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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사회 리빌딩

인사·조직 개편 심의…과도한 경영 개입일까

②LG유플러스도 C레벨 선임 부의 사항으로 규정…사외이사 자기 권력화 우려 해소 부족

김형락 기자

2026-02-13 07:32:30

편집자주

KT 이사회가 안팎으로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이용한 개인정보 유출과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하며 정보보안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경영진과 이사회에 책임론이 대두됐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있는 사외이사를 뒤늦게 발견해 이사회 책임론이 더 커졌다. theBoard는 KT 이사회가 발표한 쇄신안과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
KT 이사회가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요구를 수용해 주요 임원 인사·조직 개편 시 권한 행사 범위를 조정한다. 지난해 해당 사항을 이사회 사전 심의·의결받도록 개정한 이사회 규정이 기존 정관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사회 견제 기능 강화 취지를 유지하더라도 뒤늦게 정관과 이사회 규정을 정비해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KT 이사회는 지난 9일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사외이사 후보(3명)와 함께 정관과 이사회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주요 보직자 인사 등과 관련한 이사회 규정이 정관에 배치될 수 있다는 국민연금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세부 사항은 국민연금과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문제가 된 이사회 규정 개정은 지난해 11월 이뤄졌다. 개정 전에는 주요 조직 설치, 변경·폐지 등 조직 개편이 이사회 보고 사항이었다. KT 이사회는 이를 삭제하고 △부문장급 경영 임원, 법무실장에 대한 임명·면직과 △주요 조직 설치, 변경·폐지 등 조직 개편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에서 사전 심의·의결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당시 이사회 규정 개정안을 의결할 때 찬반이 명확히 갈렸다. KT 이사진 10명 중 4명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사외이사진에서는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와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가 해당 안건을 반대했다. 사내이사진인 김영섭 대표이사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나머지 사외이사 6명(△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최양희 한림대 총장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 IT개발센터장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승훈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회 민간운영위원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이 찬성해 안건은 가결됐다.

시장과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않고 진행한 이사회 규정 개정은 역풍을 맞았다. 국민연금과 노동조합은 정관과 상충 문제를 제기했다. KT 정관은 '사내이사가 아닌 경영 임원은 대표이사가 선임하고 그 임기는 3년 이내로 한다'고 명시한다. 사외이사가 주요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까지 관여해 대표이사 권한을 침해한다는 월권 논란으로 번졌다.

이사회 권한은 기업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사회 부의 사항에 인사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 이사회 규정에 △집행 임원 인사·보수에 관한 사항 △재무 담당 최고 임원(CFO), 안전 담당 최고 임원(CSEO) 선임을 부의 사항으로 정했다. SK텔레콤은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집행 임원 인사 안건을 이사회에서 승인받고 있다.

다른 소유 분산 기업과 비교하면 KT 이사회 권한은 큰 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비등기 임원을 대표이사 회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사회가 정하는 주요 직책에 비등기 임원을 임명할 경우에는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KT&G는 사장이 경영 임원을 임명한다.

KT 이사회는 경영진 견제 장치 강화라는 취지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안팎으로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해킹 사태 책임론과 소유 분산 기업 사외이사의 자기 권력화 우려를 걷어낼 소통이 부재했다. 사외이사에게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을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에서 이사회가 대표이사 외에 주요 임원 선임권까지 행사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사·조직 개편 권한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소유 분산 기업에서 이사회가 어디까지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KT 이사회가 경영 개입 논란을 불식하고 인사·조직 개편 의결 권한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추후 정관, 이사회 규정 개정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다. KT 지분 7.05%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4일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하며 주주권 행사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