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됐다. 오는 9월 전에 개정 상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1명만 선임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인원을 상향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되면서 이사회 구성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 이사 상한 축소를 포함해 다시 정관을 변경하려면 소액 주주 표심을 얻어야 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9일 정기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을 16명 이내에서 9명 이하로 바꾸는 내용 등이 담긴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됐다. 주총 특별 결의 요건 중 출석 주주 3분의 2(66.7%)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당 안건은 출석 주주 찬성률이 58.8%(452만5506주)였다. 오는 9월부터 집중투표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 안건은 출석 주주 찬성률 99.9%(642만5101주)로 가결됐다.
국민연금이 반대 표를 행사해 이사 수 상한을 축소하는 정관 변경 안건은 주총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효성중공업 의결권 지분 10.3%(95만5720주)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일부 소액 주주까지 해당 안건에 반대해 출석 주주 반대율은 41.2%(317만933주)였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정관 변경 안건을 재검토해 주주 가치 제고에 부합하면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고 주가도 상승한
효성중공업 주총에서 부결 안건이 나온 건 이례적이다. 해당 안건에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에서 시장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중공업은 이사회 구성 적정성·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 정원을 조정한다고만 안내했다.
오는 26일 주총을 앞둔
카카오가 보여준 시장 소통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카카오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을 11인 이하에서 7인 이하로 조정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카카오는 의안 설명 자료를 내고 △과거 포트폴리오 확장에 따른 이사회 확대 배경 △선택과 집중 전략 전환에 따른 이사회 최적화 필요성 △주요 피어 대비 이사회 구성 현황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단순 안건 외에 IR 자료 수준의 설명자료를 주주총회 전에 주주들과 공유했다.
시장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단순 안건 공시만으론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정공법으로 주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유일한 해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이사 수 상한 축소가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이사 선임을 제한하고, 일반 주주의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한다고 본다. 정관을 변경하지 않아도 이사회를 적정 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한다.
이사 수 상한 축소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 뒤 경영권 방어 전략으로 부각됐다. 이사 수 상한을 낮추면 집중투표로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도 제한된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를 보다 용이하게 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1주당 선임할 이사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받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행사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주총 때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임기 3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인원을 상향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은항 세무법인 삼환 대표세무사를 분리 선출 감사위원으로 재선임(2년)하는 안건만 가결했다.
이번 주총 뒤
효성중공업 이사회는 9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 사내이사는 조현준 회장, 우태희 대표이사(사장), 박남용 건설PU장(부사장) 등 3명이다. 사외이사는 이 세무사, 윤여선 카이스트 경영대학장, 최윤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성근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등 4명이다. 사외이사 임기가 이번 주총까지였던 이 전 대표는 다음 주총에서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까지 유임한다.
효성중공업은 오는 9월 개정 상법 시행에 대비해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1명 더 선임해야 한다. 향후 임시주총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인원 상향과 함께 이사 수 상한을 축소하는 정관 개정을 재추진하려면 이번 주총 때 해당 안건에 반대했던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번 주총 때 해당 안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가 모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더라도 찬성률이 65.9%라 특별 결의 요건에는 못 미친다.
이사 수 상한 축소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국민연금을 설득하기 어렵다면 소액 주주 지지를 늘려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효성이 보유한
효성중공업 의결권 지분은 44%(409만9365주)다. 소액 주주가 소유한 의결권 지분은 40.2%(373만9394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