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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보드 리빌딩

3%룰 이후 '감사 입성'이 만든 변화

②남양유업 소송으로 감사 영향력 극대화 vs 사조오양은 방어권 강화… 회사마다 상이한 결과

허인혜 기자

2025-12-23 10:51:27

편집자주

엘리엇의 삼성 지배구조 공격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변화 요구가 본격화한 지 수년이 흘렀다. 그 사이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국내 기업 대상 활동도 활발해졌다. 그만큼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개조 시도가 어떤 효과를 내는 지에 대한 데이터도 축적됐다. 케이스 분석을 통해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의 변화를 요구할 때 결과가 단기 주가 상승이나 주주환원 이벤트로 끝났는지, 아니면 이사회의 선진화와 견제 기능 강화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 파트너십을 내세웠던 행동주의 펀드들이 곧 철수했는지, 아니면 장기적인 관계로 기업의 체질적 변화를 이뤘는지 추적한다.
감사위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의 등장은 행동주의 펀드의 전술을 요구에서 직접적인 진입으로 나아가게 하는 촉매제였다. 주주측 감사의 선임은 견제의 출발선이 됐다. 같은 출발선에서 임기를 완주한 감사들은 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했을까.

결과만 말하자면 그렇지 않았다. 소송을 불사하며 지배주주의 '셀프 보수 승인'을 막은 감사가 있는가하면 줄곧 견제 의견을 냈지만 수적 열세와 임기의 벽에 부딪힌 사례도 있다. 어떤 기업은 아예 표 대결을 피하고 합의에 가까운 수용을 택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소송으로 '감사 1인' 영향력 극대화

남양유업은 주주측 감사위원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뒤 성과를 만든 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2023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남양유업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표 대결을 벌였다. 홍원식 전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과반을 넘었기 때문에 차파트너스의 배당금과 액면분할, 자기주식 취득 등의 주주제안은 결의될 수 없었다.

하지만 3%룰 때문에 홍 회장은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지분율 만큼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인물이 새로운 감사가 됐다. 법무법인 세종 출신의 심혜섭 변호사다.

심 변호사는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한다. 2023년 남양유업의 주총에서 의결한 이사보수한도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사의 보수한도를 50억원으로 정하는 안건이었는데 홍 전 회장도 찬성표를 던졌다.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가 의결권을 가진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상고를 거듭한 끝에 3심까지 갔지만 올해 5월 홍 전 회장은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심 변호사의 '상법상 이해관계인 의결권 제안 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관행처럼 이뤄지던 셀프 보수 논란에 쉼표가 찍힌 순간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이사인 주주, 즉 특별이해관계인이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정하는 안건에 투표하는 것은 무효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며 "지배주주의 보수 및 보수에 연동된 거액의 수백억원 규모의 퇴직금을 막아 주주가치를 증대했다"고 답했다. 또 지배주주의 횡령 배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사례는 감사의 영향력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사 진입 후 이사회의 회의에서 특정 안건을 부결시키는 것뿐 아니라 이사의 이해상충이 개입된 주총의 결의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동안 이사 보수 관련 주총 결의에서 특별 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어떻게 보아야하는 지에 대한 법리 논쟁은 반복돼 왔는데 남양유업 건으로 하나의 거버넌스 선례를 남겼다.

그래픽=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고군분투했지만 되돌아간 사조오양 이사회

사조오양은 2022년 차파트너스 등 주주 측의 추천 인사를 감사위원에 선임한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3%룰의 비호 속 표 대결 끝에 선임에 성공했다.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고해서 회사의 주요 안건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 표 중 하나를 차지하고, 견제자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감사위원은 이사회의 멤버이지만 표결의 구조는 과반 우위이자 다수대 소수로 고정돼 있다. 만약 회사가 결심한다면 감사위원의 견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사조오양 이사회에 소속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의견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내부거래와 특수관계인 관련 안은 개선됐지만 주주환원 확대나 푸디스트 인수 등 핵심적인 안건에서는 반대 의견이 힘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회사의 방어진지를 더 강하게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재선임되지 않았고, 사조그룹 계열사 6곳이 사조오양의 지분 3% 안팎을 사들이면서 사실상 주주측 추천 인물의 이사회 진입을 차단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주주 추천 인사의 수가 한계점이라고 봤다. 그는 "일반주주를 대변하는 이사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화된 집중투표제가 전 상장기업 대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감사위원 2인에 대해 적용되는 3%룰을 감사위원 전원 대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도 전했다.


◇거부할 수 없던 주주제안, 에이치피오와 한국알콜

에이치피오의 사례도 눈에 띈다. 행동주의 펀드 스트라이드파트너스가 정기 주총에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안을 상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 측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이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에이치피오에 대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개최를 앞둔 주총에서 요청한 안을 공식 상정해달라는 요구다. 또 정기주주총회의 공고 및 소집통지를 함에 있어 후보자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여 공고하고 각 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해야 한다는 결정을 구한다고 했다. 주주추천 인사의 이사회 진입 경로를 만드는 한편 에이치피오의 후보 검증 기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결과는 스트라이드파트너스의 압승이었다. '제3-2호 의안,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남중구 후보자 선임안'이 상정돼 출석 주식 기준 56.26%의 찬성을 얻었다. 법무법인 인헌의 대표 변호사인 남중구 신임 감사위원이 선임됐다. 3분기 보고서를 참고하면 타법인 지분 취득의 건, 덴프스 글로벌 대여금 승인의 건 등에 찬성 의견을 냈다.

한국알콜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사례는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의 협업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이사회 진입이 수월했기 때문에 진입 후 활동이 견제의 역할을 했느냐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한국알콜은 2023년 트러스톤운용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차재목 김앤장 변호사를 추천했다.

차 변호사의 활동은 이사회 기록으로 남아있다. 2024년 차 변호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100%다. 2023년 이사회 안건에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환원 계획 승인의 건'과 '주주서한 수령에 따른 보고의 건' 등이 올라왔다.


남양유업은 감사 한 석이 표결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소송 등의 방법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조오양은 이사회 진입에 성공해도 다대일의 구조와 임기 등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에이치피오는 선임 과정 자체가 검증 기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알콜은 갈등의 비용을 최소화했지만 이 결정이 실제 선진화로 이어지는 지는 기록으로 증명해야 했다.