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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사외이사 열전

대통령실 입성한 김우창 사외이사…기업 러브콜은 덤

지난해 한국투자금융 계열사 이사회 합류…글로벌 메가트랜드 대응 역할 주력

이돈섭 기자

2025-06-24 14:56:41

편집자주

'루키(Rookie)'는 신인 선수를 뜻하는 스포츠 용어로 업계 일선에 처음 등장한 인물을 지칭할 때도 사용하는 표현이다. 기업 경영 의사결정의 정점에 존재하는 이사회에 최근 들어 루키 사외이사들이 속속 진입했다. 1981년 이후 태어난 'MZ세대'인 동시에 처음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물들은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더벨은 재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사외이사들의 활약상을 살펴본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산하 국가AI정책비서관으로 발탁된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사진)는 최근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김 교수가 사외이사로 활동한 건 한투운용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 교수는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대통령실에 합류하면서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한투운용 등은 내년 정기주총에서 후임을 선임할 계획이다.

1977년생 김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영과학과 금융공학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9년부터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및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뿐 아니라 국회 연금특위 등에서 활동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활동 당시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 해소 목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시도에 대해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참여키도 했다.

운용업계와도 오랜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자산운용 자문교수로 근무하며 삼성운용 사업에 대해 조언했으며 연구결과 등을 기반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줬다. 삼성운용에 적을 두고 있던 당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배재규 현 한투운용 대표와 인연을 맺은 것 역시 이 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2021년 말부터 한투운용으로 적을 옮겼고 올해로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교수가 지난해 한투운용과 한투밸류운용 이사회에 합류하게 된 것 역시 배 대표 주도로 이뤄졌다. 두 운용사는 한투증권의 완전 자회사로 사외이사 영입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지만, 배 대표 추천을 계기로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이 영입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한투운용은 그간 줄곧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의 등기이사로 이사회를 꾸려 운영해 왔다. 이사회 의장은 배 대표가 직접 맡고 있다.
[이미지=카이스트 데이터사이언스 유튜브 채널]
사외이사 재직 당시에는 시장 트랜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해외 관련 학회 활동 내용을 기반으로 주요 국가 연금 산업 트랜드를 전달하고 그 안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걸 돕는가 하면, 개별 사업 이슈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학계 관계자는 "해외 컨퍼런스에 많이 다니는 만큼 산업 트랜드에 대해서 정통한 편"이라면서 "한투운용 이사회에서는 주로 연금 산업과 관련 정책 대응에 관한 의견을 많이 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참여율도 높은 편이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3월 말 신규 선임 이후 5차 이사회부터 15차 이사회까지 총 10회에 걸쳐 개최된 이사회에 모두 참석했다. 이사회에 오른 안건 모두에는 별도의 반대 의견을 내진 않았다. 한투운용 이사회는 작년 초 세전 순이익 438억원과 수탁고 8조원 증가를 경영목표로 확정했는데, 지난해 해당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연금 시장에 적절히 대응한 것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한투운용의 경우 김 교수를 포함해 복수의 연금 전문가가 이사회에 합류하고 있는데, 금융투자업계 어젠다가 있을 때 논의를 주고받으면서 경영 판단에 도움을 받았다"면서 "(김 교수가) 논리정연하고 다이나믹해 다른 이사회 멤버들 역시 김 교수를 통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자회사 이사회는 형식적인 경우가 많은데, 한투운용의 경우 이사회가 활발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정재계 인맥에도 눈길이 쏠린다. 동원그룹이 대표적이다. 동원그룹은 2020년 말 10년 간 500억원을 지원키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카이스트에 꾸준히 현금을 기부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과도 인연을 맺었다. 카이스트는 현재 김재철 회장의 이름을 딴 김재철 AI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가 맡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역시 동원그룹 펀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정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더불어민주당 미래거버넌스위원회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미래거버넌스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11월 설치한 위원회로 기술 기반으로 국정 운영의 틀을 설계하는 역할에 주력했다. 이재명 정부는 세계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분야로 AI 산업에 주목, 데이터센터 건설과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민간 분야 관련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근무 이후 김 교수의 기업 이사회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써치펌 업계 관계자는 "자기만의 전문영역을 갖고 있는 대학교수인 데다, 사외이사 활동 이력도 갖추고 있으며 국정과제 참여 경험까지 쌓인다면 사외이사로 기용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정부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사외이사 몸값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