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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금융지주 CEO 연임 논란? 핵심은 주주 이익 반영 여부"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소유구조에 따라 거버넌스 성격 판이"

이돈섭 기자

2025-12-11 08:24:29

금융지주 수장들의 연임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CEO 연임 의사결정 주체인 이사회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에 참호를 구축해 셀프 연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다른 편에서는 이사회가 비로소 독립성을 확보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 이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일까. 지난 9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사진)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서 연구위원은 이론과 경험을 두루 갖춘 학자로 통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공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국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감독원과 미국 컨설팅업체 아서앤더슨을 거쳤다. 이후 하나은행에 입행해 하나금융연구소장과 하나은행 마케팅그룹 총괄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그룹 리스크관리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금융연수원의 사외이사 연수 프로그램도 맡고 있다.

그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다. 한국은행 입행 후 외환위기를 겪고 그 직후 막 출범한 금감원에 합류했을 때 그가 맡은 업무는 리스크 관리 규정을 구축하고 관련 프레임워크를 구성하는 일이었다. 하나금융 재직 시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온몸으로 겪어냈다. "리스크 관리 업무는 금융회사의 중추와도 같은데 다양한 케이스를 접한 경험이 이사회 활동에 상당한 자산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금융연구원에 합류한 이후 기업 이사회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가 지금까지 거쳐 온 기업은 모두 6곳이다. 이중 절반이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 업체들인데 사외이사 재직 기간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 다양한 기업 이사회를 경험하면서 하나의 정형화된 이사회 모델을 상정해 모든 기업에 도입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 연구위원은 "A 기업에서 성공한 지배구조 모델이 B 기업에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면서 "경영진과 이사들의 능력과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버넌스 운영에 핵심 원칙은 있다. "이사회가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경영진을 견제 감독하는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 연구위원은 대주주 힘이 강해서 생기는 문제와 기업에 주인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는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상법을 개정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강화한 것은 대주주의 막강한 권한 행사에 맞서 주주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다. 기업 소유가 분산돼 있는 경우 경영진과 이사회 권한이 비대해져 주주 이익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이른바 '대리인 문제'다.

물론 주주 말고도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자는 많다. 금융회사는 부채를 일으켜 영업을 전개하는데 자칫 사고라도 일어나면 세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개정을 통해 금융회사 이사회 요건을 강화해 왔다. 다만 이사회 역할을 강조하다보면 권력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막으려면 이사회가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결정을 둘러싸고 시장에서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참호를 구축해 셀프 연임을 시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다. 그 비판의 적절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사회가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기 시작하면 잡음이 일수밖에 없다. 서 연구위원은 "CEO 임면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철저히 대변한다면 주주친화적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 노력도 동반돼야만 한다. 사외이사는 대개 제한적인 정보만을 갖고 중차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곤 한다. 서 연구위원은 "경영진이 이사회 사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사회 역시 CEO(경영진)이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자세가 동반돼야 한다"면서 "경영진이 제한된 임기 제한에 함몰돼 단기 성과만을 좇지 않도록 큰 그림을 함께 그리는 것도 중요하다"고도 했다.

다시 말해 일련의 이사 연임 논란의 본질은 연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결정이 주주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로 주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장기 성장 관점에서 내린 결정인지를 봐야 한다는 것. 서 연구위원은 "주주가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면 이사회도 그에 따를 수밖에 없고 결국 경영진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주주들이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