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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전 ESG위원회 '송곳 검증'

외부 전문가 총동원해 합병가액·주주보호 집중 점검

김형락 기자

2026-05-14 16:34:44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상법 개정 이후 기업 이사회는 단순히 경영진의 결정을 추인하는 기구에 머물기 어려워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결정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양사 이사회는 합병안을 의결하기 전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 등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공을 들였다.

지난 13일 양사 이사회가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을 의결하면서, '통합 대한항공' 출범뿐만 아니라 상법 개정 뒤 달라진 이사회 운영 방식에도 관심이 쏠렸다. 양사 이사회는 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한 합병 필요성, 기대 효과, 합병가액 적정성 등을 토대로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양사 이사회는 법무부 가이드라인을 준용해 절차적 정당성에 흠결을 남기지 않았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면서, 이사회가 합병·분할·대규모 투자 안건을 논의할 때 사외이사가 검토해야 할 범위와 책임이 훨씬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개정 상법은 이사가 어떤 절차를 거쳐야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까지 명확히 정의하지는 않았다. 이에 법무부는 기업 조직 개편 과정에서 이사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야 충실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참고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특별위원회는 법무부 가이드라인 중 이사회 결의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이사회의 최종 의사 결정을 자문하는 임의 기구다. 법무부는 '특별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별도 조직을 구성하지 않더라도, 기존 사외이사회나 사외이사 중심의 위원회에 관련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양사는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특별위원회로 운영했다. 대한항공 ESG위원회는 표인수 미국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와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ESG위원회는 김현정 변호사(법무법인 내일파트너스)가 위원장을,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위원을 맡고 있다.

합병 절차는 소멸 법인인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4일과 29일 두 차례 ESG위원회를 열어 합병 계약 체결을 이사회 안건으로 부의할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존속 법인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 전원이 참석한 사전 간담회를 연 뒤, 본 이사회 하루 전인 지난 12일 ESG위원회를 개최해 기업과 주주 이익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양사 ESG위원회는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ESG위원회는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자문을 구했다. 대한항공 ESG위원회는 별도의 법률 전문가와 회계법인 2곳, 증권사를 선임해 합병의 절차적·실체적 정당성을 면밀히 검증받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ESG위원회 위원들은 합병 비율 산정 방식, 주요 가정 및 전제 조건, 통합 이후의 재무 구조 개선 가능성, 소수 주주 보호 방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추가 설명과 보완 자료를 요청하며 송곳 검증을 이어갔다.

대한항공 ESG위원회는 합병가액의 적정성 검토에 심혈을 기울였다. 합병가액 산정 기준 시점과 실제 합병 시점 사이 약 7개월간 발생할 수 있는 기업 가치 변동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쟁점이었다. 위원회는 외부 법률 전문가로부터 유사 선례와 법리 검토 의견을 수렴한 뒤, 규제 당국과의 협의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의 시차는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수용했다.

양사 이사회는 합병 결정까지 어떤 절차와 검토를 거쳤는지를 이사회 의사록과 의견서에 상세히 기록해 공시했다. 내달 25일 대한항공이 제출할 증권신고서에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이 포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