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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theBoard Pick 10

이재용 회장이 그리는 '뉴삼성' 체제 이모저모

②사업지원실 체제 발족, 바이오·보험 지배구조 개편…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부각

강용규 기자

2025-12-19 07:41:40

편집자주

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벽이 무너졌다. 상법 개정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가동 등 거시 경제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기업 지배구조도 시장 평가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다. theBoard는 올해를 관통하는 10가지 지배구조 이슈를 선정했다.
삼성은 2025년을 다소 어수선하게 시작했다. 삼성생명-삼성화재의 밸류업 이행으로 인해 양사 지배관계에 변화가 생겼으며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이슈로 이어지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는 사이 삼성전자는 실적 회복에 성공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을 통한 바이오사업 지배구조 개편도 자리를 잡았다.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이슈 역시 올 연말 회계결산에서부터 중단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며 불확실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 회장은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사업지원실 체제를 출범시키며 삼성을 정상경영체제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이 회장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이재용 회장, 10년의 사법리스크 털어냈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10년, 정식 기소 이후 4년 10개월에 걸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옥죄어 온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 회장은 미국·일본·중동 등 각지를 오가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국내에서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깐부 회동'으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올라 칼레이누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2025년 3분기 영업이익 12조1661억원을 기록하며 2024년 2분기 이후 5개 분기만에 10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실적 이외에도 테슬라 등 기업들로부터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하는 등 한동안 침체를 겪던 파운드리사업에도 서광이 비쳤다.

이 회장은 삼성의 비상경영체제를 상징하던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체제에도 종식을 고했다. 올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지원T/F를 8년 만에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T/F담당 사장을 사업지원실장으로 기용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사업지원실 체제 발족과 관련해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부활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삼성이라는 기업집단의 규모를 고려할 때 최소한이라도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이 회장은 사업지원실을 통해 그룹 운영의 대전략을 계열사에 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인적분할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초석 놓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11월1일을 기일로 의약품 위탁생산(CDMO)사업을 영위하는 존속법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및 신약개발사업을 담당하는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로 인적분할을 실시했다.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인적분할의 의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사업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사업을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고객사 입장에서 경쟁사에게 생산을 위탁한다는 이해상충의 여지를 해소했다는 데 있다.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 입장에서도 더욱 명확한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사업은 안정적인 성장에 방점이 찍힌 반면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은 잠재적인 성장성이 높다. 성장의 양상이 다른 두 사업이 인적분할을 계기로 온전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theBoard가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400개 기업과 코스닥 상장사 100개 등 총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사회 평가에서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1위에 오른 '이사회 모범생'이기도 하다.

2025년 평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55점 만점의 총점 기준으로 223점을 획득해 500개 기업중 유일하게 220점을 넘어섰다. 5점 만점으로 평점이 책정되는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6개 공통지표는 평점이 모두 4점을 상회했다. 이와 같은 우수한 거버넌스가 삼성에피스홀딩스에서도 나타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밸류업이 금융분야에 미친 나비효과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15일 이사회를 열고 향후 1년 동안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이 중 3조원 규모는 3개월 내 사들여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 계획에 따라 2025년 2월20일 삼성전자 보통주 5014만4628주와 우선주 691만2036주가 소각됐다.

이 주주환원활동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국내 기업집단 내 금융회사는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삼성생명과 1.49%를 보유한 삼성화재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앞서 보유지분 중 일부를 매각했는데 이 행위가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이슈'로 이어졌다.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보험 상품을 팔아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의 매각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만큼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따른 미실현이익 중 계약자들의 몫을 보험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분류하는 일탈회계를 적용해 왔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서 삼성생명을 포함한 생명보험사들이 국제회계기준을 벗어난 일탈회계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이에 당국은 계약자지분조정과 관련한 일탈회계를 중단하되 기존 재무제표에 소급 적용하지 않고 2025년 말 회계결산에서부터 전진적으로 적용하도록 결론을 내렸다.

일탈회계 중단으로 삼성생명의 재무건전성에는 딱히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오너-삼성물산-삼성생명(화재 포함)-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이다. 때문에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이 경우 계약자지분조정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한편 삼성화재 역시 그룹차원의 밸류업 이행에 발맞춰 4월30일을 기일로 보통주 136만3682주, 우선주 9만2490주를 소각했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삼성화재 보유지분이 보험업법상 관계사 지분 보유한도인 15%를 초과하게 됐다. 보험사는 다른 보험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경우 해당 보험사를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 15%의 초과분을 매각하는 대신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 이슈를 매조지했다. 삼성화재 역시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 지배구조의 축인 만큼 지배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재용 회장, 2026년에도 여전히 미등기임원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보폭이 갈수록 커지면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삼성전자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실적 반등에 성공한 지금 이 회장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대규모 투자와 같은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호조세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역시 기자들에게 "위원회 내에서 (등기이사 복귀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책임경영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이 회장은 모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으로부터 삼성물산 지분 1.06%(180만8577주)를 증여받았다. 이로써 이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율을 20.82%까지 끌어올리며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삼성의 지배구조 및 조직운영상의 변화, 계열사 회계 등 이슈가 마무리되어가면서 이 회장이 내세운 '뉴삼성'은 그 윤곽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