점으로 내려앉았다.
또
SK텔레콤은
롯데지주와 함께 공동 12위를 기록하면서 아쉽게 10위권 수성에 실패했다. 경영성과 제외 총점이 158점에서 162점으로 오르긴 했는데 다른 기업들의 개선세에 추월당했다.
반대로
롯데지주의 경우 10위권에 진입하진 못했으나 작년 45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랭킹이 급상승했다. 올해 사외이사 추천 주체를 자세히 밝히고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보 접근성과 구성 측면에서 모두 의미 있는 개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