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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KT

야권 성향 이사회…독립성 확보 기회될까

②시장에선 '정권 영향 고려할 것' 의견 대다수…내년 주총 이사회 재선임 불투명

이돈섭 기자

2025-11-13 15:50:06

편집자주

KT는 소유가 분산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공기업에서 출발했다가 민영화를 이룬지 20년이 넘었지만 거버넌스 면에선 여전히 공기업 성격을 띤다. 이사회와 경영에 정치권과 관료 영향력이 여전하다. 정권 변화 때 마다 이사회도 물갈이되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이사회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KT 거버넌스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차기 KT 대표 선출 키를 쥔 현직 사외이사 대부분은 야권 성향의 인사들이다. 지난 6월 초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가운데 지금의 사외이사진이 어떤 인사를 대표 후보로 내세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현직 사외이사 스스로가 2년 전 정권 영향 하에서 선임된 배경을 감안, 자체적으로 정무적 판단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 내년 3월 주총 시즌 이사회 멤버들의 재선임 여부는 불투명해질 수 있다.

◇ 직전 정부 선임된 사외이사 "정무적 선택할 것"

현재 KT 이사회 사외이사 8명 중 7명은 모두 2023년 6월 임시주총에서 일괄 선임된 인물들이다. 해당 사외이사들은 국민연금과 현대차 등 당시 주요 주주 추천과 복수의 서치펌 추천을 통해 후보로 추려져 선임된 인사들이다. 당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는데, 주요 주주들은 당시 정권 색채와 이사회 멤버 성향을 맞추지 않으면 곤란한다는 의견을 이사회 측에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KT 이사회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사추위 독립적으로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사회가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신임 대표 후보로 올린 윤경림 당시 대표 후보(사장)가 검찰 수사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고 사외이사 대부분이 동시에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사추위 역할이 무색해진 상황이었다.

물론 정권 교체 전 이사회에 진입해 지금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가 없진 않다. 김용헌 사외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KT 관계자는 "김 사외이사의 경우 정권 교체와 관계 없이 본인이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임을 표명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중도 사임을 해야 할 경우에는 남은 계약기간에 해당하는 보수를 모두 받고 나가야 한다는 말까지 하면서 사퇴를 거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사외이사가 다른 사외이사와 다른 선택을 한 배경에는 스스로 정권을 거스르는 인사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 아니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사외이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현 사외이사진에는 과거 보수 정권에서 장·차관 등 고위 관료로 활동한 이를 포함, 2년 전 친정부 인사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사외이사의 요구도 그렇게 무리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여진다.

관건은 불과 지난 6월 정권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KT 관계자는 "현 사외이사가 현 기준 야권 성향 인사들이 많아 보이지만 스스로 사외이사에 선임된 배경을 감안하면 그들 스스로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정권 서포트가 있어야 대표로 선임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그들 스스로의 재선임이 불투명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현직 사외이사 6명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 대표 인사권 넘나드는 이사회…"독립성 확보 기회"

2023년 6월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김영섭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추대했고 김 대표는 그해 말 임시주총에서 선임됐다. 김 대표의 대표 선임을 두고 시장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2002년 KT 민영화 이후 KT를 거쳐간 대표 중 외부 출신이 없진 않았지만 KT의 직접적 경쟁사 대표를 신임 대표로 발탁하는 건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는 말도 꾸준히 회자됐다.

김 대표의 임기 기간 동안 김 대표와 이사회 간 관계는 원활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기존 이사회와 달리 대표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간섭을 많이 한 것이 화근이었다. 전임 KT 임원은 "이사회 내부에 용산 대통령실에 줄을 대는 이가 많아 대표의 이사회 장악이 어려웠다"면서 "경영진 의견에 반대하면서 뒤에서 말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했고 김 대표도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KT의 전임 사외이사는 "이전에는 대표와 사외이사가 결을 맞춰 같이 가려는 모양새를 추구했다면 김 대표 체제 하에서는 대표와 사외이사가 대척점에 선 느낌"이라면서 "KT의 해킹 사태는 대표 사임에 적절한 명분을 제기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KT 이사회는 이달 초 이사회가 대표의 인사 및 조직개편 안을 승인토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는데 그간의 행적에 비춰보면 무리한 수순은 아니었다는 해석이 많다.

시장 일각에서는 KT 이사회가 비로소 독립성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고 보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권 변화에 따라 KT 거버넌스는 대표가 바뀌고 그 이후에 이사회가 전면 재편되곤 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이사회가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자체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서며 주주 목소리가 다양해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전직 KT 임원은 "현대차가 최대주주로 들어온 이후 사외이사 개개인의 의견이 하나로 합쳐지지지 않고 있는 점도 특정 주주의 이사회 장악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면서 "지금은 어떤 특정 세력에 줄을 댄 인사가 이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별 각자가 대변하고 있는 주주가 제각각이다보니 이사회 자체적으로 완결성 있는 목소리를 표출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역할은 경영진의 견제 감시이지 직접 경영 운전대를 잡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이사회가 할 일은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게 아니라 외부 목소리가 이사회에 들어오는 채널을 차단할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향후 이사진 교체는 논외로 치더라도 지금 상황에선 이사회가 자기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