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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삼익악기 정인모 독립이사 "주주가치 신경쓸수 밖에 없다"

아이엠스쿨 등 창업한 30대 벤처 사업가 "주주와 SNS 소통까지 노력"

이돈섭 기자

2026-08-14 10:49:29

삼익악기 이사회의 키워드는 ‘신·구(新·舊)의 조화’다. 올해 신규 선임된 이해선 독립이사는 1955년생으로 CJ제일제당과 코웨이를 이끈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함께 이사회에 합류한 정인모 독립이사(사진)는 1991년생으로 올해 35세인 연쇄 창업가다. 30년 넘게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을 동시에 영입해 전통 제조기업의 경영 경험과 스타트업의 사업 감각을 이사회에 함께 담았다. 삼익악기는 내후년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삼익악기는 사내이사 3명과 독립이사 1명으로 최소 규모의 이사회를 꾸려왔다. 독립이사도 주로 경영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선호했다. 하지만 올해 이사회 규모를 확대했고 동시에 이사진 다양성도 확보했다. 더벨과 만난 정 독립이사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정통 제조기업이 젊은 창업가를 이사회에 들인 것 자체가 새로운 사업 가능성과 외부 시각에 상당히 열려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국내 스타트업에서 정 독립이사 존재는 독보적이다. 2012년 카이스트 재학 시절 그는 우연한 기회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학교 알림장 앱 '아이엠스쿨'을 창업해 NHN에 매각했고 이후 샌드박스네트워크 e스포츠 자회사를 이끌다가 엑시트했다. 2024년에는 삼양식품에 합류해 글로벌 콘텐츠와 신사업 기획을 맡아 '불닭' 신화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는 사우나를 매개로 웰니스 문화를 조성하는 스타트업 사사사를 운영하고 있다.

정 독립이사와 삼익악기 간 첫 만남은 그가 거주하고 있는 대전에서 이뤄졌다. 삼양식품을 나와 웰니스 사업을 구상하던 그에게 삼익악기 신사업 담당 직원들이 연락을 취해왔다. 악기 제조 판매 분야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지만 기존 브랜드 유산만으로는 확장성이 없다고 판단, 외부 조언을 구하던 차였다.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에 이어 김 회장 아들 김민수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청사진을 그리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다.


삼익악기 직원들은 30대 상당한 성공 경험을 축적한 정 독립이사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을 구했다. 기억나는 조언은 "마케팅을 내부에서 전부 하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자금을 많이 투입한다고 제품이 잘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 날카로운 감각과 실행력을 지닌 외부 소규모 조직과 어떻게 협업하느냐가 중요하다. 삼익악기 측과의 만남은 김민수 부회장 미팅으로 이어졌고 이 자리에서 정 독립이사는 외부 벤처 사업가 시각에서 그의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그리고 올초 경영진은 정기주총에서 그를 신규 독립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그와 함께 CJ제일제당과 코웨이 등에서 대표를 지낸 이해선 독립이사도 새로 선임했다. 소비재 대기업을 이끈 베테랑 경영인과 두 차례 창업 매각을 경험한 젊은 창업가를 나란히 기용한 셈이다. 전체 이사 가운데 독립이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25%에서 40%로 확대했다. 삼익악기 측은 정 독립이사가 그간 쌓아 온 창업과 엑시트 경험, 마케팅 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독립이사는 "이사회에 합류한지 5개월여가 지났는데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경영진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요즘 젊은 층은 이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새로운 제품은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 알려야 할까 등과 같은 질문을 수시로 주고받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직원이 아니다보니 의견을 제시하는 데 오히려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면서 "최대한 솔직하게 의견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개편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예상치 못한 변화도 생겼다. 삼익악기 주주라고 밝힌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회사 경영과 주주가치에 관한 의견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정 독립이사는 이사회 멤버라는 점을 감안해 메시지를 외면하기보다 내용을 읽고 가능한 범위에서 답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거 창업과 매각을 여러 차례 경험해 온 만큼 그 누구보다 주주 가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정 독립이사는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 투자를 받으려면 누구보다 주주가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 형식적 구성을 강조하는 것보다 주주 이해관계가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누가 결정하고 책임지는지가 명확해야 한다"며 "불명확한 거버넌스 아래에서 회사가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 독립이사의 발탁이 삼익악기의 신사업 성과로 이어질지는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70년에 가까운 업력을 지닌 제조기업이 30대 창업가를 먼저 찾아 조언을 구하고 독립이사 자리까지 맡겼다는 점은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 독립이사는 "직원으로 기여하는 것과 이사로 기여하는 것은 방식이 다르다"며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경험이 좋은 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