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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분할 중단 기준 500억…보유 현금 고려한 마지노선

그룹 지배력 구축 이후 분할, 사내이사 중심 이사회 재고 가능성 낮아

이돈섭 기자

2026-09-15 17:40:15

보령이 전문의약품(ETC) 영업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500억원'을 분할 중단 가능 기준으로 제시했다.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500억원을 넘으면 이사회 판단에 따라 분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보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보유 현금을 다 쓰더라도 분할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보령은 사내이사 과반수의 이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보령은 15일 회사분할 공시를 통해 ETC 영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보령파마솔루션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분할기일은 내년 1월 4일이다. 보령이 신설회사 지분 100%를 갖는 단순·물적분할 방식이다. 신설회사는 영업·마케팅과 사업개발(BD), 유통 등을 담당하고 존속회사 보령은 연구개발(R&D)과 생산 등에 집중한다. 사업별 전문성을 높이고 독립적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매수예정가격은 주당 8924원이다. 이사회 결의일 이전 2개월·1개월·1주일의 거래량가중평균주가를 각각 산출한 뒤 이를 산술평균해 정한 값이다. 주주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분할에 반대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보령이 해당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보령의 15일 종가는 8250원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보령이 설정한 중단 고려 조건이다. 보령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지급해야 할 매수대금이 500억원을 초과할 경우 이사회 결의를 거쳐 분할 절차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500억원을 넘는다고 분할이 자동으로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매수청구가 들어오면 이사회가 분할을 계속 추진할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두겠다는 뜻이다.

주식 수로 환산하면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매수예정가격 8924원을 적용하면 500억원은 약 560만주에 달한다. 보령 전체 발행주식 8579만주의 약 6.5%에 해당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과 자기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과 비교하면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일반주주 5명 중 1명꼴로 분할에 반대하고 보유주식을 회사에 팔겠다고 나서야 중단 고려 조건에 달할 수 있는 셈이다.

보령 분할공시 중 발췌


재무적 의미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대규모로 행사되면 회사에서는 그만큼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지난 6월 말 보령이 보유하고 있는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500억원 수준이다. 500억원에 가까운 매수청구가 발생한 상황에서 분할을 추진할 경우 신설회사 출범 이후 투자 여력과 재무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사회 입장에서는 분할 효과를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동시에 500억원은 주주들의 평가를 확인하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보령은 물적분할의 이유로 사업별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원배분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신설회사를 커머셜 전문회사로 육성하고 향후 5년 내 상장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신설회사 지분을 보령이 100% 보유하는 만큼 성장에 따른 경제적 가치도 모회사에 귀속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대주주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기존 보령 안에 있던 ETC 영업사업이 별도 법인으로 이동하면서 주주는 해당 사업을 보령을 통해 간접 보유하게 된다. 향후 신설회사에 대한 자금 투입이나 외부자본 유치, 향후 상장 여부 등에 따라 모회사 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전문화를 위해 분할이라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주주마다 판단이 나뉠 수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대량 행사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현재 보령 이사회는 그룹 오너 김정균 대표 겸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4명과 차태진 최윌리엄우석 등 독립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보령 관계자는 "이번 분할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균 대표의 그룹 지배력은 수년 간 꾸준히 확대됐다. 김 대표는 2022년 보령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에 올라 경영 전면에 나선 뒤 2024년 개인 회사 보령파트너스를 통해 보령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보령에 대한 영향력을 높였다. 올해는 보령홀딩스가 보령파트너스를 흡수합병케 해 '김정균→보령홀딩스→보령'으로 이어지는 김정균 체제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