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공시집단 규제 리뷰

EQT가 품은 SK쉴더스, '빚'이 불러온 기업집단 지정

[신규 지정]모회사 SPC 흡수합병, 인수금융 탓에 자산 6조 육박

감병근 기자

2026-05-14 15:40:20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102곳으로 지난해보다 10곳 늘었다. K-뷰티와 K-푸드, 방산, 증권·플랫폼 산업 성장세가 반영된 결과다. 굵직한 M&A도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기획에서는 2026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바탕으로 그룹별 재무 체력 변화, M&A와 신사업 전략, 그리고 지배구조 개편 흐름을 짚어본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쉴더스'가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SK쉴더스와 캡스텍 등 단 2곳의 계열사 자산 합계가 약 6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은 지난해 말 SK쉴더스가 모회사인 특수목적법인(SPC)을 흡수합병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SPC가 SK쉴더스 인수를 위해 일으켰던 대규모 차입금이 자산으로 인식됐다. 해외 PEF 운용사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탓에 동일인(총수)을 자연인이 아닌 'SK쉴더스 법인'으로 지정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인수 주체인 모회사와 합병, 인수금융이 자산으로 인식

쉴더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5조9660억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102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84위에 이름을 올렸다. 소속 계열사는 SK쉴더스와 캡스텍 등 2개로,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계열사 숫자가 가장 적다.

쉴더스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말 이뤄진 SK쉴더스의 모회사 흡수합병이다. SK쉴더스의 모회사였던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는 EQT파트너스가 인수를 위해 설립한 SPC였다. EQT파트너스는 이 SPC를 주체로 내세워 2023년 맥쿼리자산운용과 SK스퀘어로부터 지분 68%를 인수하며 SK쉴더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SK쉴더스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합병 사유를 '기업지배구조 단순화에 따른 경영 효율화'라고 밝혔다. 다만 합병의 실질적인 사유는 차입 구조를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합병을 통해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가 인수 당시 일으킨 2조원대 인수금융이 SK쉴더스로 승계되면서 차입 구조가 일원화됐기 때문이다. 인수 직후 SPC가 떠안은 인수금융을 일정 시점 이후 피인수 기업으로 이전하는 방식은 해외 PEF 운용사들이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SK쉴더스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산총액은 5조8986억원으로 급증했다.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가 보유했던 인수금융 차입금이 SK쉴더스의 부채로 인식되는 동시에 자산 항목에 포함된 결과다. 이를 토대로 역산하면 계열사인 캡스텍의 자산총액 규모는 약 674억원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동일인에 법인 SK쉴더스 지정, 기업집단 외형 유지 가능성 낮아

공정위는 쉴더스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자연인이 아닌 '법인 SK쉴더스'를 지정했다. 해외 PEF 운용사가 최상단에 있는 지배구조에서는 자연인 총수를 특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법은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사익편취 우려가 없는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두고 있다.

현재 SK쉴더스의 최대주주는 EQT파트너스가 세운 룩셈부르크 SPC인 '소테리아 비드코(Soteria Bidco)'다. 과거 'EQT파트너스-소테리아 비드코-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SK쉴더스'로 이어지던 지배구조가 지난해 말 합병으로 인해 한층 간소화됐다. 참고로 EQT파트너스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로, 운용자산(AUM)이 약 156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PEF 운용사 중 하나다.

EQT파트너스 역시 합병 과정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정에 따른 공시 의무 강화 등의 규제가 주로 내부거래에 집중되는 데다, 이미 상장사 수준의 공시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합병을 강행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현재 분위기상 쉴더스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외형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SK쉴더스는 계열사 캡스텍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캡스텍 매각이 성사되면 SK쉴더스는 사실상 단일 기업 체제로 전환되기 때문에 더 이상 기업집단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