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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 32년만에 고려아연 이사회 떠난다

재선임 포기로 동업 관계 공식 종결…경영권 분쟁 명분 강화 카드

감병근 기자

2026-02-20 09:58:14

장형진 영풍 고문(사진)이 올해 임시 주주총회를 끝으로 고려아연 이사회를 떠난다. 고려아연 이사로 재직한 지 32년여 만이다. 이사 재선임을 포기한 이유로는 전문 경영인 체제 전환의 명분 강화와 함께 본인 의사를 전달할 이사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장형진 고문은 고려아연 이사 재선임을 위한 후보 등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 고문은 올해 3월로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재직한 기간이 가장 긴 구성원이다. 1994년 3월 고려아연 이사회에 들어와 약 32년간 연속으로 이사회 구성원으로 재직했다. 국내 상장사에서 보기 드문 초장수 이사 이력이다.

장 고문이 이사 재선임을 포기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풍 관계자도 장 고문의 거취와 관련해 “임기가 올 3월 만료되고 이사 후보 등록을 하지 않는 걸로 안다”며 “이사 재선임을 포기한 이유는 모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장 고문이 이사 재선임을 포기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우선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본인이 내건 전문 경영인 체제의 명분 강화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 고문은 2024년 하반기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하면서 장씨-최씨 가문의 고려아연 공동경영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 이사회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시장과 고려아연 소액주주에게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한 용퇴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국민연금을 포함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약 44%)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약 41%)은 치열한 지분율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상황까지 고려하면 소액주주 표심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장 고문이 현실적으로 고려아연 이사회에 남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장 고문과 장기간 동행한 강성두 영풍 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성두 사장을 통하면 장 고문의 의사가 충분히 고려아연 이사회에 반영될 수 있다.

여기에 이번에 영풍-MBK파트너스 측에서 고려아연 이사 후보로 등록한 5인 중 박병욱 후보도 사실상 장 고문을 대리할 수 있는 인물로 여겨진다. 박병욱 후보는 영풍 사외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임기 만료는 오는 3월이다. 박병욱 후보는 장 고문보다 1살 연하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을 실질적으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이끈다는 점도 장 고문의 이사 재선임 포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광일 부회장은 작년 주주총회를 통해 기타비상무이사로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했다.

올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고려아연 이사는 6명이다. 이 가운데 장 고문을 제외한 5명이 최윤범 회장 측 인사로 구성됐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장 고문을 제외하고 5인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6인 중 5인만 추천한 배경으로는 최근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한 미국 정부 측이 이사 1명을 추천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