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사외이사 구성을 통해 일정한 ‘전문성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다. 관료 출신 인사를 축으로 재무·법률 전문성을 병행하는 구조가 장기간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공학 전문가를 새롭게 전면에 세우는 변화가 감지됐다. 사업 특성과 대외 환경을 반영한 인선 흐름이 읽힌다.
◇관료 출신 축 유지, 재무 전문가도 끊이지 않아 최근 10년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관 출신 인사는 거의 매 시기 이사회에 포함됐다. 2015년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2016년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제2차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는 김대기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합류했고 2023년 이후에는 최태현 전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2024년에는 이은항 전 국세청 차장이 더해지며 세정·재정 라인까지 관료 스펙트럼이 확장됐다.
산업·공정거래·재정·청와대·국세청 등 출신 배경도 다양하다. 발전·원전·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특성상 정책·규제 환경과의 접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구성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해외 사업, 공공 발주 비중 등을 감안하면 정책 이해도와 정부 네트워크는 이사회 차원의 중요한 자산으로 꼽힌다. 관 출신 기용이 일회성이 아니라 계보처럼 이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재무 전문성도 끊기지 않았다. 2014년 백복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부교수를 시작으로, 2017년 남익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2021년 이후 배진한 고려대 경영대 교수와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 등이 바통을 이었다. 특정 시기에 공백이 있더라도 전후 시기에서 재무·회계 전문가를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구조조정과 채권단 관리, 대규모 자본확충 등을 거치며 재무 안정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 바 있다. 차입 부담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상존하는 사업 구조를 감안하면 재무 전문가의 상시 배치는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10년 동안 재무 계보가 단절된 적이 없다는 점은 이사회가 재무 통제를 중시해왔음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2025년 법률 대신 공학 전문성 강화 법조 라인 역시 2014년 선임됐던 차동민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2019년 선임됐던 이준호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등을 통해 이어져왔다. 대형 발전 프로젝트, 해외 플랜트 계약, 각종 분쟁 가능성을 고려하면 법률 리스크 관리도 주요 의제다.
다만 2025년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에서 법조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까지 유지돼 온 법률 축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끊긴 셈이다. 감사위원회 및 내부통제 체계와 연계 여부를 별도로 보더라도 사외이사 구성상 법률 전문성의 공백은 분명한 변화다.
지난해에는 법률 전문가 자리에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이름을 올리며 공학 전문성이 새롭게 부각됐다. 전통적으로 관료·재무·법조 중심이던 축에 기술 리더십을 보강한 셈이다.
정진택 총장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자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열유체공학 및 에너지 시스템 분야 연구를 수행해왔다. 고려대 공과대학장과 연구처장 등을 거쳐 2019년 제20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대학 재정 안정화와 연구 경쟁력 제고, 산학협력 확대를 주요 과제로 추진했다.
학계에서는 공학 기반의 연구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에너지·환경·첨단 제조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대형 조직을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집약적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이사회에서 전략적 자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배경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가스터빈, 수소, 신재생 등 기술 집약적 사업을 영위한다. 에너지 전환과 차세대 발전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이사회 차원의 기술 이해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