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지배구조 분석 포시마크

'수수료 장사'에서 광고로, 지배구조가 바꾼 수익모델

[크로스보더]④구미·아시아 거점 구매, 플랫폼이 그룹 '글로벌 C2C 허브'로 활용

허인혜 기자

2025-11-21 15:45:30

편집자주

글로벌 M&A가 흔해진 시대, 기업의 '국적'은 여전히 상징적·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사들였을 때 단순한 소유권 이전 이상의 다층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지배구조와 계열사, 경영환경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충돌 등이다. 글로벌 M&A를 앞둔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할 어젠다이기도 하다. theBoard는 국적 변화가 지배구조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조망해본다.
네이버가 포시마크를 인수하며 내세웠던 청사진은 단순히 북미 커머스 거점 확보가 아니다. 포시마크는 네이버가 구상한 글로벌 중고 판매 커뮤니티의 가장 핵심적인 구역이자 구심점이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전역을 잇는 리커머스 커뮤니티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했고 포시마크는 비전의 출발이자 가장 큰 무대로 낙점됐다.

네이버의 구상은 국가·지역을 대표하는 리커머스 플랫폼을 수집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검색과 인공지능(AI), 광고 등 네이버가 가장 잘 하는 IT와 유통 기술을 국가별 플랫폼에 심고 플랫폼들을 같은 전략 속에서 나아가게 하는 것까지 그렸다. 네이버 그룹 속에서 포시마크의 역할과 수익 모델도 대전환기를 맞았다.

◇차세대 먹거리 'C2C' 낙점한 네이버, 글로벌 지도 그리기

네이버의 성장기를 들여다보면 C2C, 고객간의 소통이 빼놓을 수 없는 기폭제가 됐다. 네이버를 일상 속에 자리매김하게 한 '지식iN'은 C2C형 지식공유 서비스로 불렸다. 네이버의 검색엔진도 웹 환경에 포함된 일반 사람들의 답변을 함께 제시했다. C2C 커머스에도 일찌감치 눈을 떴는데 대표적인 투자가 10년 전 이뤄진 번개장터 지분투자다.

네이버가 차세대 커머스 격전지로 C2C를 낙점한 건 그만큼 오래된 일이다. 포시마크를 사들인 건 단일 기업만의 효과만 노린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네이버가 그리는 지도는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로 뻗어나갔고 비전을 위해 각 요충지의 가장 뜨거운 리셀 플랫폼을 구매했다. 공통점을 꼽자면 커뮤니케이션과 소셜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그래서 한국의 크림과 미국의 포시마크, 유럽의 왈라팝까지 거침없이 사들인다. 지금은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일본의 빈티지 시티도 아시아 한 축을 담당했다. 이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여전히 일본의 리셀 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2020년에는 유럽 1위 럭셔리 패션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도 투자했다.

북미·한국·유럽 각 시장에 흩어져 있던 C2C 플레이어들을 하나의 망으로 구축한 셈이다. 네이버가 포시마크를 인수하며 발표한 자료들을 종합하면 포시마크는 처음부터 글로벌 C2C 포트폴리오 안에 배치돼 있다. 네이버 쇼핑과 스마트스토어, 크림과 왈라팝, 포시마크를 각 축으로 뒀다.

이 구조는 포시마크의 지배구조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대표가 포시마크 이사회 의장을 거쳐 CEO까지 겸임하게 된 것도 이런 역할을 전제로 한 인사다. 단일 주주와 동일한 전략을 공유하는 인물이 보드와 경영을 동시에 쥐면서 포시마크는 사실상 네이버 글로벌 C2C 전략의 테스트베드가 됐다.

◇AI·이미지 검색, '네이버식 엔진'을 이식한 첫 프로젝트

"네이버의 검색과 AI 추천, 이커머스 툴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이 포시마크 글로벌 성장의 다음 단계를 이끌어갈 것(Naver’s leading technology in search, AI recommendation and e-commerce tools will help power the next phase of Poshmark’s global growth.)".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2년 10월 포시마크와 최종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이같이 발표했다. 네이버식 경영이 가장 먼저 영향을 준 부분은 상품을 찾는 검색 방식이다. 네이버는 인수 직후부터 이미지로 정보를 찾는 스마트렌즈 등 자사의 이미지 검색과 인공지능 추천 기술을 포시마크에 이식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가장 중요한 건 검색 체험의 변화다. 단어로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일일이 입력하던 체계에서 이미지 자체가 검색 도구가 되는 구조로 진화한다.


2023년 출시한 포시렌즈(Posh Lens·사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의 스마트렌즈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사진을 찍거나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포시마크 내에서 유사한 상품을 찾아주는 기능이다. 포시마크에 가장 먼저 적용된 인공지능 기술로 네이버가 기반이 됐다.

이 기능의 도입은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바뀐 지배구조와도 맞닿는다. 과거 독립 상장사 시절에는 이미지 검색 엔진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면 주주들에게 효용성을 설득해야 했다. 지금은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자산과 결과를 그대로 도입해 시험하면 된다. 모수가 그룹차원으로 커졌기 때문에 성과와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도 덜었다.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AI 추천 영역도 비슷하다. 네이버는 인수 발표 때부터 AI 기반 추천과 검색, 광고 기술을 포시마크의 소셜 그래프에 결합하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포시마크는 이용자의 팔로우·좋아요·거래 이력을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런 방향성은 포시마크뿐 아니라 네이버가 사들인 글로벌 거점 리셀 플랫폼에서도 드러난다.

출처=미국증권거래위원회

◇광고·라이브 커머스, 네이버 수익모델의 복제와 변형

수익모델 측면에서도 네이버식 실험이 가능하게 됐다. 상장사 시절 포시마크의 주 수익원은 거래수수료였다. 약 2할의 수수료로 수수료율은 적지 않았지만 절대적인 거래량이 하락하면 속수무책인 구조다. 최근 1~2년 사이 광고와 라이브 커머스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모티드 클로짓(Promoted Closet)'이다. 셀러가 일정 비용을 내면 자신의 상품 노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광고 상품이다. 클릭당 과금(CPC) 방식과 머신러닝 기반 입찰 모델을 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이미 검증한 검색·쇼핑 광고 모델을 북미 C2C 플랫폼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해 본 셈이다. 미국의 패션·비즈니스 전문 매거진 '보그'는 포시마크가 한국의 구글에 인수된 후 광고 수익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덕분에 포시마크가 적자를 축소하고 흑자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라이브 커머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이미 대규모로 운영해온 쇼핑라이브의 경험을 북미 리셀 플랫폼으로 옮기고자 했다. 2023년 4월 포시 쇼(Posh Shows)를 출시한다.

모든 변화는 단일 주주 체제와 비상장 구조가 아니었다면 속도가 붙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가 이어져오던 상황에서 수익모델 전환이 단기적인 수익 악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네이버 그룹 안에서 커머스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며 기술과 수익모델 전환의 실험도 이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