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이후 20여년 간
KT 이사회를 지탱해 온 이는 '관료'와 '교수' 들이다. 여타 소유분산기업이 매년 꾸준히 이사회 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영인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해온 것과 달리
KT의 경우 2010년대 10년 가까이 순수하게 관료와 교수 출신으로만 이뤄진 이사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해당 관료와 교수 출신 인사들은 대부분 정부 부처에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어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2010년 접어들면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급감
KT 사외이사진 특징 중 하나는 전직 관료 출신(국책연구소 출신 인사 포함)과 교수 출신 인사가 많다는 점이다. 민영화 이후 현재까지 23년 간 이사회를 거쳐 간 54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및 교수 경험을 갖고 있는 이는 41명으로 약 76%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교수 출신 중에서도 정부부처 근무 이력을 갖고 있는 이가 상당수로 사실상 사외이사 대부분이 관료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 이사회가 늘 관료와 교수 출신 일색이었던 건 아니다. 민영화 초기에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이사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2006년 말
KT 이사회에는 8명의 사외이사가 있었는데 이중 5명이 경영인 출신이었다. 지금
롯데웰푸드 대표로 재직 중인 이창엽 당시 한국코카콜라 사장과 전임
KB금융 회장이었던 윤종규 당시 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대표적인 경영인 출신
KT 사외이사로 꼽힌다.
이 밖에도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가 2007년 대선에 출마하기 직전까지
KT 이사회에 몸담았고 외환은행 뉴욕지사장으로 일한 스튜어트솔로몬 당시 메트라이프코리아생명 대표, 현재
에스엘파트너스에서 외국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곽태선 당시 에셋코리아투자자문(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등이 다른 경영인 출신 인사들과 이사회 호흡을 맞췄다. 이후 고정석 당시 일신창업투자 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0년 전후로 기업인 사외이사보다는 관료와 교수 출신 인사가 이사회에 집중 진입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8년 간
KT 이사회에는 경영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가 전무했다. 이 기간 이사회에 몸담았던 송도균 전
SBS 대표이사, 이현락 전 경기신문 대표 등 일부 언론인 출신 인사가 경영 전문성을 가졌다고 치더라도 8명 사외이사 중 2명 정도가 기업 경영 경험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경영인 출신 인사가 다시 이사회에 진입한 건 2020년대 들어서다. 표현명 전
KT 사장이 전직
KT 임원 출신의 사외이사로 2020년 이례적으로 기용됐지만 2023년 윤경림 대표 후보 및 이사회 멤버 대규모 사퇴 사태를 맞아 1년여 만에 이사회를 떠났다. 라이나생명보험 대표를 지낸 홍벤자민 전 대표가 잠깐 적을 두기도 했다. 2023년 이사회가 개편되면서 곽우영 전 현대차 부사장과 이승훈 KCGI 대표가 합류했다.
◇ KT&G·포스코홀딩스 기업인 사외이사 기용 꾸준
이사회 독립성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는 각 이사들 전문성이다. 이사회 멤버들에게는 경영과 회계, 법률 등 각 분야 전문성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시장 특성 상 특정 분야 전문가인 경우 이사 임기 종료 후 소속 기업 상대로 영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기 때문에 독립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전·현직 대학교수 출신 인사의 경우 전문 지식이 높다라도 현장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 정서 상 현직 C레벨 임원이 타사 이사회에서 활동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외국의 경우 타사 이사회 활동을 자기 회사 네트워크 강화로 보는 시각이 보편적"이라면서 "고위 관료와 교수의 경우 정부 측 인사와 가까울 수 있기 때문에 정치 권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경영인이 이사회에 더 많이 들어오는 것이 이사회 중립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유분산 기업 이사회는 외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 기용 수요가 클 수 있다.
KT와 함께 국내 대표적 소유분산 기업으로 꼽히는
KT&G의 경우 그간 꾸준히 다양한 기업 경영인 출신들을 기용, 최근 20년 사이 거의 매년 사외이사진의 절반 이상을 경영인 출신들로 채워왔다. 현재도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CFO와 손관수 전
CJ대한통운 대표, 이지희 더블유웍스 대표 등이 사외이사진 절반을 채우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포스코홀딩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오랜기간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오고 있지만 이사회가 완전히 관료와 교수 출신 일색이었던 적은 드물고 매년 경영인 2~3명을 꾸준히 기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는 관료 및 교수 출신을 비롯해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대표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경영인 출신의 사외이사가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이사회 멤버 백그라운드가 관료나 교수 등으로 획일화됐을 때 변화를 줄 수 있는 다른 배경의 인사는 꼭 필요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 조언이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우리나라 이사회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은퇴한 관료와 교수가 많다는 점인데 생산적 논의를 위해서라도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