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KT 이사회 리빌딩

사외이사 셀프 평가 도마…평가 개선이 관건

③외부 평가 도입·결과 공개·재선임 반영 여부 관건

김형락 기자

2026-02-13 11:20:30

편집자주

KT 이사회가 안팎으로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이용한 개인정보 유출과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하며 정보보안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경영진과 이사회에 책임론이 대두됐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있는 사외이사를 뒤늦게 발견해 이사회 책임론이 더 커졌다. theBoard는 KT 이사회가 발표한 쇄신안과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
지난해 해킹 사태 이후 KT 이사회를 향한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는 '결정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견제를 받아들이라'로 요약된다. 소유 분산 기업 이사회가 선임 당시 정당성만으로는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적절한 사외이사 평가 체계 수립과 외부 소통 정례화가 과제로 남아 있다.

KT 이사회는 지난 9일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사외이사 후보(3명)를 확정하며, 노동조합 의견을 반영해 사외이사 평가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논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KT 노조는 해킹 사태 책임과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며 이사회 운영 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제1노조(KT노동조합)는 지난 5일 이사회 평가제 도입을 요구했다. 제2노조(KT새노조)는 지난 10일 "사외이사 평가제 도입은 긍정적이나 형식적 절차가 아닌 퇴출 기제로 작동해야 하고, 그 기준과 과정이 외부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KT 이사회는 자기평가만 실시해 '평가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사회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말 또는 연초에 자기평가 형태로 이사회 활동 설문 평가를 진행했다. 이사회 활동 평가와 이사 개인 평가를 같이 했다. 개인 평가는 △이사의 주의·충실의무 이행 △선량한 관리자로서 적극적 활동과 참여 △기업 가치 제고 기여 등 3가지 항목에 대해 총 14개 문항을 5점 척도로 채점한다.


KT는 이사 개인별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이사회 활동 평가 결과만 공개했다. 이사 개인이 객관적으로 평가에 임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사외이사 평가 결과는 재선임 여부에 반영하지 않는다.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사외이사 선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재선임 여부 참고 자료 중 하나로 활용할지는 이사회 논의를 거쳐 정할 계획이다.

KT는 theBord가 시가총액 상위 500개(코스피 400개, 코스닥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사회 평가에서 평가 개선 프로세스 활동이 약점으로 드러났다. 2024년과 지난해 6대 지표(각 5점 만점) 중 평가 개선 프로세스 지표 평점은 3.6점에 머물렀다. 해당 지표 순위는 2024년 73위, 지난해 90위였다. 외부 평가 프로세스 부재, 사외이사 평가 결과 재선임 미반영 등이 감점 요소였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는 KT가 받은 다른 지표 점수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KT는 2024 이사회 평가에서 경영 성과(1.4점)를 제외한 △견제 기능(5점) △구성(4.6점) △참여도(4.4점) △정보 접근성(4.1점) 지표가 4~5점대다. 2025 이사회 평가에서도 경영 성과(2.1점)를 제외한 △참여도(5점) △구성(4.6점) △견제 기능(4.4점) △정보 접근성(4.1점) 지표가 4~5점대였다.


KT 이사회가 추후 사외이사 외부 평가를 도입한다면 금융권을 제외한 소유 분산 기업에서는 첫 사례가 된다. 소유 분산 기업은 이사회를 통제할 지배주주가 사실상 부재한 지배구조 특수성이 있다. 실효성 있는 사외이사 평가가 작동해야 이사회 자기 권력화를 방지할 수 있다.

감독 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따라 이사회·사외이사 평가 체계를 개선한 금융지주는 KT 이사회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국내 금융지주사들도 자기평가 위주로 이사회 평가를 수행해 관대화 경향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국 주도로 모범 관행을 도입한 뒤 사외이사 평가에 외부 기관 평가 점수를 사용하는 금융지주가 1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BNK금융지주는 2024년 사외이사 평가 때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를 병행했다. 이사회 운영을 실질화하고 사외이사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외부 자문기관이 이사회·위원회 의사록과 자기·상호평가, 이사회 전반에 대한 응답 결과 등을 활용해 사외이사 평가를 실시했다. 그해 외부 평가 결과 사외이사 전원이 S등급을 받았다.

이사회가 주도하는 소통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KT 이사회는 중요 의결 사항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도 사업보고서에 세부 사유를 기재하지 않는다. 경영진이 주재하는 분기 실적 발표 이외에 이사회 의장 명의 주주서한 정례화가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