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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이사회 평가 도입…오너 부재 속 견제 기능 강화

이사회 규모 확대 이어 실질적 역할 도모, 실효성 확보 과제

이돈섭 기자

2026-07-07 08:40:16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조현범 회장 사법 리스크 이후 이사회 역할론이 제기됐던 한국앤컴퍼니가 이사회 평가 제도 도입에 나선다. 지난해 이후 이사회 조직을 잇달아 손질해 온 데 이어 이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며 거버넌스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사회 평가는 이사회와 개별 이사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점검해 견제·감독 기능을 높이는 대표적인 제도로 꼽히지만 실질적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말 한국앤컴퍼니가 공시한 2025사업연도(25/26) ESG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연중 이사회 평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사회 운영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이사회와 개별 이사의 역할 수행 수준을 평가해 개선점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그간 ESG팩트북을 발간해 관련 정책 소개에 주력했던 한국앤컴퍼니는 관련 내용을 한 단계 고도화해 ESG리포트를 발간했고 여기에서 이사회 평가 수립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이사회 평가 조치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지난 3월 말 42.03%) 조현범 회장은 지난해 5월 말 횡령 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5월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시장에서는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경영 의사결정과 내부 통제 기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지난해 7월 정기이사회에서 오너 부재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했고 거버넌스 강화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고 전해진다. 오너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이나 이사회 운영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한국앤컴퍼니는 과거 2023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는 결국 회사 전체 거버넌스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 평가 역시 이사회가 실제 견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 평가를 통해 이사회에 대한 책임성과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거버넌스 기능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검토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최근 1년 사이 이사회 조직도 꾸준히 손질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이사회 산하에 보상위원회를 신설했다. 등기임원 보수 체계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심의하도록 하면서 보상 결정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을 추가 선임, 기존 이사 6명으로 구성했던 이사회를 9명 규모로 확대 개편했다. 이사회 규모 조정은 기업의 대표적인 전략적 행보 중 하나다.

거버넌스 업계에서는 이사회 평가를 단순한 성과 측정이 아니라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감독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핵심 장치로 평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사외이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체계가 이사회 감독 기능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평가 방식은 외부 전문기관 또는 자체 평가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는 이사회 운영과 이사 연임 결정 판단 기준 등으로 활용한다.

다만 현재까지 한국앤컴피니는 구체적 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각 기업별로 이사회 의장이 다른 이사진 활동을 평가해 통보하는 식이나 이사들이 서로의 활동 내역을 평가해 사무국이 이를 취합해 전달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이사회 멤버가 다른 멤버를 평가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서 상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평가의 실효성 자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 이사회 평가 도입 검토는 이사회 내 이사회 평가 시스템을 이미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이사직을 경험한 사외이사가 포함된 것이 주효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 총괄대표 출신 이상훈 사외이사는 지난 5월까지 고려아연 이사직을 겸했는데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을 겪기 시작했던 2024년 거버넌스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이사회 평가 시스템을 전격 도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