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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본 케이조선 딜 참여, 조연호 승계 '성장판' 마련

조문수·조연호 나란히 이사회 등판, 독립이사 '주주 영향' 판단 중요

이돈섭 기자

2026-09-09 16:00:13

한국카본이 케이조선 인수를 검토하면서 조연호 대표 체제의 첫 대형 투자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승계와 이사회 진입을 마친 조 사장에게 새로운 성장 기반과 경영 성과를 쌓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체 거래 규모가 9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데다 이사회 사내이사 전원이 오너 일가라는 점에서 투자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한국카본의 두 독립이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카본은 태광산업과 손잡고 케이조선 공동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카본은 법률자문사와 재무자문사를 선정하고 태광산업 측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연합자산관리와 KHI컨소시엄이 보유한 케이조선 지분 99.6%와 관련 채권 등이다. 경상남도 창원시에 소재한 케이조선은 1967년 설립돼 중형 상선 건조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이다.

케이조선 구주 가격은 5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인수 이후 유상증자와 회사채 인수, 선수금환급보증 지원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전체 거래 규모가 9000억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카본과 태광산업이 각각 얼마를 부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카본 측 역시 현재 시점에서 해당 딜 참여 관련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거래가 구체화하면 한국카본 이사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타법인 지분 취득과 출자뿐 아니라 인수자금 조달 및 보증 여부도 회사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안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카본은 지난 4월 미국 생산법인에 약 296억원을 출자할 때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케이조선 인수는 이보다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할 수 있다.

현재 한국카본 이사회는 조문수 회장 일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조 회장의 장남인 1994년생 조연호 사장이 올해 신규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조 회장의 배우자 이명화 이사와 차녀 조윤서 브랜드마케팅팀장도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내이사 4명 전원이 조 회장 일가들로만 채워져 있다. 올 주총 전까지 사내이사진은 조 회장과 이명화 이사와 전문경영인 1명으로 구성하고 있었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최남호 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 독립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사회에서 독립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3.3%에 그친다. 두 독립이사가 모두 반대하더라도 오너 일가 이사 4명이 같은 의견을 내면 이사회 의결을 저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케이조선 인수 여부와 출자 규모 결정은 결과적으로 조 회장 일가의 판단이 주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눈에 띄는 점은 케이조선 인수 검토가 조 사장을 향한 승계 작업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한국카본은 2023년 조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였던 한국신소재를 흡수합병했다. 당시 한국신소재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었던 조연호 대표는 합병 신주를 받아 한국카본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이듬해 두 차례 증여를 거쳐 만 서른에 최대주주가 됐고 올해 이사회 진입과 함께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한국카본은 조연호 대표가 이끌고 있던 한국항공기술케이에이티를 포함해 한국카본 임직원이 대표에 올라있던 립스와 에이치씨네트웍스, 한국글로벌솔루션 등 비상장 자회사들을 흡수합병해 지배구조를 간소화했다. 현재 한국카본 산하에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인 블루캐스트인베스트먼트 등이 남아있는데 블루캐스트의 경우 조 회장의 장녀 조경은 전무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케이조선 인수는 조 사장이 지분과 이사회 지위를 확보한 뒤 추진하는 첫 대형 성장 전략이라는 의미가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조 사장은 기존 사업을 물려받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의 외형과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는 경영 성과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카본은 조연호 대표를 '조선 및 항공 산업 전문가'로 소개하고 있다. 시장이 이번 거래를 조연호 체제 성장판 마련 작업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물론 산업적 명분도 있다. 한국카본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용 보냉재와 복합소재를 생산하고 케이조선은 중형 선박 건조에 강점을 가진 조선사다. 한국카본은 2022년 케이조선에 자금을 대여하고 중형 LNG 운반선 개발 협력도 논의한 바 있다. 케이조선을 확보하면 소재 생산에서 선박 건조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안정적인 내부 수요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소재기업이 조선업으로 직접 영역을 넓히면 업황과 수주, 선수금환급보증, 운전자금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인수 성공은 조 사장의 경영 기반을 강화하지만 실패에 따른 비용은 한국카본과 전체 주주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카본이 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부 차입이 불가피하다. 시장 관계자는 "이사회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전체 주주를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