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이 기업 보상 결정 구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성과급의 노동쟁의
대상 여부에 관한 지침을 내놓으면서 이른바 N% 성과급을 둘러싼 논의가 거버넌스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 간 성과급 협의와 별개로 보상 규모가 성과와 재무 여력에 걸맞은지 자본배분 차원에서 이사회가 살펴보고 관련 원칙을 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주목할 기구가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다. 직원 성과급을 직접 결정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경영진의 보상 기준과 지급액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보상 감독 기능을 보여준다. 주요 그룹 지주사나 대표 사업회사 대부분이 보상위 또는 유사 기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감독 범위는 제각각이다. 누구의 보수까지 심의하고 성과평가와 인사에 얼마나 관여하는지가 역할의 차이를 구분한다.
◇ 등기이사에서 미등기임원까지…LG 보상위 역할 상당
theBoard는 올해 제출된 정기보고서와 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자산 상위 11개 그룹 가운데 농협을 제외한 10개 그룹 대표 사업회사와 지주사의 보상위원회 역할을 비교 분석했다.
대상은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
LG,
한화,
롯데지주,
포스코홀딩스,
HD현대,
신세계,
GS 등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GS를 제외한 9개 기업은 이사회 산하 보상위를 설치했거나 같은 역할을 하는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각 기업 보상위 차이는 심의
대상에서 나타났다. 등기이사 보수 심의가 중심인 곳이 있는 반면 미등기임원 보수까지 다루는 곳이 있었다. 등기이사 보수 책정에 주력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사내이사 개인별 고정보수와 보상체계 변경을 보상위에서 다뤘다. 주주총회에 올릴 이사 보수한도를 검토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별 보수에도 관여하는 구조다. 미등기임원 보수는 다루지 않았다.
현대차는 보수위(보상위) 설치 목적에 등기이사뿐 아니라 미등기임원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 심의 권한은 등기이사 보수한도와 사내이사 보수체계 중심이다.
한화도 등기이사 보상제도와 보수규정 변경을 안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 보수 지급 기준을 보고받고 실제 이행 결과를 체크하는 역할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LG의 경우 등기이사뿐 아니라 집행임원 보상을 함께 다루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상위를 신설한 뒤 올해 이사 보수한도와 보수 집행실적을 다루고 집행임원 경영성과급 지급안을 심의 의결했다. 사내이사 성과급은 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장사 독립이사는 “성과급 기준을 보고하지만 실제 지급 결과에 대한 보고 여부는 기업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등기이사와 별도로 미등기임원 보수 한도를 승인했다.
신세계는 임원 전체 성과급 지급과 보수 인상률을 심의 의결했다.
HD현대의 경우 대표이사가 부의하는 경우 미등기임원 보수를 심의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소위원회를 운영하는 이유는 이사회 전문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전문성을 가진 이사가 소위원회에 배치돼 실제 전문성을 발휘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적극적인 SK 이사회, 보수에 인사 정책까지 목소리
보상과 인사 정책을 포괄하는 곳도 있다.
SK는 2021년 4월부터 인사위원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위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사내이사 개인별 보수의 적정성을 심의하면서 대표이사 평가와 유임·교체, 승계 계획도 다룬다. 지난해 실제 안건에도 대표이사 평가와 유임·교체, 개인별 보수가 등장했다. 경영자를 평가하는 판단이 보수와 거취 양쪽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다.
포스코홀딩스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홀딩스 평가보상위원회는 지난해 전사 경영성과 평가와 함께 당해 연도 평가계획, 2025~2027년 장기성과 평가계획을 의결했다. 성과가 나온 뒤 보상안을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할지부터 다룬다. 두 회사 소위원회 운영 정책은 산하 계열사로 이어져 그룹 전체에 반영되고 있다. 시장에선 해당 소위원회의 역할을 확대 개편한 결과라는 평가다.
SK와
포스코홀딩스는 보수 심의의 근거가 되는 평가 자체를 위원회 기능으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SK가 대표 인사와의 연결을 보여준다면
포스코홀딩스는 연간·장기 평가계획을 통한 성과관리 기능이 드러난다. 보상안을 심의하는 데 필요한 평가 결과를 보고받는 것과 평가계획 자체에 관여하는 것은 다른 역할이다. 두 기업은 해당 소위원회에 이 역할을 집중시킴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한 듯한 모습이다.
보상의 수단과 지급기간을 설계하는 기능도 회사별로 제각각이다.
삼성전자는 사내이사 성과연동 주식보상 계약을 다뤘고
한화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부여와 제도 변경을 논의했다. 현대차도 신규 대표이사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승인했다. 경영진에게 어떤 성과를 얼마나 긴 기간에 걸쳐 요구할지 보상체계를 통해 구체화하는 역할이다. 다만
LG의 경우 주식보상 관련 안건을 별도로 공시한 바 없다.
위원 구성에도 기업별 차이가 관측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한화,
포스코홀딩스,
HD현대 등은 관련 위원회를 독립이사만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SK와
LG,
롯데지주,
신세계 등은 사내이사도 참여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가 경영진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를 통해 실질적 역할을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사내이사가 이사회와 경영진 간 가교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