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소유가 분산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공기업에서 출발했다가 민영화를 이룬지 20년이 넘었지만 거버넌스 면에선 여전히 공기업 성격을 띤다. 이사회와 경영에 정치권과 관료 영향력이 여전하다. 정권 변화 때 마다 이사회도 물갈이되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이사회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KT 거버넌스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KT 이사회를 거쳐 간 사외이사 중에는 여타 소유분산기업 이사회 경력을 가진 이도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노출함으로써 정권 색채에 맞는 이사회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 KT에 존재하는 것이 KT 이사회 성격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T 이사회 합류하기 전 다른 소유분산기업 재직 시에는 정치색을 띠지 않다가 정치 참여를 본격화한 이후 KT에 영입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KT를 비롯해 여타 소유분산기업에서 이사회 활동을 이어 온 대표적 인물은 박병원 전 KT 사외이사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행시 17회로 공직에 입문한 박 전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 모체인 경제기획원에서 예산총괄과장과 경제정책국장 등 요직을 거쳐 참여정부 재정경제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2007년에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약 78%를 갖고 있었다.
200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를 마친 그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발탁돼 2009년까지 근무했다. KT와 인연을 맺은 건 2011년이다. 당시 KT는 김영삼 정부의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이석채 전 장관이 대표를 맡아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던 상황이었다. KT 전임 임원은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외부 인사를 영입해 체질 개선을 추진했는데 적어도 내 생각엔 그 때가 외풍 논란이 가장 심했던 때"라고 회상했다.
박 전 사외이사가 함께 KT 이사회에서 근무했던 인물 면면을 보면 비교적 정치색이 뚜렷한 이들이 눈에 띈다. 그와 함께 이사회 활동을 전개했던 이춘호 당시 사외이사는 EBS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친정부 색채를 강하게 인사였고 기업인 출신 이찬진 당시 사외이사는 이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송도균 전 사외이사는 이명박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KT 이사회에 적을 두는 기간 박 전 사외이사는 전국은행연합회장에 취임했고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2013년 이사회를 떠난 뒤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2015년 포스코 사외이사로 발탁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21년까지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그의 뒤를 이어 포스코 이사회에 합류한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환경부 장관과 조달청장을 역임한 유영숙 사외이사와 권태균 사외이사였다.
박 전 사외이사가 포스코에 재직하는 동안 정권이 교체가 됐고 포스코는 회장 선임 절차 논란을 포함 다양한 거버넌스 이슈를 직면했다. 시장 관계자는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유력 기업 이사회에 진입하는 게 흔하기 때문에 이사회 진입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할 순 없다"면서도 "성격이 비슷한 보수 정권 하에서 소유분산기업 사외이사직을 이어간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KT 이사회 특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23년 6월부터 현재까지 2년 넘게 KT 이사회에 재직하고 있는 최양희 사외이사의 경우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만 6년간 당시 포스코ICT(현 포스코DX)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출신의 최 사외이사는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2014~2017)과 윤석열 정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2024~2025, 장관급) 등을 역임한 인물로 2021년부터 현재까지 한림대 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ICT의 모체는 포스코가 1989년 출자해 설립한 포스데이타라는 기업이다.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포스데이타가 비상장 계열사 포스콘을 2005년 합병하면서 이듬해 포스코ICT로 재출범했고 그해 정기주총에서 최양희 당시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당시 포스코는 포스코ICT의 지분 절반 이상(약 62%)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외이사 선임에 포스코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00년 정부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서 민영화된 포스코는 최 당시 서울대 교수가 포스코ICT 이사회에 합류하던 때만 하더라도 낙하산 인사 등 외풍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최 당시 서울대 교수가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됐을 당시 정부 측과 이렇다 할 교감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그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던 2008년 정권이 바뀌었고 최 당시 서울대 교수의 대외활동 행보는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최 사외이사는 산업부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 위원과 방송통신위원회 기술자문위원, 대통령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활동했고 윤석열 정부에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 이름을 올렸다. KT는 최 사외이사 선임 당시 그를 'ICT 및 미래기술 관련 전문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KT 이사회 의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는 김응한 사외이사(2010~2013)도 포스코가 민영화된 이후 정권 개입 논란이 이어졌던 2003년 포스코에 합류해 2008년 이사회를 떠날 때까지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 사외이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전후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공개 비판하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