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던 토큰증권(STO) 법제화가 결실을 맺은 데 의미를 부여했다. 분산원장을 증권 계좌부로 인정해 토큰증권 발행의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투자계약증권의 유통까지 법적 테두리에 포함했다는 평가다.
법률 통과만으로 시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스타트업과 핀테크가 직접 발행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요건과 장외거래 중개 규칙을 하위법령에서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시장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테이블코인도 일률적인 진입 규제보다 사업자의 업무 범위와 발행 규모에 따라 문턱을 달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준비자산과 상환 의무는 엄격히 적용하되 대형 은행과 소규모 핀테크에 같은 자기자본 요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STO, 발행뿐 아니라 유통까지 법 테두리로"
지난해 인터뷰 당시 국회에 계류 중이던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올해 1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분산원장을 법적 효력이 있는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하고, 그동안 증권사를 통한 거래가 제한됐던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허용했다. 법은 하위법규 정비와 관련 인프라 구축을 거쳐 2027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최종 법률은 김 의원안의 일부 내용을 반영한 위원회 대안으로 짜였다. 김 의원은 자신의 법안에서 발행과 유통을 함께 제도권에 포함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토큰증권을 발행 단계뿐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도 법적 테두리 안에 넣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토큰증권은 기존 증권과 다른 별도의 자산이 아니라 분산원장을 활용한 증권의 발행 형식이다.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더라도 이를 사고팔 수 있는 제도와 투자정보 제공 장치가 없다면 시장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게 김 의원의 판단이다.
개정 전에는 투자계약증권을 증권사가 중개할 수 없어 발행인이 직접 투자자를 모집해야 했다. 개정법은 다른 증권처럼 증권사를 통한 중개를 허용해 투자 접근성과 정보 제공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김 의원은 부연했다.
◇"발행인 문턱·장외거래 규칙, 시행령이 관건"
김 의원안과 최종 법률 사이에는 시장 진입 규제를 둘러싼 차이도 있다. 김 의원은 초기 시장의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장외거래중개업자에게 겸영업무와 투자권유대행, 신용공여 관련 규제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종 대안에서는 투자자 보호에 더 무게를 두면서 규제 적용 제외 범위가 당초 구상보다 좁아졌다는 설명이다.
발행인이 증권사와 연계하지 않고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진입 요건도 쟁점이다. 김 의원은 스타트업과 핀테크가 직접 발행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건을 열어두려 했지만 최종 법률은 당초 의원안보다 엄격하게 정리됐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스타트업과 핀테크가 직접 발행인으로 참여하기 쉽게 만들려 했는데, 그 부분이 시행령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느냐가 여전히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현재 토큰증권 협의체를 통해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와 장외거래소 인가체계, 유통공시 기준 등을 설계하고 있다. 장외거래소의 겸영 허용 범위와 거래한도, 증권 종류별 인가 요건도 하위법규와 가이드라인에서 정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 의원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기존 증권사의 역할만 지나치게 키우면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를 열겠다는 STO 법제화의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진입 문턱을 과도하게 낮출 경우 부실한 발행과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시장 초기에는 참여 요건과 책임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자기자본 아닌 업무별 규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정부 검토안을 가상자산위원회에 제시했다. 은행 중심 발행과 거래소 소유 분산 등을 논의한 뒤 당정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최근에는 통합안을 마련해 연내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 의원은 이용자 보호에 대한 견해가 1년 사이 변화했다고 밝혔다. 업계와 금융당국, 은행권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규제를 지나치게 낮추면 발행업체와 위험한 상품이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준비자산을 1대1로 보유하고 이용자의 상환 요구에 즉시 응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모든 발행 사업자에게 같은 자기자본 요건을 적용하는 방식에는 반대했다. 자기자본 기준을 낮추면 사업자가 난립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높이면 대형 은행과 기존 거래소만 시장에 남고 핀테크는 진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액 발행에 집중하는 핀테크에는 등록제를 적용하고 대규모 결제 인프라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인가를 받게 하는 단계적 방식도 제안했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 이력을 쌓은 핀테크에는 일정 기간 자기자본 요건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법(GENIUS Act)도 1대1 준비자산 의무를 두면서 일정 규모 이하 발행인에게는 연방 규제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주 단위 감독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 규모에 따라 감독체계를 달리하되 준비자산과 상환 의무는 공통으로 적용하는 구조다.
김 의원은 "한국도 소규모 발행에는 등록제, 일정 규모 이상에는 인가제를 적용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며 "혁신도 중요하지만 이용자가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의 규제는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친화는 국내 규제를 무력화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납득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혁과 새로운 금융 인프라 구축이 함께 가야 한국 자본시장이 반도체 사이클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는 체력을 갖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