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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Match up 현대차 vs 폭스바겐·BMW

강력한 견제기능 vs 기민한 미래대응…주가로 나타난 결과는

⑤[경영성과] 주가 하락 폭스바겐, '촘촘한 거버넌스' 걸림돌…현대차는 피어그룹 앞서

허인혜 기자

2025-07-17 08:17:41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다양한 이사회 구성원의 의안 논의와 이들의 의견을 모두 청취하는 결정 과정은 선진적이다. 하지만 선진적인 절차와 기업의 가치 상승은 꼭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는 기업이 선진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는지만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결정과 그에 따른 매출·이익의 상승, 의사결정의 속도, 밸류체인은 잘 짜였는지를 살핀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보다 주주의 이익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느냐다.

폭스바겐과 BMW, 현대차의 최근 5년간 주가흐름을 보면 이 경향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폭스바겐은 감독이사회의 견제력이 매우 강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점을 오히려 리스크로 평가했다. 최근 5년사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BMW는 경영진과 감독이사회가 미래차 전환 속도조절에 동의해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혁신이 부족하다고 봤다. 현대차는 오너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전기차 시장에 안착하며 주가 상승을 이뤘다.

◇폭스바겐, '강력한 견제'가 오히려 일관성 하락으로

최근 5년간 폭스바겐그룹의 주가 흐름을 보면 2021년 4월 최고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21년 4월만 해도 주당 245유로를 넘었던 폭스바겐의 주가는 이달 92유로까지 내려앉았다. 62.45% 하락한 셈이다. 5년 전체를 보면 2020년 주가가 높지 않았던 영향으로 36% 이상 떨어졌다.


주가 하락은 폭스바겐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중이다. 관세 등의 여파다.

다만 폭스바겐은 그 중에서도 더 기업가치가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시총이 하락한 완성차 기업은 있지만 이렇게 가파르게 떨어진 톱티어 기업은 없다.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 포드가 6배에 거래되는 등 글로벌 피어그룹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4.52배보다는 높지만 현대차는 코스피에 상장돼 폭스바겐과는 조건이 다르다. 해외 애널리스트들도 폭스바겐을 두고 매수가 아닌 홀드(Hold) 등급을 매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경으로 일관되지 못했던 폭스바겐의 미래차 전략을 꼽는다. 전략이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이를 진두지휘하던 수장이 감독이사회에 의해 교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은 2021년 공격적인 미래차 전략을 내놓으면서 테슬라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하지만 혁신이 곧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과 조금 더 가까운 인물을 CEO로 만들고자 했던 지배주주의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이 전략을 끌어가던 디스 전 CEO가 경질된다.

인건비도 폭스바겐의 이익률을 깎아내리는 요소다. 노조와 주정부의 입김이 세다보니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높은 수준이고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노조와 지방정부, 지배주주 등의 강력한 견제력이 경영에 영향을 주면서 수익성 개선과 미래차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계속 무산되거나 더 낮은 강도로 타협됐다.

◇이사회 안정경영에 느렸던 BMW 미래차 전환, 시장반응은

BMW는 최근 5년간 42%의 주가상승을 이뤘다. 폭스바겐보다는 나은 성과지만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비교하면 낮은 상승세다. 도요타가 최근 5년 사이 84.17%, GM이 99.28%, 혼다가 60% 올랐다.

BMW의 이익 성과와도 잘 연동되지 않았다. 2023년 BMW의 세전이익(EBIT)은 약 185억 유로를 기록했는데 성과가 발표된 2024년 초 주가가 약간 상승한 뒤 오히려 1년 내내 내렸다. 마진율도 10% 안팎을 유지했지만 주가가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마진율 전망치를 낮췄지만 중국 시장 등의 여파는 BMW만 맞았던 것이 아니다.


BMW는 감독이사회와 경영진의 주도 아래 내연기관차의 수익으로 미래차 전환을 준비하는 안정적인 전략을 추구했다. 건전성은 지켰지만 폭발적인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주가가 리레이팅되기에는 재료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내부에서도 같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프레드 쇼흐(Manfred Schoch) 글로벌 노동위원회 회장 및 이사회 부회장은 2020년 인터뷰에서 BMW를 두고 전기차만을 위한 e-아키텍처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때까지 내연기관차 중심의 플랫폼 개발에 매진했다는 의미다. 문제의식을 가진 이사진이 있더라도 합의를 거쳤어야하기 때문에 바로 공격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도 불가능했다.

다만 BMW의 주가는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BMW 최초의 전기차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의 등장 덕분이다. 바클레이즈와 도이치 뱅크 등이 BMW의 믹스개선을 긍정적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높였다.

◇경영·이사 협업에 발 빠른 '미래대응'…독일차 앞서는 주가

현대차의 주가는 최근 5년간 76.6% 상승했다. 폭스바겐, BMW와 비교해 좋은 성과를 냈다. 글로벌 피어그룹과 비교해도 못지않은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특히 최근 5년 사이 주가가 중요한 지표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후 현대차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시장이 현대차의 미래차 전환 전략에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주가는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왜 안오를까'를 두고 여러 분석이 쏟아질 만큼 상승이 더뎠다. 특히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흐름이 더 답답했다. 2014년 9월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매입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는데 이 주가가 몇년동안 회복되지 못했다. 애널리스트들도 자동차 회사가 10조5500억원에 부동산을 샀다는 소식에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현대차는 예나 지금이나 오너가 대표이사이자 이사회의 의장인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랬고 정의선 회장이 같은 구조를 이어왔다. 때문에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도 오너의 결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 2014년 부동산 부지 매입이 주가를 하락시켰다면 정 회장의 공격적인 미래차 전환 전략은 주가를 끌어올렸다.


강력한 오너십과 전문성·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은 정 회장의 미래차 비전을 뒷받침하는 동력이 됐다. 수소 병행 전략과 전기차 대규모 투자를 신속히 의결하는 기반이다. 장기 성장을 위해 수십조원을 투자한다는 오너의 결단을 빠르게 승인해 왔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구축하면서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 시리즈를 대거 양산할 수 있게 됐다. 전기차 전용 모델은 글로벌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2022년 현대차 조지아주에 현지 공장인 HMGMA를 착공해 지난 3월 준공했다. 독일을 비롯한 해외 완성차 기업들이 미국발 관세 우려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데도 현대차의 주가가 유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