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달바글로벌 임시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약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사회 의사록에는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명시했지만, 이후 공개된 처분 계획에서는 대표이사 경영성과급과 임직원 보상, 마케팅 활용 등이 주요 용도로 제시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사회 '주가안정'→주총소집공고 '성과급·RSU·마케팅'…목적 확대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일 열린
달바글로벌 임시주주총회에서 상정된 4개 안건 가운데 2개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의 건과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이다. 반면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의 건과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에는 찬성했다.
핵심 쟁점은 자사주 취득 목적과 처분 계획 간의 괴리다.
달바글로벌은 지난 4월 22일
NH투자증권과 약 200억원 규모(보통주 10만1112주)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공시된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해당 신탁계약의 목적은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
그러나 이후 공시된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와 주주총회 소집공고에서는 자사주 활용 계획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목적이 사실상 확대됐다. 계획에 따르면 2025년 대표이사 경영성과급 미지급분으로 1만5707주, 2027년 대표이사 경영성과급 지급을 위한 사전 매입분으로 최대 2만5278주, 임직원 RSU 지급용 2만주, 마케팅 활용 목적 5000주가 각각 배정됐다. 소각
대상은 이들 목적에 사용된 이후 남는 잔여 물량에 한정됐다.
이를 단순 합산하면 대표이사 성과급과 임직원 보상, 마케팅 활용에 배정된 물량은 총 6만5985주다. 전체 취득 예정 물량(10만1112주)의 약 65%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자사주 취득 결정 당시 공시한 목적과 이후 처분 계획이 일관되지 않다고 판단해 의결권행사지침 제10조에 따라 반대했다.
전자주주총회 관련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냈다. 현물 출석을 원칙으로 규정하면서 전자주주총회 개최 여부를 이사회 재량에 맡기는 구조가 일반주주의 주주총회 참여 편의성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 정기주총 시즌에도 같은 잣대
국민연금이 자사주 취득 목적과 처분 목적 간 불일치를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것은
달바글로벌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다.
KT는 자기주식 취득 당시 주주가치 제고 목적을 공시했지만 이후 처분 계획과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를 받았다.
두산,
한화,
SK네트웍스,
KCC,
녹십자홀딩스,
현대자동차 등도 취득 당시에는 주가안정 또는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지만 처분 계획에 임직원 보상 목적이 추가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이브와
CJ에 대해서는 최대주주 등의 찬성만으로 보유·처분 계획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지배구조상 문제를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 절차가 신설되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한층 세밀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자사주 취득 당시 공시한 목적과 이후 공개된 처분 계획의 목적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경우 일관되게 반대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달바글로벌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당시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주주총회 결의사항을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돼 주주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달바글로벌은 약 7개월 만에 다시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게 됐다. 지난해에는 주주총회 권한 이관 이슈가, 이번에는 자사주 처분 목적의 불일치와 전자주총 정관 변경이 반대 사유였다. 사안은 달랐지만 소수주주 보호를 중시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