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누락 혐의로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지주사 이사회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 의무는 총수에게 있지만 그룹 지배구조와 계열사 현황을 관리하는 지주사 이사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영원무역그룹은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영원무역홀딩스를 중심으로 사업회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계열사 82개 누락이 이뤄졌다고 보는 2021~2023년 동안 지주사 이사회는 소수 사외이사 체제로 운영되며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고발
대상인 성 회장의 경우에는 2015년 이후 지주사 대표이사 자리를 성래은 부회장에게 넘겨준 상태이기도 했다. 이후 성 부회장과 핵심 임원 등 3인이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이사회 과반 이상 의결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지주사 사외이사가 경영진 및 사업 활동을 견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영원무역그룹, 2009년 지주사 전환…계열사 관리·감독 역할 공정거래위원회는 영원무역그룹 성기학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성 회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그룹의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총 82개사를 누락했다고 봤다. 검찰은 공정위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계열사 누락 사태의 법적 책임은 총수인 성 회장에게 있다. 공정거래법 제14조에 따라 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 의무가 동일인(총수)에게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고발
대상이
영원무역홀딩스가 아닌 성 회장 개인인 점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사회에 계열사 누락을 방지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영원무역그룹은 지주사 '
영원무역홀딩스'를 두고 있다.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영원무역홀딩스를 통해 사업회사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 등을 지배한다. 지배구조의 최상단에는 성 회장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이 있다. 성 부회장→YMSA→
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으로 지배력이 이어진다.
통상 지주사 이사회에는 그룹의 지배구조을 파악하고 계열사 투자 현황, 계열사 간 거래 등을 관리감독해야하는 역할이 부여된다. 이를 위해 지주사는 계열사의 편입이나 지분 이동, 그룹 구조 변화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 받는다.
영원무역홀딩스 이사회의 경우에는 매년 '이사 등과 회사간 거래 승인의 건' 등을 의안으로 처리해 왔다.
사외이사에도 선관주의 의무가 부과된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조사·검토한 뒤 합리적으로 판단을 해야한다는 취지다.
영원무역홀딩스 이사진에도 그룹의 지배구조와 계열사 관리 실태를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는 1~2인 불과…경영진 견제 한계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2023년 3년간 성기학 회장이 계열사를 고의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3년간 영원무역그룹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별도기준 자산총계는 △2021년 5720억원 △2022년 6292억원 △2023년 669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상법상 대규모 상장회사로 분류되는 기준은 별도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이다.
대규모 상장회사로 분류되지 않은 탓에
영원무역홀딩스의 이사회의 주요 규제를 적용 받지 않았다. 대규모 상장회사는 최소 3인의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수 이상으로 두고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1인 이상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내부거래 통제 강화 의무도 부과된다.
2021~2023년 중
영원무역홀딩스 이사회는 4~5인으로 꾸려졌다. 사내이사는 3인으로 고정돼 있었고 사외이사가 1~2인에 불과했다. 경영진을 견제하기에 부족한 규모였던 셈이다. 2021년에는 최명석·로카누딘 마흐무드(Rokanuddin Mahmud) 사외이사가 있었다. 2022년에는 조인영 사외이사가 1인 활동했다. 이후 2023년에는 한철수 사외이사가 합류해 조 이사와 2인 사외이사로 있었다.
외국인인 마흐무드 사외이사는 사실상 1년간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물러났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2021년 중 총 여섯차례 열린 이사회에 단 한번도 참석 않았다. 최소한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은 이사로 사업과 경영진에 대한 감시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초 최 이사와 마흐무드 이사가 임기를 마친 가운데
영원무역홀딩스는 조인영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1년간 조 이사 홀로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조 이사는 1977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임기를 연장해 2028년 초까지 이사회 활동을 하게 된다.
2023년에는 한철수 사외이사가 합류했다. 1957년생으로 전북대 경영학과 졸업 후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고
영원무역홀딩스에서는 임기 만료 전 퇴임했다.
◇성기학 회장 2016년 지주사 대표이사 물러나…감사위원회 미설치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대상이 된 성기학 회장은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 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성 회장은 2015년까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사내이사 활동을 했다. 이후 2016년 당시 사장으로 있었던 성 부회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줬다.
즉 성 회장이 계열사를 고의 누락했다고 의심을 받는 기간에 성 회장은 지주사에 없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성 회장이 그룹의 총수로서 가족과 친인척 개인회사를 파악하기 어려운 위치가 아니었다고 봤다. 지주사에서는 떠났지만 사업회사인 영원무역 대표이사직은 계속 유지해 오고 있기도 하다.
성 회장이 지주사를 떠난 2016년부터
영원무역홀딩스 사내이사는 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2022년 초 채규태 부사장이 떠난 뒤에는 성 부회장과 김주원 전무, 조재영 전무 등 3인이 계속 사내이사로 있었다. 지주사 의사결정을 주도한 3인 핵심 인물로 꼽힌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경영위윈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소위원회를 2021년부터 두고 있었다. 감사위원회는 아직 설치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