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이사회를 두고 자기 사람과 이너서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는 늘 이사진을 선임하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인물들의 과거 연혁, 경영진과의 교집합과 임기 사이클을 살펴보면 회장과 이사회가 운명공동체라는 의혹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그동안 어떤 뿌리에서 내려와 어떻게 구축돼 왔을까. 금융과 법률, 공공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하는 데도 왜 그 적정성을 공격받나. 더벨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의 면면과 인선 경로, 주요 경영진과의 연결고리 등을 따라가 금융지주 이너서클이 실존하는지, 실존한다면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를 역추적한다.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은 법적으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사회 멤버들의 전문성을 흠잡기는 어렵다. 금융계에 오래 몸담거나 관가에서 업력을 쌓고, 학자로서 관련 연구를 깊게 이어온 이들이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급 임원이나 대형 로펌의 변호사, 회계법인 대표, 관련 학문의 교수들이 주를 이룬다. 금융지주들은 전문성을 독립성의 근거로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전문적이라고 해서 독립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친밀한 전문가'는 회장의 참호를 더 꼼꼼하고 단단하게 쌓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안팎의 비판처럼 금융지주 이사회 내부에는 전문가이지만 친밀한 자기 사람이 존재한다. 이너서클의 역사도 유구하다. 대표 취임 후 선임된 사외이사의 비율과 임기, 재선임률, 출신과 인맥의 중첩 등을 이너서클의 근거로 활용할만 하다.
◇서울대 편중과 '회장-이사회' 동문화
TheBoard는 2025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하고 2026년 1월 금융지주 홈페이지에 기재된 정보를 참고해 10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76인과 10대 금융지주 회장,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와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며 현직 중 주요주주의 추천으로 배석한 예시가 있고 회장 선임과 재선임 국면에서 표결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포함했다.
그래픽=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금융지주의 이사회 멤버들도 서울대학교 출신이 주를 이뤘다.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76인 중 28인이 서울대에서 학사 이상의 학위를 받았다. 동문이 이사회에 있다는 것만으로 학연 인사라 할 수 없고 서울대 출신 엘리트 인재의 풀이 넓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대 편중 현상은 금융권, 특히 이사회 멤버 중용에서 오래된 관행이다.
지역거점 금융지주를 포함한 수치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절대적이다. 서울대 출신 28명 중 20명이 5대 금융지주에 포진해 있다. 2010년대에도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절반이 서울대였다.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4인, 우리금융지주가 5인, JB금융지주가 3인 등이었다. NH농협금융지주는 7명 중 6명의 사외이사가 서울대 출신이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서울대 출신이다.
지역거점 금융지주는 양상이 다소 달랐으나 결국 동문화라는 점에서는 같은 결과를 보였다. 해당 지역의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울타리를 형성하고 있다. iM금융지주가 경북대, BNK금융지주는 부산과 그 인근 대학이 강세였다.
교수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5대 지주일 수록 법조계와 금감원, 한국은행, 관 출신 많았다. 지역거점 금융지주는 해당 지역 대학교의 교수 비중이 눈에 띈다.
면면은 다르나 사법과 규제 리스크 방어용 전문가로 진지를 구축하는지, 지역 인맥이 있는 전문가를 배치하는지의 차이로 해석된다. 동문과 전직 관료의 결합이 금융지주의 이사회를 철옹성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갈이'하거나 장기 집권 동반자로 두거나
재임 기간은 금융지주의 필요에 따라 달랐다. 오너가 있거나 지역거점 금융지주의 경우 재임 기간이 비교적 길었다.
또 소유분산 대상인 5대 금융지주라 하더라도 재일교포 자본을 기초로 했던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표심을 유지하기 위해 재일교포 지분의 신망을 얻은 사외이사, 혹은 재일교포 계열 사외이사의 자리가 유지되는 경향성이 높았다. 윤재원 의장이 4회, 재일교포 추천의 배훈 사외이사가 3회 연임하는 등이다.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명확한 오너를 둔 곳이다. 사외이사들의 재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이상훈·안동현 메리츠증권 사외이사가 2020년부터 이사회에서 활동 중이다. JB금융지주도 김우진·박종일 사외이사가 2020년부터 이사회 멤버가 됐다.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짧다고 해서 독립적이지는 않다. 이사회 이사들의 평균 재임 기간이 짧은 경우 회장이 바뀔 때마다 이사진이 대거 교체된 영향이 컸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전원이 빈대인 회장 취임 시기인 2023년 이후 선임됐다. 우리금융지주도 7인의 사외이사 중 6인이 임종룡 회장의 초임 취임 시기인 2023년 이후 이름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푸본그룹, 유진프라이빗에쿼티 등의 과점주주가 각각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구도임을 감안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는 9인의 사외이사 중 8인이 함영주 회장 재임 기간 중 선임됐다. KB금융지주의 경우 현재는 전임 회장 시기 선임된 이사진이 유지되고 있으나 2026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가 70%다.
◇수십년 이어진 장기집권·이너서클 논쟁…유구한 의혹의 역사
2025년 반기 기준 현직인 이사회 멤버들의 정보를 분석했지만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 장기집권을 둘러싼 논란은 해묵은 질문이다. 20년 전 '은행장을 10년 하는 비법'을 담은 비판적 보도가 나오는가하면 2009년에는 금융권 사외이사의 임기제도를 손보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만큼 장기집권을 했던 회장들이 실존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991년(신한은행장)부터 2010년까지 신한금융을 이끌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렸을 정도다. 그의 업무 능력을 떠나 장기집권이 가능한 체제 자체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었다.
김승우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한 후 2005년 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2012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BNK금융지주는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특정 학교 중심의 내부 갈등'을 지적할 만큼 학벌 갈등이 고질적 문제였다. 동아대 출신인 이장호 전 회장, 부산대 출신인 김지완 전 회장과 더불어 부산상고 출신들의 라인과 대립이 이어져 왔다.
시간에 따라 양상이 변화하는 모습은 보인다. 이해관계가 약화됐다기보다는 그 형태가 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학연과 지연 등 출신을 중심으로 한 관계성이 뚜렷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거래관계도 추가된 것으로 추론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초 발간한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 리포트를 보면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줄었지만 소송대리나 자문 등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의 소속 사외이사가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