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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하만

NYSE에서 비상장사로, 180도 달라진 이사회 구성

[크로스보더]②인수 직전 10명 중 9명 독립이사…'전문가 다양성'에서 삼성전자맨으로

허인혜 기자

2025-08-13 15:04:37

편집자주

글로벌 M&A가 흔해진 시대, 기업의 '국적'은 여전히 상징적·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사들였을 때 단순한 소유권 이전 이상의 다층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지배구조와 계열사, 경영환경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충돌 등이다. 글로벌 M&A를 앞둔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할 어젠다이기도 하다. THECFO는 국적 변화가 지배구조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조망해본다.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6년 12월, 마지막 이사회 멤버를 위임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렸다. 10명의 이사 후보가 주주들에게 위임장 자료를 통해 제시됐다. 10명 중 9명이 독립(independent) 이사로 명시돼 있다. 명확하게 사외(독립)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꾸렸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로서 의무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현재 하만이 공식 웹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사회 멤버는 5명이다. 손영권 의장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인수 후 합류한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CEO 등 사실상 모든 인물이 삼성전자와 직관적으로 연결돼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독립이사 90% 시대

하만은 2016년 12월 주주총회에 이사 선출안을 상정한다. 이 시기 하만의 이사회 멤버 기준은 자격과 독립성, 다양성, 연령을 포함한 경험이었다. 기술력과 전문성을 봤고 9할을 독립이사로 꾸렸다. 감독 후보자, 이와 연결된 이사회 멤버의 60%가 여성이거나 인종적으로 다양했다.

평균 임기가 7년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긴 점도 특징이다. 1년에 한 번씩 사외이사를 선임했는데 다수의 인물을 바꾸기 위해서라기 보다 1년에 한번씩 보드 멤버를 점검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6년간 5명의 새로운 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하는 정도로 변화했다.

각 이사 후보의 출신 회사와 전문성을 보면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소비재와 통신, 재무, 광고 등 여러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물이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10명 중 9명이 독립이사 후보로 명시됐기 때문에 디네시 팔리왈 전 하만 CEO를 제외하면 모두 사외이사 후보로 볼 수 있다.

아드리안 M. 브라운 당시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 COO는 발명 관련 회사에 몸담고 있었다. 이전에는 항공우주 관련 기업인 허니웰 인터내셔널에 속했다. 과학과 수학 관련 비영리단체 활동 경력도 있다. 기술과 신흥시장 전문가로 이름을 올렸다.

존 W. 디어크슨은 글로벌 통신기업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Verizon Communications)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앤 맥라플린 코롤로고스는 투자은행 출신의 금융 재무 전문가였다.

이밖에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사업과 프린터 기업, 회계법인, 제약바이오와 부동산, 자동차 분야의 전문가도 포진됐다. 10인의 추천 후보 중 3인이 여성이었고 연령은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소위원회로는 심사와 보상 및 옵션, 거버넌스, 기술과 혁신 등 네 개가 제시됐다.


◇인수 후 상장폐지, '삼성전자맨' 이사회 구축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하만의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하만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취소하고 등록을 철회한다고 공시한다. 결과적으로 하만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에서 삼성전자의 100% 비상장 자회사로 전환됐다. 상장 규제와 공시 의무가 해제됐다는 의미다. 기존에 고수했던 독립이사 9할 체제는 사라지고 모회사 기준의 지배구조로 재편됐다.

하만이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사회 멤버는 5인이다. 공개된 이사회 멤버의 수만 단순비교하면 10명에서 5명으로 축소됐다. 구성원의 면면도 달라졌다.

5인 중 직접적으로 삼성에 속해 있거나 전임자였던 인물이 3인이다. 손영권 전 삼성전자 사장이자 현 이사회 의장 겸 삼성전자 수석 고문이 대표적이다.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 박순철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이사회 구성원이다.

현지 경영진들도 삼성전자 인수 후나 직전 하만으로 이동했다.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자동차 사업부 사장 겸 CEO는 삼성의 하만 인수 이후 합류한 인물이다. 데이브 로저스 라이프스타일 부문 사장은 이전부터 하만에 몸담았지만 그 역시 인수 1~2년 전인 2015년 중도합류해 완전한 기존 '하만맨'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지리적·문화적 구성을 봐도 변화가 뚜렷하다. 인수 전 미국과 유럽 출신으로 분산돼 있던 이사진은 인수 후 한국과 하만 현지 거점 인사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독립적 자회사라고 하지만 의사결정 구도는 종목

삼성전자는 인수 직후 하만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자회사(standalone subsidiary)로 공표했다. 다만 이사회 멤버들은 삼성전자의 인물이었고 하만은 이 이사회의 지배를 받았다.

실질적인 전략은 하만이 구축하고 대규모 투자·M&A·중장기 전략 수립 등 핵심 의사결정은 삼성 본사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M&A 사례들을 살펴보면 현지 경영진 존중과 삼성전자 중심의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떤 효과를 불러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만은 2021년 미국의 차량통신 스타트업 사바리(Savari)를, 2022년에는 독일의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개발 기업 아포스테라(Apostera)를 사들였다.

두 기업 모두 하만의 자동차 전장 사업부에 통합됐다. 인수 후 통합 작업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하만이 실질적인 통합 전략을 구축했다면 인수 대상을 승인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큰 결정은 삼성이 주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2022년 2월 아포스테라의 인수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회사를 자동차 사업부에 흡수시킨다는 계획을 전했다. 같은 해 9월 진행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카레시스(Caaresys) 인수전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