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이전 단계부터 후보 추천 창구를 열어둔다. 대표적인 문이 공모제 등의 주주추천과 서치펌 등의 외부 전문기관이다. 복수의 통로를 운영하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추천 경로의 비중을 표기한다. 일부 금융지주는 각 후보별로 어디서 추천을 받았는지까지 명시한다.
금융지주들은 이를 토대로 스스로의 이사회 독립성이 갖춰져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현장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추천 창구가 열려 있다는 사실이 곧 독립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서치펌·주주추천 후보들이 결국 이사회의 검증을 거쳐야한다는 점, 외부 전문기관과 소통하는 창구가 내부 조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사추위의 후보 검증 프로세스 자체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도 했다. 사추위를 거친 후보 선정이 독립적이냐, 아니냐를 가름할 단계조차 아니라는 지적이다.
◇76명 중 주주제안은 단 한 명 TheBoard는 2025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하고 2026년 1월 금융지주 홈페이지에 기재된 정보를 참고해 10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76인과 10대 금융지주 회장,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와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며 현직 중 주요주주의 추천으로 배석한 예시가 있고 회장 선임과 재선임 국면에서 표결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포함했다.
76인 중 '추천인'이 이사회나 사외이사(임원)추천위원회가 아닌 경우는 단 한 건이었다. 김기석
JB금융지주 사외이사다. 주주제안 사외이사로 추천인에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기재됐다.
JB금융지주의 이희승 사외이사도 주주추천을 거쳤는데
JB금융지주에서 후보를 받아들이며 최종적인 추천인은 임추위가 됐다.
주주추천과 주주제안은 법적 성격이 다르다. 주주제안은 상법 제363조의2(주주제안권)에 따라 요건을 갖추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요구할 수 있다. 법령 위반 등의 문제가 없다면 주총 목적 사항으로 상정해야 한다. 반드시 선임을 담보하지는 않아 표 대결이 예고된다.
10대 금융지주의 현직 사외이사 중 이사회의 사전 승인 없이 주주의 의지만으로 이사회에 합류한 인물이 단 한 명이라는 의미다.
자격요건과 독립성, 다양성, 후보 발굴과 관리, 검증 프로세스, 주주추천 후보 반영 여부 등을 담은 후보 추천의 기준은 금융지주별로
대동소이했다. 금융과 경영, 법률, 내부통제 등 전문 분야별로 후보군을 관리하고 성별과 경력 등을 다양화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후보 추천 경로는 앞서 정리했듯 명시했으나 구체적인 기관이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서치펌·주주추천 후보, 전문성 담보 vs 내부인과 소통 한계 금융지주들은 사추위 이전에 후보 추천 창구를 개방한다. 최종적으로는 사추위나 임추위가 적히더라도 그 전 단계에서는 외부에서 추천 후보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서치펌 등 외부 전문기관과 주주추천으로도 문을 열어둔 곳이 대부분이다.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우리금융지주의 2024년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경로를 보면 주주추천 후보가 6%, 외부 자문기관이 45%, 지원부서와 역대 사외이사(임원) 등이 각각 40%와 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는 사감추위에서 19.4%를, 외부자문으로 79.2%, 주주에게 1.2%를 추천 받았다.
KB금융지주는 서치펌을 통했다.
다만 서치펌 등 외부 전문기관과 소통하는 주체가 내부인이라는 점에서 독립성이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지주들이 밝힌 후보관리 프로세스를 보면 주주와 외부기관의 예비후보 추천 리스트를 받은 후 내부적으로 숏리스트를 구성하고 다시 이들의 자질과 능력을 심의하는
대동소이한 과정을 거친다. 외부와 소통하는 이들이 이사회 사무국과 실무진이라는 이야기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만약 서치펌 등 외부 전문기관에서 추천을 받는다고 해도 이들과 소통하는 이사회 사무국이나 실무진들은 기업의 직원일 수밖에 없다"며 "서치펌을 통한 인물들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부 추천인의 분위기를 본다면 '알아서 숙인다'는 기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법 전문가는 서치펌에 원하는 인물군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치펌을 거치더라도 기업 내부에서 요청한 인물로 롱리스트·숏리스트가 설정되기도 한다"며 "사실상 형식적으로 '어떤 인물을 찾아달라'고 해서 원하는 입맛대로 리스트를 받으면 서치펌을 이용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짚었다.
반면 서치펌 등 외부 추천은 금융당국의 권고이고, 가장 객관성을 담보한 통로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서치펌 중 토종 빅하우스로 분류되는 곳은 유니코서치와 커리어케어가 있다. 외국계는 콘페리, 이곤젠더, 하이드릭&스트러글스 등이 꼽힌다.
대형 서치펌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 사외이사국에서 후보군 선정을 위한 풀을 요청하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서도 후보의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체 후보군 외에 서치펌 등을 통한 외부 추천을 권고한다"며 "국내와 외국계 서치펌들은 사외이사 추천을 오래 해온만큼 후보군의 품격이 증명돼 왔고 이사군으로 두루 선정된다"고 답했다.
◇"사추위 검증도 사실상 거수기" 의견도 10대 금융지주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사추위(임추위)는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담보된다면 현 체제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TheBoard의 이사회 평가 지표에도 이 항목이 포함된다. 사외이사의 비중이 높을 수록 고점을 준다. 하지만 금융지주의 경우 시장 플레이어들과 금융당국 등에서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한 만큼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주추천 제도의 경우 CEO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라는 취지이지만 사추위에 올라간 후보들의 경우 '통과 의례'처럼 상정된다"고 답했다.
이어 "서치펌에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사람을 추천해도 그 인물이 채택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는 만큼 서치펌을 통해 외부의 의견을 받는 것 자체가 독립성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고 유효하다, 맞는 방향이라고 답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금융지주 중에서도 회추위나 사추위에 사내이사를 넣은 사례가 있다. 특히 오너가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메리츠금융지주는 김남구 회장과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임추위에서 활동한다.
NH
농협금융지주 임추위에 1인의 상근이사가 포함돼 있고
iM금융지주에서는 그룹임원후보추천회에 상임이사 1인이 포함된다.
JB금융지주는 임추위에 비상임이사가 활동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2인의 상근이사를 임추위에, 메리츠금융지주가 임추위에 상근이사 1인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