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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분할에 개정 상법 반영 흔적…투명성 확보 조치 눈길

주주충실 의무 고려 기록…향후 이사회 논란 차단 분석도

이돈섭 기자

2026-01-15 15:30:53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한화에서 인적분할해 출범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이하 한화머시너리)는 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새롭게 꾸려지는 계열사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한화는 상법 개정 이후 선제적으로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개정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한화 이사회 논의 과정과 한화머시너리 이사회 구성 내용을 보면 개정 상법의 취지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지난 14일 한화가 공시한 회사분할 결정에 따르면 한화 이사회는 주주충실 의무 관점에서 분할이 전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 전체’로 확대된 점을 감안해 분할의 영향을 검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앞서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개정하며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 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를 이사로 선임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추가한 바 있다.

한화 측은 이날 공시에 첨부한 이사회 의사록에서 “주주충실 의무 관점에서 이번 분할은 주주들이 지분율에 비례해 분할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받는 단순 인적분할”이라며 “분할 전후로 주주들이 보유하는 지분율이나 지분가치 총량에는 이론적으로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이 확대되는 효과는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또 “분할가액은 독립적인 외부 회계법인이 분할 대상 사업부문에 대해 객관적 검토를 거쳐 산정했다”며 “주주평등 원칙에 부합하며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신주배정기준일 현재 한화가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을 배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 재무제표상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분할 비율은 0.76(존속법인 한화) 대 0.24(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 수준이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선 이사회가 개정 상법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기록을 남김으로써 향후 분쟁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일반주주 등이 이번 분할이 주주가치를 끌어내린다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사회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가 이뤄졌다고 기록을 남김으로써 개별 사외이사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한화 인적분할 개요도. [이미지=한화]

한화머시너리 이사회 구성도 눈길을 끌었다. 한화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독립이사선임위원회와 감사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분할 출범 이후 한화머시너리의 자산총액은 8850억원으로 올해부터 자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사가 이사회의 3분의 1만 사외이사로 선임하면 되는 점을 감안하면 법정 기준보다 엄격한 구성을 택한 셈이다.

사외이사진 구성도 눈길을 끈다. 한화머시너리 이사회 멤버들의 전문 분야는 회계·재무 사업 법무 등으로 나뉘는데 사외이사 4명 중 3명(75%)이 현직 교수로 채워졌다. 윤재원 홍익대 교수 김민호 한양대 교수 이태식 카이스트 교수가 그들이다. 학계 인사가 아닌 사외이사는 서울고검장 출신인 이주형 법무법인 우승 대표변호사가 유일하다.

이번에 한화머시너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후보군은 과거 한화와의 접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인사들이다. 현재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인 윤재원 교수는 재무·회계 분야 전문가로 한화 측이 아닌 제3자를 통해 이사회 참여 제안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윤 사외이사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한화 측 인사와 직접 접촉한 이력은 없다”고 말했다.

김민호 교수와 이태식 교수 역시 과거 사외이사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 교수의 경우 과거 몸담았던 한국외식경영학회 한국관광학회 등이 한화 계열사와 관계를 맺어온 이력이 있으나 김 교수가 한화와 직접적인 거래 관계를 형성한 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관계자는 “학회를 통한 거래가 있더라도 역할과 비중에 따라 이해관계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활발하게 사외이사 활동을 해온 이주형 변호사는 현재 코스닥 상장사 리브스메드와 비상장사 다원메닥스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행법상 사외이사의 2곳 이상 겸직이 제한되는 만큼 향후 한 곳의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대체로 이사회 내에 판·검사 출신 법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한 명씩 두고 법률 자문 역할을 맡겨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법 개정을 계기로 이사회를 자발적으로 체계화·시스템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며 “인적분할 과정에서 주주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고 분할 법인의 이사회 운영 선진화를 도모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평가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향후 주주들의 반응과 실제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어떤 쟁점이 부각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김동선 부사장이 미등기이사로서 이사회 밖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다. 이사회 구성이 형식적으로 독립성을 갖췄더라도 최대주주의 영향력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센티브를 포함한 보수 문제와 계열사 경영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고 보상을 받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