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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

'구성'이 경쟁력 갈랐다…교보·하나·미래에셋 고득점

[증권사] 전체 총점서 30% 배점, 총점과 비례…신영·메리츠·한국증권 하위권

이지혜 기자

2025-06-17 08:32:37

편집자주

좋은 이사회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통찰 있는 결의와 책임이다. 그러나 이사회 리더십은 종종 구조부터 취약하거나 요식적으로만 기능한다. 정책거버넌스 모델을 창안한 존 카버는 "통상 이사회란 유능한 개인들이 모인 그저 그런 집단"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사회 경영이 부상할수록 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단 뜻인데, 금융사 이사회는 특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고정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와 시장 구조, 사회적 기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 theBoard가 독자적 툴을 만들어 평가해봤다.
탄탄한 기업 지배구조는 이사회의 구성에서 출발한다. 이는 단순한 인원 배치 이상의 문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경영진과의 견제와 균형, 전문성의 다양화 등이 모두 이사회 구성에서 결정된다. 이에 따라 ‘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에서는 구성 항목에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하고 각 증권사의 구조적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반적으로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높은 점수가 형성됐으나 중견 증권사 중에서도 구조적 강점을 드러낸 사례가 확인됐다. 교보증권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이 뒤를 이었다. 반면 신영증권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사회 수준 가르는 ‘구성’…교보·하나·미래증권 ‘앞서’

theBoard가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5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발간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연차보고서)와 2024년도 사업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자기자본 상위 15개 증권사를 포함해 주요 금융사 53곳이 평가대상이다. 이사회의 △구성과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이 중 증권사 이사회의 △구성 부문 평가에 이목이 쏠린다. 총 12문항으로 구성된 이사회 △구성 부문은 전체 220점 가운데 약 30%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배점이 크다. 이에 따라 해당 부문의 점수가 높을수록 전체 총점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실제로 증권사 가운데 이사회 △구성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교보증권은 전체 총점 기준 순위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이사회 △구성 부문의 절반 이상 지표에서 만점을 받아 60점 만점에 50점을 기록했다.

교보증권 이사회는 독립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전체 의장을 비롯해 소위원회 소속 위원장을 맡겼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해 후보 자격 검증의 객관성을 높였다. 그만큼 교보증권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구조적 기반을 갖췄다는 의미다.

하나증권미래에셋증권은 이사회 △구성 부문에서 각각 48, 46점을 기록해 교보증권의 뒤를 이었다. 이들은 전체 총점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총점 기준으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업계 3위, 하나증권이 4위다.

이들도 교보증권과 마찬가지로 이사회 의장과 각 소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맡겨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다만 임원후보위원회의 구성 등 항목에서 점수가 깎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전경남 Trading&지원사업부 대표 겸 사내이사가, 하나증권은 강성묵 대표가 직접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객관성 등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평균치 밑돈 신영, 메리츠·한국증권도 ‘아쉬워’

이사회 △구성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증권사는 신영증권이다. 신영증권은 해당 부문에서 60점 만점에 33점을 기록했다. 증권사 15곳의 평균치 40점을 밑돌았다.

신영증권은 비록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만 선임 사외이사를 둔 점, 이사회 지원조직 업무총괄자로 임원급을 배치한 점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사외이사가 4개 이상 소위원회에 중복 소속되어 있고 원종석, 황성엽 사내이사가 각각 경영위원회와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다. 이 가운데 황 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도 위원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사회 독립성 측면에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전반적으로 대형 증권사가 상위권에 올라 있긴 하지만 이런 흐름을 비껴간 곳도 있다. 메리츠증권한국투자증권이다. 이들은 이사회 △구성 부문에서 각각 35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위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사회 전문성, 각 이사진의 소위원회 중복 소속 등을 측정하는 지표에서 감점이 이뤄졌다.

한국투자증권도 비슷한 지표에서 점수가 깎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지표다. 해당 소위원회의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고 있지만 오너일가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자 한국투자증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오너 김남구 회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과 추천 절차의 객관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