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의 방향과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내에서 선제적으로 찬성했던 판단도 1년이 지난 현재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주 보호 강화가 기업의 경영 안정과 충돌하지 않도록 예외와 통제 장치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서도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3년마다 주총에서 승인받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매년 승인을 요구하는 현행법보다 경영의 예측 가능성과 이사회의 책임에 무게를 둔 설계다.
◇"상법 개정 효과 인정…경영 안정도 함께 봐야"
김 의원은 지난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에 찬성했다.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유지하던 시점에 당내에서 먼저 찬성 의견을 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를 더 미룰 수 없다는 이유였다.
1년 뒤의 평가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소액주주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당내에서 이 문제를 먼저 꺼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 판단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성격이 다른 제도라고 구분했다. 충실의무 확대는 경영 결과에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장치인 반면 집중투표제는 이사회 구성 방식에 직접 개입하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소액주주 보호와 경영 안정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장하는 것은 사후적으로 경영 결과에 책임을 묻는 장치이고 정당한 주주권의 강화지만, 집중투표제처럼 이사회 구성 방식 자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오는 9월 시행된다. 김 의원은 후속 제도들이 주주 권익을 실질적으로 높이는지와 함께 기업의 경영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봤다.
같은 원칙이 자사주 소각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우호지분이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은 차단해야 하지만, 취득 경위와 활용 목적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소각하는 방식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자발적 자사주, 일률 소각하면 M&A 부담"
김 의원은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으로 자사주를 직접 사들이는 경우 취득 후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는 원칙에는 동의했다. 쟁점은 합병이나 영업 양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 경영상 절차에 따라 취득한 이른바 비자발적 자사주다. 김 의원은 이처럼 경영상 절차에 따라 발생한 이른바 비자발적 자사주를 회사가 시장에서 임의로 매입한 자사주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김 의원은 "M&A나 임직원 보상 목적의 예외는 회사가 자사주를 계속 보유해도 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합병 등으로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는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으로 임의 취득한 자사주와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창업자 지분이 낮은 중소·벤처기업은 비자발적 자사주까지 보유하지 못하면 경영권 방어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사주 소각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접근에도 선을 그었다. 기업 실적과 성장 전망, 제도 개선 기대도 함께 주가에 반영된다는 판단이다.
김 의원은 "전면 소각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오른다는 확실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사주 소각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기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어떻게 보호하고 통제할지 함께 논의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특정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일반적인 1년 내 소각 의무와 달리 취급하도록 했다. 임직원 보상 등으로 자사주를 보유·처분할 때에는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하고 주총 승인을 받도록 해 예외가 무제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다. 해당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김 의원 안을 포괄한 위원회 대안에 반영됐다.
현행 상법은 취득일부터 1년 안에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제도, 합병 활용,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있으면 계획을 승인받아 예외적으로 보유·처분할 수 있다.
◇"3년 승인안, 느슨한 예외 아닌 이사회 책임 설계"
김 의원안과 현행 상법의 뚜렷한 차이는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의 승인 주기다. 김 의원안은 3년마다 주총 승인을 받도록 했지만 현행법은 매년 승인받도록 규정한다.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에는 자사주의 보유·처분 목적과
대상 주식의 종류 및 수, 보유 기간과 처분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담도록 했다. 승인 없이 1년 안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거나 계획과 다르게 보유·처분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장치도 뒀다.
김 의원은 승인 주기를 3년으로 설정한 배경으로 상법상 이사의 임기를 들었다. 상법은 이사의 임기가 3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사회가 임기 동안 자사주 활용을 포함한 중장기 경영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를 주주에게 평가받도록 하기 위해 승인 주기를 이사 임기와 맞췄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3년이라는 기간도 아무런 통제 없이 자사주를 보유하게 하자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자사주 보유·처분계획 승인 주기를 이사 임기와 맞춰 이사회가 책임 있게 중장기 경영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에 대해 주주 평가를 받도록 하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반면 현행 상법은 예외적인 자사주 보유가 장기화하거나 승인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년 주총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일반 주주의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자사주가 사실상 영구적으로 보유되는 상황을 차단하는 데 더 무게를 둔 셈이다.
김 의원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매년 승인안과 3년 승인안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 대안 자체가 논의될 여지가 거의 없었다"며 "주식시장과 기업 생태계 전체에 직접 영향을 주는 내용인 만큼 조금 더 숙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자사주 소각을 둘러싼 입장도 상법 개정에 찬성했던 기준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과 혁신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확인되면 이를 보완할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