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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촉발한 이사회 인사권 논란…지주사 규정 보니

10대그룹 지주 중 롯데·포스코, 임원승진·구조조정 등 보고…KT 사전심의는 과도한 수준 평가

김동현 기자

2026-04-27 15:58:59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지난해 말 KT 대표 교체기에 이뤄진 이사회의 과도한 인사권 개입 논란이 일단락됐다. 대표 교체 이후 4월 첫 이사회에서 인사·조직 개편 관련 사전 승인 규정을 삭제했다. 대표이사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감독하는 각각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실제 재계 주요 그룹은 회사 조직개편이나 임원 인사 사항에 대해 이사회 보고사항으로 하거나 대표이사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규정에 명시했다. 일부 회사는 집행임원 인사·보수 안건을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하고 있긴 하나 이번 KT 인사권 논란과 같이 이사회에서 이를 사전심의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SK·HD현대, 대표이사에 권한…롯데·포스코 보고사항에 규정

theBoard는 재계 순위 10위의 회사에 대한 이사회 규정을 살펴봤다. 재계 순위 1위 삼성부터 11위 신세계(9위 농협 제외)까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를 둔 그룹은 해당 지주사를, 지주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각 그룹 대표회사의 이사회 규정상 인사·조직 권한을 조사했다.

조사대상 그룹의 주요 기업은 인사와 관련해 대표이사 선정, 공동대표 결정, 타사 겸엄, 집행임원 등에 대해 이사회 부의안건으로 규정에 명시했다. 이는 상법 389조, 397조, 408조 등에서 강제한 규정으로 해당 인사 사항을 이행하려면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이외에 인사·조직 개편 사항은 사실상 경영진 자율에 맡겨진다. 이사회에서도 그 권한이 대표이사에게 있다고 명시하며 대표이사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있다. SK는 이사회 규정 14조부터 16조까지 이사회의 대표이사 권한 부여, 대표이사의 역할 및 책임, 대표이사의 권한 등을 나열하며 대표이사가 일상 경영활동에 있어 이사회로부터 권한을 받아 행사하도록 했다. 대표사는 그 권한을 인사에 따라 임직원에게 순차적으로 위임하는 방식으로 경영활동을 펼쳐간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HD현대는 대표이사가 경영진을 선임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워 이사회 규정에도 이를 반영 중이다. HD현대 이사회 규정 15조 2항에 경영진은 대표이사가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며 4항에선 최고경영자인 대표이사가 경영진의 업무분장을 정하도록 명시했다.

롯데와 포스코는 인사·조직 개편 내용을 이사회 보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임원의 승진이나 미등기임원의 선·해임 등 인사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며 매년 11월 연말 정기인사 때 이를 이행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계획이나 계열사 운영상 중요 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규정에 명시했다.

KT 인사, 이사회 보고→사전 심의→보고…"인사는 대표 고유 권한"

KT 역시 원래 인사·조직 개편과 관련한 안건은 이사회 보고사항으로 규정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부문장급 경영 임원 및 주요 조직 설치·변경·폐지 등을 이사회에서 사전 심의·의결하도록 한 조항을 신설하며 보고 사항 내 인사·조직 개편 관련 안건을 삭제했다.

경영진 견제 강화라는 취지를 앞세웠으나 이사회가 대표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KT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회사 측에 우려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T는 올해 박윤영 신임 대표 체제로 전환한 뒤 열린 4월 이사회에서 경영임원 임면 및 조직 개편 추진 시 이사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다.

다수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역임한 학계 인사는 "인사·조직 사전 심의는 감시·감독의 역할을 부여받은 이사회의 권한에서 넘어가는 것"이라며 "인사·예산은 대표이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인사 관련 안건을 의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 이사회 의견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10위 그룹 중 임원 선임을 이사회 안건으로 논의하는 회사로 GS 정도를 꼽을 수 있다. GS는 이사회 규정상 부의사항에 임원에 관한 인사 및 보수라는 조항을 집어넣어 이사회에서 의결한다. 다만 이를 이사회에서 사전심의하거나 보고하진 않는다.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다룬 임원 선임 안건은 이사회 7인(사내이사 2·기타비상무이사 1·사외이사 4) 전원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