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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거버넌스 선진화, 결국 돈 잘 벌수 있게 만드는 작업"

조정희 종근당홀딩스·라온시큐어 독립이사 "전문성에 기반한 원칙 지켜내야"

이돈섭 기자

2026-09-07 10:59:50

거버넌스 선진화의 목적은 무엇일까. 결국 기업이 돈을 잘 벌게 하는 데 있다.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것과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가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려 성과를 악화시킨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 좋은 거버넌스를 논하는 일은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동시에 기업 성장을 돕고 그 성과가 주주에 돌아가게 만드는 구조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대한 문제와 직결된다.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는 조정희 종근당홀딩스·라온시큐어 독립이사(사진)는 실제 이사회가 경영에 기여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오너기업과 소유분산기업에 똑같은 지배구조를 이식하거나 독립이사 수를 단순히 늘리는 것만으로는 성장을 도모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회사가 제대로 일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경영 효율성과 견제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독립이사는 기업자문과 인수합병(M&A)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험을 쌓은 베테랑 법조인이다. 법무법인 에버그린과 세종을 거쳐 2021년 디코드를 설립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홈플러스 매각 등 굵직한 딜들을 자문하면서 상장사 경영 자문 업무에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라온시큐어 이사회 진입을 시작으로 독립이사 커리어를 쌓기 시작, 현재 종근당홀딩스 독립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조 독립이사가 기업 거버넌스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의 일이다. 칼 아이칸·스틸파트너스 연합 측 자문팀 일원에 참여해 KT&G 주주활동에 관여했다. 해외자본이 국내 기업을 공격한다는 비판 속에서 자문 업무의 정당성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후 KT&G 경영이 점차 효율화 과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외부 자극이 기업을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과정을 통해 그가 체득한 건 시장의 견제와 긴장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하다는 점이다. 조 독립이사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은 기업 거버넌스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 가는 것"이라면서도 "각자가 자기 이익을 좇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거버넌스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공격을 틀어막기보다 다양한 자극이 오갈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 놓아야 한다.

기업 거버넌스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내외부 견제 장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각 기업 문화에 걸맞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긴장과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 독립이사가 현재 몸담고 있는 종근당홀딩스에서는 최대주주 이른바 오너 경영인이 미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오너가 없는 이사회에서 이사진이 한층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물론 전문경영인 체제 그 자체가 경영 효율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지분이 분산된 회사에서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내부자 중심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사회 기능이 비대해져 경영 상 비효율성을 초래한 경우가 관측되곤 한다. 반대로 오너기업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을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유구조에 맞춰 책임과 견제가 작동하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법무법인 디코드 홈페이지]
이사회 구성과 운영 역시 의사결정 절차를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기준을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적인 예가 독립이사 회의다. 조 독립이사는 "독립이사 회의로 이사 간 소통을 늘릴 수 있겠지만 특정 안건에 대해 의견을 미리 모으는 양태로 번질 수 있다"면서 "조직을 계속해서 새로 추가하는 건 옥상옥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있는 조직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독립이사의 역할도 감시와 조언 등으로 일부러 구분하지 말자고 했다. 조 독립이사는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절차와 구조가 바람직한지 제안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좋은 감시이면서 동시에 좋은 조언"이라면서 "독립이사가 이사회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충실히 소화할 수 있다면 감시와 조언의 역할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로 일반주주의 권익이 향상된 데 따른 부작용으로 기존주주 권리가 차별받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상법 개정이 소수주주에게 새로운 견제 수단을 제공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다수주주가 선임한 이사회가 주주를 대신해 회사를 경영한다는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다수주주 경영권을 인정하되 경영 과정에서 주주 전체 비례적 이익을 도모하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재계 성과급 이슈는 우려스럽게 비친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할 때 임직원 보상만큼 주주의 몫과 권리도 정당하게 고려해야 하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조 독립이사는 "주주환원 정책이 먼저 논의된 이후 성과급 문제가 다뤄졌어야 한다"면서 "주주 자본주의가 자리잡기 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얘기하는 건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만큼 독립이사가 소신 있게 활동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법 개정과 주주행동주의 확산으로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 위험은 커졌지만 국내 기업의 임원배상책임보험은 보장 범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조 독립이사는 "임원배상책임보험 같은 제도를 잘 갖춰야 독립이사들이 소송 위험에 위축되지 않고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