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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패러다임 시프트

기업 합병·분할, '주주 눈치' 봐야…자본시장법과도 시너지

⑥핵심사업 쪼개기 상장 어려워져…법적 책임 강화로 공정성 담보

허인혜 기자

2025-07-03 14:59:15

편집자주

상법개정안은 단순한 법조문 변경이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해묵은 과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제도적 응답이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균형을 맞추고자 이사회 등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정부의 선언이기도 하다. 시장도 반응했다. 투자자의 시선은 상법개정이 일으킬 실질적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theBoard는 권한과 책임, 경영과 견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사회 패러다임의 전환 가능성을 짚어봤다.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일반주주 보호와 시장 투명성 제고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향한다. 두 법안 모두 법률 체계상 범위가 넓고 다양한 안이 상정돼 있지만 이사의 책임 강화와 기업가치 평가 기준의 개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책임을 더하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기업가치 평가 기준을 구체화하든 목표는 같다. 결국 일반주주 보호와 시장 투명성 강화, 그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추구한다. 각 법안은 각자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기능하지만 함께 시행되면 법의 원칙과 실제 절차로서 서로를 더 강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이사회 충실의무 강화, 지배구조 개편도 '명확한 책임'

국회에서는 상법 개정안의 대안이나 보완의 장치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시해 왔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은 달랐지만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개선돼야 한다는 데는 이제 이견이 없다. 상법 개정안은 여야의 합의를 얻었다. 의견이 달랐던 3%룰은 합의에 도달했고 집중투표제는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상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목표점은 '주주가치 훼손 방지'다. 규율하는 대상과 적용 방식은 차이가 명확하다.

상법 개정안의 내용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하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감사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 3% 제한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이다.

상법은 의사결정의 주체를 통제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와 공정한 판단 책임 등을 강조한다. 선언적인 법안인 만큼 판단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기능에 가깝다. 예컨대 이사회가 합병이나 물적분할을 의결한 경우 그 판단이 일반주주 이익에 부합했는지를 검증하는 구조다.

다만 이 법안은 합병이나 분할에 대한 최종 판단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실행 단계에서 기업 가치가 공정하게 평가되었는지를 가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투명한 거래'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효적인 보완 입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자본시장법 통한 선제적 통제 장치 마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법이 통제하는 최종 단계 이전, 즉 실행 단계에서의 공정성을 규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사회가 아무리 충실하게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합병가액이나 자사주 활용 방식이 허용된다면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조항이 공정가액 산정의 의무화다. 기존에는 시가를 중심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면서 지배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액이 형성되는 구조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은 자산가치, 수익가치, 시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액을 산정하고, 그 기준을 명시적으로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특히 가액이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산정되는 경우 이를 하한선으로 간주하는 식의 규정이 도입되면 저가 합병을 통한 부당이득 구조 자체를 차단하고자 했다.

별도로 지난해 말부터 개선 시행령으로 적용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제한'도 중요한 대목이다. 기존에는 모회사가 자사주를 활용해 자회사에 대해 배정받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일반주주의 희석을 초래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발행주식총수의 5%를 초과하는 자사주에 대해 소각 또는 처분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신주배정에서 배제하는 방향을 제도화하고 있다. 주식의 순환적 활용이나 우회 지배력 확보 시도를 줄인다는 목표다.

또 국정 추진 방안에 포함된 '합리적 기업 거버넌스'를 보면 상법 개정안과 함께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신주 물량을 배정하는 제도의 도입도 예고돼 있다. 자산과 수익구조가 나누어지는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가 배제되는 구조를 막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