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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의 투자성과

오너 물러나자 매도…회장님 사외이사의 손절 배경은

김준 경방 회장 보해양조 사외이사 주식 전량 매도…임기 중 주가 하락세

이돈섭 기자

2026-02-19 14:17:57

전라남도 목포에 자리잡은 주류제조 업체 보해양조에서는 타사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섬유업체 경방의 3세 경영인 김준 회장(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SK이노베이션 등 여타 기업 이사회에 사외이사로 참여해 폭넓은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오너가 일원이 일제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는데 김 회장은 때맞춰 주식 매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하반기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리더십 변화를 맞았다. 2014년부터 경영을 이끌어 온 임지선 대표를 비롯해 그의 동생 임세민 이사 등 오너 일가 경영진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았다. 임 대표와 임 이사는 보해양조의 최대주주 코스닥 상장사 창해엔탄올 최대주주(21.5%) 임성우 회장의 자녀다. 임 대표는 지난해 6월 말 보해양조 지분 0.04%를 직접 보유하고 있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해양조 특수관계인 지분에도 변화가 있었다. 김준 사외이사가 이달 들어 총 세 차례에 걸쳐 기존 보유하고 있던 주식 6만2489주(0.1%)를 장내 매도한 것. 주식 매도를 통해 김 사외이사가 손에 쥔 현금은 2450만원 안팎이었다. 김 사외이사는 2023년 보해양조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 주식을 장내 매입한 바 있다. 보해양조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김 사외이사 보수로 연 평균 2760만원을 지급했다.

현직 사외이사가 임기 중 소속 기업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는 시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소지가 크다. 자칫 기업 가치 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로 비췰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속 기업의 주식을 취득한 사외이사 대부분은 임기를 마친 이후 공시 의무가 없어졌을 때 현금화를 추진하곤 한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공시 의무를 감안해 주식 매입 혹은 매도 계획을 밝히면 경영진 차원에서 만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963년생인 김 사외이사는 경방 창업주 김용완 전 회장의 손자로 현재 경방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사외이사가 가진 지분은 13.4%로 그의 동생 김담 경방 사장(21.0%)에 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사외이사 스스로도 경방의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이사회를 꾸려온 경험을 갖고 있다. 국내 기업 오너가 일원으로는 드물게 SK이노베이션 등 여타 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6월 사외이사 보수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사회와 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취지였다. 재직 중인 사외이사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주가 관리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란 뜻으로 김 사외이사를 포함한 당시 이사회 멤버들은 모두 해당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가 받은 주식은 당시 시가로 3200만원 어치였다.

보해양조 이사회는 이사회 산하에 별도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지 않은 만큼 김 사외이사는 오너 일가인 임지선 당시 부사장 측 연결고리를 통해 이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후퇴하고 사외이사 임기 만료가 올 3월 곧 도래하자 시장의 부정적 시선을 초래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었던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자산 1434억원 규모의 보해양조는 오랜기간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등 4명의 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해 왔다. 현행법 체계가 요구하는 이사회 구서 요건을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유지해 온 셈이다. 보해양조는 정원희 전 신수종합개발 대표(2014~2017)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2017~2020), 박균택 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2020~2023) 등 유력 인사들을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해왔다.


다만 김 사외이사의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종가 기준 보해양조 주가는 주당 469원. 최근 10여년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 사외이사가 이사회 진입 전 주식을 매입했고 정확한 시점은 공시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 수준의 손실을 피할 순 없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보해양조는 작년 한해 당기순이익으로 3억원을 기록, 1년 전(약 7억원)과 비교해 47.8% 감소했다.

김 사외이사가 주식을 정리한 만큼 그가 사외이사직을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김 사외이사의 임기는 오는 3월 정기주총까지이지만 상법 상 사외이사 최대 임기가 6년임을 감안하면 재선임의 여지가 남아있긴 하다. 2023년 3월 김 사외이사 최초 선임 당시 보해양조는 김 당시 후보에 대해 '다양한 실무 경험과 폭넓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중략)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 주주권익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